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을 넘어 '우리' 그리고 '전체'를 보는 이화인이 되길

  우리학교 영어 교명은 Ewha Womans University이다. 누가 보더라도 잘못 된 영어 교명 같다. 특히 외국인들은 이화 대학인들의 영어 실력을 의심할 것이다. 그런데 이 영어 교명 자체가 미국인  메리 스크랜튼 (Mary F. Scranton) 여사가 지은 것이라고 한다. 좀 이상하지 않는가? 그러나 100 여 년 전에 이 영어 교명을 지은 데는 깊은 뜻이 있었다고 한다.

  나는 1968년에 초등교육과에 입학하여 이제 이번 학기면 은퇴를 한다. 무려 반세기 가까이 이화 교정에서 살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방학이면 외국을 나가 지내면서 우리학교 영어 교명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우리 학교 설립자들의 혜안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Womans’란 단수에 복수를 합친 말이다. 이것의 의미는 이화인은 개인이면서 전체이어야 한다는 말로 해석된다. 나무를 보면서 동시에 숲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해 본다. ‘우리’라는 말 그대로 우리는 개인과 가정, 가정과 사회, 개인과 국가를 구별하지 않았었다. ‘우리 어머니’와 심지어는 ‘우리 안해’와 같이 말이다. 그런데 어쩌다 지금 우리는 너무도 개인주의에 함몰 되고 말았다. 그래서 사물을 볼 때에도 개인과 부분은 볼 줄 알아도 집단과 전체를 볼 줄 모르게 되었다.

  인간과 모든 생명 있는 것의 생존 전략은 부분과 전체를 동시에 볼 줄 알아야 한다.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볼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새들을 보라. 높이 떠 보는 것을 조감도鳥瞰圖라고 한다. 새는 먹이감을 높이 하늘 위로 떠 볼 줄도 알아야 하고, 먹이감이 있는 부분을 동시에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부분이라는 ‘대상’에 대하여 그것을 초월하여 조감도 차원에서 보는 것을 ‘메타 meta’라 한다. ‘물리학physics’이 부분으로 보는 것이라면 그것의 전체 모습을 보는 것을 ‘형이상학metaphysics’라 한다. 심지어는 최근에 ‘meta-meta physics’라는 책마저 나왔다. 지금까지의 형이상학을 더 한층 높은 차원에서 본다는 말이다.

  심지어는 기독교가 말하는 ‘회개’라는 말의 그리스어는 ‘metanoia’이다. 생각컨대 기독교가 당시의 전통적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혁신 시키지 않았다면 오늘과 같은 세계적인 종교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사전에서 한 번 meta가 접두어로 들어가는 말을 찾아보면 혁신과 변화 같은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Meta Womans가 된다는 것을 실로 혁신과 변화를 일으키는 이화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이런 차제에 Ewha Womans를 ‘Meta Womans’로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다. 높이 떠 세계를 조감할 줄도 알고 국지적으로 집착할 줄도 아는 인간 말이다. 부분과 전체를 동시에 보아야하는 가치관적 이유는 더욱 심각하다. 개인 차원에서 보면 선이지만, 사회나 국가 차원에서 보면 악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둘을 동시에 보지 못하도록 엄격히 막아 놓고 있다. 부분과 전체 어느 하나도 선이고 악이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느 한 쪽 만 보는 것이 악이고 불행인 것은 확실하다. global과 local의 합성어 ‘glocalism’을 이화 정신과 조화 시키는 metawomans의 탄생이 바로 2015년 새 봄의 화두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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