우리나라는 전쟁 직후인 1945~1950년 사이 출생자는 200만 명이었는데, 1960~1965년 사이 출생자는 400만 명이니 15년만에 출생자가 두배로 뛴다. 아마도 미군이 진주하면서 DDT, 페니실린, 상하수도 등 선진문명이 전 국토로 들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갑작스런 인구증가는 마치 쓰나미가 몰려오는 것과 같이 사회 전반에 엄청난 문제를 야기시킨다. 이 베이비붐 쓰나미 파도가 10세, 20세, 30세로 올라오면서 우리나라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차례로 일어났다. 처음에는 산부인과 수요가 급증했다. 이 시기 산부인과는 대박이었다. 베이비붐 세대가 10세에 도달하면 학교가 모자라게 된다. 학생이 갑자기 두배가 되니 콩나물 교실이 되고 2부제 3부제 수업을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된다. 선생 당 학생 수가 워낙 많아지니 교육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베이비붐 세대가 20세에 도달하면 대학 진학 꿈을 포기해야하는 인구가 많아지게 된다. 입시지옥이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유교의 엄격한 신분제 속에 살아왔기 때문에 양반 아니면, 학사모 안쓰면 사람 대접을 못받는 설움 속에 살아왔다. 이러한 차별을 뼈저리게 느꼈던 학부모들은 어떤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자녀를 대학에 진학시키려고 했다. 그러니 입시는 무한 경쟁체제가 되었고 사교육 학원이 크게 성장한다. 좋은 학원이 밀집된 지역은 부동산 값이 크게 뛰었다. 이때 우리나라는 대학을 70개에서 250개로 크게 늘린다. 국내 교육에 실망한 부모들은 외국 중고등학교 대학으로 유학을 보내었다.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 못한 학생들이 부지기수로 나왔다. 서울 학생이 지방으로 거꾸로 “유학” 내려가는 집이 나오기 시작했다. 변별력이 높아져야 학교간 학과간 배정이 가능해지니까 입시는 갈수록 어려워졌다. 그런데도 아무도 어려운 입시문제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베이비붐 세대가 30세에 다다르면 대학 졸업하고 군복무 마친 후 직장 문을 두드리는 나이가 된다. 갑자기 많아진 졸업생들이 직장 문을 두드리니 문이 비좁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 시기에 법대를 위해 사법고시 정원을 500명에서 1000명으로 늘린다. 사범대를 위해 기존 교사들의 정년을 조정한다. 현역병이 넘쳐나니 그들을 다 전선에 배치할 수는 없고 동회 등에 배치하는 의경 제도가 등장한다. 베이비붐 세대가 40세에 도달하면 그 나이까지 직장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누적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청년 일자리가 중요한 사회문제로 대두된다. 21세기에 들어서며 이 베이비붐 세대들은 이제 은퇴를 시작하고 있다. 그러자 요즘 사회의 관심은 복지, 연금으로 옮겨가고 있다. 인구는 지난 30년간 우리 사회의 핵심문제가 되어 왔었던 것이다.
 

  인구가 급격하게 늘면 한정된 자원과 일자리를 두고 경쟁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 제한된 자원에 대해 경쟁이 심화되면 물가가 올라간다. 또 취업문이 좁아지고, 더 높은 스펙을 쌓기 위해 교육비가 올라가게 된다. 자녀나 부모 모두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내가 이렇게 야박하고 격렬한 세상에 애를 굳이 낳아야 하나?”고 회의하는 젊은이들이 늘기 시작한다. 즉 인구가 너무 급격히 증가하면 그 피로감 때문에 저출산이 뒤따르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역사 속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예일대학 Keith Wrightson 교수의 “English Society 1580 - 1680” 라는 책은 500년전 영국의 인구가 크게 증가했었고 이러한 현상은 곧이어 저출산을 동반했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16세기 영국은 대표적인 개신교 국가가 되었다. 프로테스탄트들은  성경을 열심히 배포했다. 그리고 국민들이 성경을 읽게 만들기 위해 교회가 대대적으로 국민교육을 시작했다. 아마도 이러한 국민 교육의 결과로 영국인구가 늘기 시작한 것 아닌가라고 필자는 추측한다. 영국 인구는 1520년에 250만 명이던 것이 1680년에는 500만 명으로 두배 늘어나게 된다. 그러자 이 기간동안 영국 농산품 값은 6배로 뛰었다. (이때에는 아직 수송이 발달하지 않아 국제교역이 불가능하였다. 예를들어 이웃 아일랜드에서 감자 농사가 흉년 들면  백만명이 굶어 죽었다. 한국 농산품값은 6배로 뛰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은 학군이 좋은 아파트값이 6배 이상 뛰었다.)

  반면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같은 기간 동안에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구직자가 두배로 늘은 때문이다. 동 기간 지주들 수입은 (아무런 노력 없이도) 6배나 뛰었고, 근로자 실질 임금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 결과 일반인의 생활고는 12배, 거꾸로 지주들의 수입은 6배나 늘어난 양극화가 진행된 것이다. 그 결과로 젊은이들의 결혼 연령이 급속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출산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 문제는 그 이후 어떻게 풀려갔을까?

  영국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자 식량 수요가 급증했고 이는 다시 생산성 향상을 위한 인센티브 제도로 이어졌다. 사람들은 열심히 종자를 개량하는 기술, 토양을 개량하는 기술, 2모작하는 기술 등을 개발했다. 농업혁명이 이때 영국에서 일어난다. 소출이 늘어나자 임금이 올라가고 임금이 올라가자 구매가 늘어났다. 이는 다시 산업혁명으로 이어졌다고 이 책은 소개하고 있다(130~154쪽). 현대 용어로는 “창조경제”가 이 시기에 진행된 것이다.

  요약하면 1520년에서 1680년 사이 진행된 베이비붐은 한편으로는 저출산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1750년의 산업혁명 농업혁명 등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문제는 속도이다. 영국에서는 이 모든 일이 200여년에 걸쳐 일어났지만 우리나라 경우에는 불과 한 두 세대에 걸쳐 이 모든 일들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적응할 수 있는 속도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인구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베이비붐은 곧이어 저출산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통계청에서 나오는 인구 그래프를 보면 70년대 매해 100만명 이상이던 신생아가 최근에는 매해 40만명 이하로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저출산은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이후 가장 두드러지게 된다. IMF 사태가 일어나자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젊은이들이 결혼 연령을 늦추고, 자녀도 적게 낳기 시작하였다. 인구는 갑자기 증가해도 혼란을 일으키지만 갑자기 줄어 들어도 (마치 쓰나미 썰물처럼) 사회에 혼란을 야기시킨다.

  1997년 이후 본격화된 저출산 쓰나미 썰물세대가 10세, 20세에 다다르게 되면 어떤 문제들이 일어날까? 가장 먼저 산부인과가 문을 닫게 된다. 그후 10년이 지나 2007년이 되면 학급당 학생 수가 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전국 각처에서 폐교가 부지기수로 나오게 된다. 학생수가 줄어들게 되니 이제 수능이 어려워야할 필요가 없어진다. 수능 안봐도 얼마든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리게 된다. 입학사정관제가 그 예이다.

  2017년이 되면 IMF 출생세대가 20세가 되면서 고졸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는 대학교 측으로는 등록금 수입이 절반으로 줄게 됨을 뜻한다. 2021년이 되면 전학년 학생이 절반으로 줄어들면 수많은 교수와 직원들이 직장을 잃을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10년 먼저 인구문제를 겪기 시작한 일본은 이미 절반 가까운 대학들이 최근 폐교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인구폭발은 6.25 이후 시작되었으나 일본의 인구폭발은 8.15 해방 직후 시작되었기 때문에 일본의 인구문제는 한국보다 10년경 먼저 시작된다). 또 군대 갈 청년이 줄어드니 여군제도를 늘리고, 군복무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게 된다. 그래도 못채우는 군인은 직업 군인제로 대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게 된다. 그런데도 저출산 세대보다 앞서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는 아직도 많은 수가 직장에서 현역으로 일하고 있으므로 20/30들은 비정규직 취업이 많게 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갈등이 사회문제가 되고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호응을 받게 된다. 창조경제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게 된다.

  앞으로 15년 후 2030이 되면 IMF 출생 세대가 30세를 넘게 된다. 2030년이 되면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강연이 최근 TED에 올라왔다. 독일태생 R. Strack씨가 발표한 “The Workforce Crisis of 2030”이다. (영문과 한글 원고도 함께 TED에 올라와 있다.) 그에 의하면 2030년이 되면 15개 경제 대국 대부분이 저출산으로 인력부족 문제를 겪게 된다고 한다. (2차대전 후 베이비붐 - 그리고 인구 증가 때문에 일어나는 사회적 피로감으로 따라오는 저출산이 선진국들의 공통적 현상이다.) 그리고 한국은 15개국 중 가장 인구 부족 문제가 심각한 나라가 된다고 (브라질 다음으로) 그는 지적하고 있다. 그는 이것이 흔한 “미래예측”이 아니라 엄정한 데이터에 입각한 과학적 분석이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2030년에 직장에서 일하게 될 사람들은 그때 가서 20세~60세인데 그들은 이미 오늘 5세~45세로 그 연령별 인구가 확정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구 부족문제는 항상 ‘고급인력’이지 ‘단순노동 인력 문제’가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왜냐하면 단순노동 인력은 후진국에서 언제든 받아들이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15년 후 2030년에 닥쳐올 고급인력 부족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그는 네 가지 해법을 소개한다. 곧 생산성 향상, 여성인력 활용, 은퇴연령 연장, 그리고 외국으로부터 고급인력 영입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도 앞으로는 여성 고급인력들이 육아문제 때문에 career를 포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는 병원, 도로, 항만, 발전소, 회사 등 모든 인프라와 조직을 지금은 10명이 운영하던 것을 그때에는 5명이 운영해야하기 때문에 여성 고급인력이 함께 일하지 않으면 기업이고 사회고 지탱이 안되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을 막는 유리천장 문제가 개선되야 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나라 유리천장이 OECD 28개국 중 최하위라고 보도하고 있다. (조선일보 2015 3월 7일) 또 Mobile Office, Home Office등 Smart Work 환경을 구축하고, 모든 여성들이 Smart Work 환경을 이용해 탄력적으로 근무하고 재택근무도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인프라 구축과 더불어 여성들은 365/24 ICT 기술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직장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IT 능력도 갖춰야 한다. 어떤 데이터도 잃어버려서는 안되며, 어떤 회사 정보도 해킹당하지 않도록 보안 의식도 높여야 한다. 이대 컴퓨터공학부는 올해부터 “정보기술과 미래사회”라는 핵심교양과목을 이러한 목적으로 개설하고 있다. ICT 기술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든 회사 일을 할 수 있게 되고 탄력적으로 출근할 수 있게 되면 거꾸로 저출산 문제도 다시 해결된다. 선진국은 이미 '탄력근무'가 42.4%나 되지만 한국은 '탄력근무'가 고작 6.4%밖에 안된다고 하니 이는 매우 시급한 문제이다. (연합뉴스 2014년 4월 3일)

  우리나라 기성세대는 6.25 이후 당면한 절대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젊은 나이부터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했었지만 (6.25 직후에는 전국토가 파괴되어 일감이 많았던 반면 그 복구를 담당할 인력은 전쟁 중 전사하여 많이 모자랐다.) 이렇게 일찍 일터로 향했던 기성세대는 나이들어서는 갑자기 불어난 인구로 인해 은퇴도 일찍해야 하는 quick start-quick finish 세대이다.  반면 20/30 세대는 젊어서는 아직 현역에서 활동중인 선배 베이비 붐 세대에 치어 일자리 찾기에 고생하지만 일단 나이 들어서는 은퇴연령도 늦어지는 slow start - slow finish 세대가 될 것이다. 결론으로 15년 후에는 노동인력이 급격히 줄어들고 여성들의 활동이 기업과 국가 경쟁력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시대가 된다. 앞으로 15년이 이화여대인들의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이글의 일부는 2015년 3월 8일자 온누리교회 신문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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