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이 기록한 80년, 자부심으로 이어 온 역사
박물관이 기록한 80년, 자부심으로 이어 온 역사
  • 박진아 기자
  • 승인 2015.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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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80주년 기념 특별전
▲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80년'이 열린 이화100주년기념박물관 기증전시관 내부 전경
▲ 사진1
▲ 사진2
▲ 사진3

  1935년 본관 109호에 학생과 교수가 수집한 한국 민속품을 모아 전시하면서 시작된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박물관은 1950년 한국전쟁의 풍파 속에서도 본교의 임시 가교였던 필승각(부산시 중구 대청동)에서 전시를 이어갔다. 당시 전시를 진행한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 없으나,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박물관 역사가 계속됐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 이후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은 1960년 조형예술대학 옆 건물(현 자연사박물관)에 자리 잡으면서 본격적인 전시, 학술조사연구에 힘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0년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건설된 현 위치, 이화100주년기념박물관(박물관)에 개관했다.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은 올해 설립 80주년을 맞았다.

  박물관이 2일부터 내년 1월30일(토)까지 박물관 기증전시관에서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80년(특별전)’ 전시를 연다. 이번 특별전은 박물관이 설립 80주년을 기념해 개최하는 최초의 아카이브(archive) 전시(역사 기록 등을 전시하는 자료전)다. 관람객은 특별전을 통해 박물관이 설립된 1935년부터 현재까지 박물관이 걸어온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다. 전시는 크게 ▲학술연구 ▲전시연혁 ▲교육프로그램으로 나뉜다.

  특별전은 박물관이 진행해온 유물발굴의 역사를 되새기는 것에서 시작된다. 박물관은 1963년 경북 안동 조탑동 고분을 시작으로 발굴 사업에 착수했다. 당시 박물관은 본교 사학과, 사회생활학과 학생들로 구성된 한국 최초의 여성발굴단을 구성해 안동지역 조사와 경주 고분 등을 발굴했다. 이들은 1971년 경북 순흥 어숙묘에서 신라 벽화를 발견하기도 했다. 발견 당시 고분과 벽화의 모습은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유물을 발굴했을 때 사진과 유물 관련 정보를 날짜별로 기록한 발굴 조사 카드, 발굴 후 작성한 발굴 조사 보고서도 그대로 남아 있다. 유물을 발굴하는데 필요한 나침반 등 발굴 장비, 발굴 일정을 기록한 수첩, 고분에서 출토된 토기의 구조를 그린 삽도도 볼 수 있다.

  1960년대~1980년대 고분 발굴을 발판으로 1980년~1990년대에는 도요지 발굴(도자기 발굴)이 시작됐다. 박물관은 고려청자, 왕궁에 납품했던 백자도요지 등을 2003년까지 발굴해왔다. 박물관은 발굴사업과 연관된 유물을 구매하기도 하는데, ‘청자 상감 용·파도무늬 매병(사진1)’이 그것이다. 전시된 매병은 일본인들에 의해 도굴된 부안 유천리 청자요지의 파편 일부를 구입해 복원한 것이다. 모든 파편을 입수하지 못해서 매병의 허리는 뻥 뚫려 있다. 청화로 그려진 용의 꼬리와 구름이 살짝 보이는 파편 ‘백자 청화 천마 무늬 호 뚜껑 편’과 ‘백자 청화 용·구름무늬 호’도 전시했다.

  유물발굴의 역사는 당시 촬영된 사진과 함께 정리된 발굴 연표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발굴을 시작한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일렬로 나열된 연표에는 발굴한 유적지, 발굴 기간이 적혀 있다.

  유물발굴 전시가 끝나는 모퉁이를 돌면 유물발굴의 80년 역사, 전시, 교육 및 행사를 담은 영상이 스크린에 나온다. 박물관은 안동 조탑동 고분, 경주 황오리 33호분 등 유물 발굴조사 과정에서 촬영한 사진 등을 슬라이드쇼로 정리했다. 관람객은 스크린 앞에 배치된 의자에 앉아 앞서 봤던 전시를 정리하고, 앞으로 관람할 내용을 미리 볼 수 있다.

  스크린에서 오른쪽으로 몸을 돌리면 특별전, 기획전 등 그동안 박물관이 열었던 전시회 기록들이 보인다. 1935년 ‘개관전’, 1982년 특별전 ‘소반전’ 등 이전 전시장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테이블 위에 유물을 놓고 출입통제선으로 막은 사진 속 전시장 모습은 유리 벽을 통해서 전시를 감상해야 하는 지금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1972년 첫 특별전 ‘옛 여인의 향기’부터 제작하기 시작한 도록(전시되는 작품명, 작품설명 등의 정보를 담은 책), 주황색 바탕에 전시 명만 쓰여 있는 전시엽서, 제2회 대학박물관 연합 특별전시회 방명록(사진2), ‘2005 올해의 예술상’ 상패 등도 함께 진열됐다.


  전시회 기록을 살펴보고 나면 박물관이 진행 중인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관련된 사진, 영상,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청소년 역사문화 탐방교육 ‘고등학생들과 함께 서울역사문화 지도 만들기’에 참가한 학생이 제작한 영상은 서울에 있는 역사 문화지를 포졸의 모습을 한 캐릭터가 설명하는 방식으로 흘러갔다. 이외에도 박물관 전시와 연계해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가 그린 수묵, 시각장애인이 만든 황토색 점토로 만든 소조상(사진3, 사람이나 도깨비 등의 얼굴만 표현한 것) 등도 전시됐다.

  특별전은 박물관의 굵직한 사건과 그동안 진행된 대표적인 전시를 보도한 일간지 기사를 간단히 정리한다. ▲한국 최초로 여성발굴단 구성 ▲전통과 현대예술을 접목한 전시 ‘시간을 넘어선 울림-전통과 현대’(‘2005년 올해의 예술상’ 수상한 전시) ▲박물관 80주년 등 이슈가 된 일간지 기사와 함께 보도사진을 전시해 박물관이 80년간 지켜온 자부심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이번 특별전을 담당한 박물관 김주연 학예연구원은 “전시, 학술조사, 교육 등 박물관이 해왔던 일들을 총체적으로 정리한 전시”라며 “학생들이 특별전을 통해 박물관의 긴 역사와 많은 활동을 알게 되고, 더불어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별전을 관람한 권해인(문정·14)씨는 “80년 동안 박물관 역사를 이어온 것이 대단하다”며 “최초로 여성고분발굴단을 구성한 것이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사진=김지현 기자 wlguswlgus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