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 의류 영업MD

  ‘MD’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생각나는 것은? 대부분 홈쇼핑 MD나 유통업 MD, 패션업계의 VMD와 기획MD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영업MD라는 단어는 들어본 적이 없거나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현재 캐주얼 브랜드의 영업MD 2년차인 나도, 처음 지망했던 기획MD TO가 없어지면서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영업MD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만큼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매장을 방문하는 일반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요소들을 조절하는 것이 영업MD다.

  기획MD가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을 관리한다면, 영업MD는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을 관리한다. 영업MD의 주요 업무는 생산된 물량을 적재적소에 쓸 수 있도록 배분하는 것이다. 신상품이 입고되면 영업MD팀은 분주해진다. 상품기획팀과 회의를 통해 다음 주 출고 상품을 정하고 매장 등급별로 상품 구색을 계획한다. 지역과 유통망, 매장 위치, 매니저 특성 등에 따라 판매율이 높은 스타일과 컬러, 사이즈가 다르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고려해서 상품을 출고해야 한다. 동일 점 내에서 매장 위치만 달라져도 주력 판매 스타일이 바뀌기 때문에, 영업MD는 매장 별 특성을 연구하고 그에 맞는 상품 구색을 결정한다.

  또한, 신상품 출고 이후에도 매장에 재고가 떨어져서 판매를 못하는 일이 없도록 꾸준히 판매분을 출고한다. 물류재고가 없는 스타일은 매장별 판매율을 분석해서 전 매장에 물량순환 지시를 내린다. 특정 상품이 어느 매장에는 팔리지 않고 쌓여있는 반면 다른 매장에서는 상품이 없어서 판매를 못하는 일이 없도록 물량을 돌리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매장과 언성을 높이고 싸우는 일도 있다. 평소에 매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여 본사 의도대로 물량을 이동시키는 것도 영업MD의 역량이다.

  이 밖에도 부진 상품의 가격을 인하하거나 한 시즌의 할인 프로모션을 기획하는 것도 영업MD의 일이다. 주 단위로 주력 판매 상품을 정하여 VMD팀과 매장 디스플레이 회의를 진행하고, 신상품에 대한 매장의견을 상품기획팀에 전달하여 다음 시즌의 계획에 관여하기도 한다.

  이처럼 매장과 물류, 타 부서 사람들과 전방위로 소통해야 하는 일이어서 피곤할 때도 있지만 좋은 일도 많다. 매니저님을 통해 상품과 업계 동태에 대한 생생한 의견을 들을 수 있고, 특별한 날에는 작은 선물이나 먹을 것들을 받기도 해서 간식거리가 끊이질 않는다. 덕분에 이번 달 매출 신장했다, 고맙다고 이야기하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그만큼 애쓴 보람이 있다고 느낀다. 회사 일들이 대부분 개인적인 성취감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또한 타 부서와 협업하는 일이 많은 만큼 부서 바깥의 사람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다.
 
  처음에는 원하던 직무가 아니어서 실망했던 것도 사실이다. 영업MD 직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힘든 취준 기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을 매일 할 때, 우주는 우리를 돕는다’는 문구를 되뇌며, 하루하루의 작은 일들도 언젠가는 내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묵묵히 버티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런 순간이 있었기에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일 수 있었고, 지금은 그 선택에 만족한다. 여러분도 지금 당장 원하는 길로 갈 수 없다고 해서 조급해하지 말고, 눈앞에 주어지는 일에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 그러면 ‘우주는 우리를 돕는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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