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 재고해봐야

  “커뮤니케이션은 우리가 관련을 맺고 있는 사람 혹은 세상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고, 받고, 해석하는 과정(process)이다.”

  미국 출신의 석학, 사회학자 찰스 호튼 쿨리는 소통을 이렇게 정의했다. 그는 스스로 내린 커뮤니케이션의 정의에서 과정이 가장 중요한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소통의 과정에서 학생을 빠트린 채 학내 주요사안을 결정한 학교는 학생들에게 혼란을, 어쩌면 당연한 결과를 가져다주고 말았다.

  갑작스러운 학과 개편으로 학교 전체가 어수선한 분위기에 둘러싸였다. 국제사무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필자의 친구는 방학을 끝내고 학교로 돌아오니 소속 단과대학이 바뀌었다며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슬슬 졸업을 생각할 때가 됐는데 이렇듯 갑작스럽게 교육과정에 변화가 생기면 계획에 차질이 생길까봐 걱정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만은 학생 개인에 그치지 않고 있다. 신산업융합대학에 소속될 각 학과생회 대표 역시 “각 학과 대표마저 평의원회 회의 직전에 알았다”며 사전 논의가 있어야했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가장 높은 단계의 교육기관인 대학에서 학제를 개편하는 일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학과 명칭 변경, 신설 같은 변동은 1년에 한두 번 꼴로 있었지만 대대적으로 새로운 단대가 마련된 것은 2007년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 이후 8년만이다. 문제는 이렇듯 큰 사안을 학생들과의 소통도 거의 하지 않은 채로 추진했다는 것이다.

  의견 충돌이 있을 때마다 그랬듯 이번에도 학교 측은 적당한 답변을 내놓았다. 학생들에게 좋은 취지를 설명하기 위한 ‘융합교육의 필요성’, ‘학생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고민한 결과’ 답변 등은 충분히 납득할 만 했다. 그러나 수요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학과별로 신청을 받았다’는 답변의 중심에는 학생이 없었다.

  정말 아쉬운 대목은 갑작스런 통보 외에도 다른 대안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특히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이 시행됐던 2007년과 비교했을 때 드러난다. 그 당시, 학교는 본격적인 시행 약 2년 전인 2005년에 학부대학 운영을 골자로 하는 가안을 발표했다. 또한 가안이 발표된 당해 연도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단대, 학과별로 학생과 교직원 간담회와 학생대상 기획처 설명회 등을 여러 차례 열었다. 물론 당시에도 여러 학생들의 반발이 일었지만 논의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더 길었고 기획처와 학생이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장도 마련됐다.

  취임 직후 총장과의 열린 토론, 전체 교수회의 등으로 자칭·타칭 ‘파격’을 보였던 최경희 총장의 행보와 지금 학교의 분위기는 사뭇 대조적이다. 임기 초기에 이런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구성원과 허심탄회하게 소통하고 싶다는 그의 의도와 진정성마저 의심스럽게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학교가 보여줬던 노력을 다시 믿고 싶다. 이번 일을 통해 학교가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 다시 재고해 봤으면 한다. 파격도 좋다. 그러나 기본부터 지켜 달라.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개념부터 지켜달라는 것이다. 과정이 없는 커뮤니케이션은 반쪽짜리만도 못하다.

  마지막으로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는 학생의 역할도 중요함을 절대 잊지 말자. 의견교류의 장을 만들고 이를 원활하게 하는 원동력은 소통의 주체인 학생의 자발적인 참여에서 나온다.

  변화는 항상 쟁론을 수반한다. 기존의 것을 지키고자하는 의견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나뉘게 돼있기 때문이다. 그 변화가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 지는 서로 다른 의견간의 소통 과정에 달려있다. 학교와 학생 간의 원만한 소통을 통해 ‘변화가 시작되는 곳’ 이화여대에서 또 다른 좋은 변화를 이뤄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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