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에서 맛 본 여유
베네치아에서 맛 본 여유
  • 정소영(초교∙13)
  • 승인 2015.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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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카 포스타리 대학(Ca' Poscari)

  이탈리아를 여행한 사람들은 대부분 파스타, 라자냐, 젤라또 그리고 잘생긴 남자들을 기억한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수많은 도시들 중 베네치아를 가장 아름다운 물의 도시라고 추억한다. 수많은 여행객들의 이야기를 듣고 베네치아 카 포스타리 (Ca’ Foscari) 대학에 교환학생 파견을 신청했다. 이탈리아어를 한마디도 모르고 시작한 교환학생이 벌써 한 달이 지난 지금 베네치아에서의 모든 것들은 기대 이상으로 아름답고 신비롭다.


  베네치아 카 포스카리 (Ca’ Foscari) 대학은 베네치아 곳곳에 위치한 작은 건물로 이루어진 대학이다. 인문, 경제, 과학, 언어 4개의 분야를 공부할 수 있고 유럽 전역에서 다양한 학생들이 모여있다. 이탈리아어 보다 영어로 이야기할 상황이 더 많은 것은 독일, 프랑스, 미국, 그리스 등에서 온 학생들과 교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탈리아에서 영어 회화를 연습하는 아이러니한 경험을 하고 있다.

  베네치아가 관광의 중심지이기 때문에 학교 캠퍼스라고 상상하지 못한 건물에서 수업을 듣는 것도 낭만적이지만 무엇보다 카 포스카리 (Ca’ Foscari) 대학은 출결이 자유롭다. 교수님들 조차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수업에 오지 않을 학생은 어떻게 공부하면 좋은지 설명해 주신다. 덕분에 일주일 동안 단 한번도 수업에 가지 않는 학생도 있다. 물론 나도 수업을 들은 기억이 거의 없다. 이렇게 자유로운 분위기 덕분에 학생들은 로마, 나폴리, 피렌체 등 이탈리아의 다른 도시들을 여행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밤새 파티를 하기도 한다. 나도 근교

  도시를 넘어 프랑스, 스위스, 영국 등 가까운 나라들로의 여행을 계획했다.
물론 베네치아에도 낭만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처음 한달 동안 너무 여유로운 이곳 사람들의 행정 처리에 답답해 속이 터질 것 같았다. 예를 들어, 우체국에 가면 여러 개의 창구들은 모두 닫혀있고 단 한 명의 직원이 일을 한다. 한 사람씩 일대일로 20분 이상 대응해주다 보니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한 시간 대기는 일상이다. 이들은 모두 태연하게 앉아 기다리는데 한국의 빠른 문화에 익숙했던 나는 몹시 답답했었다.

  하지만 이제 베네치아에 적응하며 이탈리아의 여유로움에 익숙해졌다. 기다리는 동안 창 밖으로 지나가는 다정한 노부부에 감탄하고 시속 10km 내외로 움직이는 배를 타고 학교에 등교한다. 삼시세끼 먹는 파스타와 피자에도 적응했고 이탈리아 특유의 손동작도 배우고 있다. 처음에는 이탈리아어를 모르는 채로 베네치아를 선택한 것이 무모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 되었다. 누군가 베네치아 교환학생을 고민한다면 무조건 추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