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불청객된 도서정가제
대학가 불청객된 도서정가제
  • 박지은 기자
  • 승인 201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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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불문·14)씨는 이번 학기 교재 구입 부담이 크게 늘었다. 도서정가제 개정안 시행 이후 도서 할인율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학기 김씨는 최대 50%까지 할인받아 약 10만원으로 교재를 구입했는데, 이번 학기는 도서 할인율이 10%로 낮아지면서 약 15만원으로 더 비싸게 교재를 구입해야 한다.


도서정가제 시행 여파가 대학가에도 미치고 있다. 작년 11월21일 도서정가제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도서 할인율이 낮아져 학생들의 재정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학 도서관들 역시 도서정가제의 부담을 피할 수 없다.


도서정가제는 출판사가 책의 가격을 정하면 도서의 정가대로 팔되, 정해진 구간에서 일부 할인을 허용하는 제도다. 이는 법령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22조에 따라 높은 할인율로 인해 운영이 힘들어진 소규모 출판사와 서점을 살리고 양질의 책을 발굴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됐다. OECD 회원국 중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 16개 국가가 도서정가제를 시행 중이다.


문제는 낮아진 할인율이다. 도서정가제 개정 전에는 18개월 미만의 신간은 정가의 19%까지, 18개월 이상 도서는 그 이상 할인이 가능했다. 그러나 현행 도서정가제에 따르면 기간에 상관없이 모든 도서가 정가의 10%만 할인받을 수 있다.


학생들은 이에 불만을 표했다. 김희연(불문·13)씨는 지난 학기 ‘고전읽기와 글쓰기’ 수업을 위해 인터넷 서점 ‘YES24’에서 책 5권을 샀다. 도서정가제 개정 시행 전이었던 당시 정가 6만500원에서 20% 할인을 받아 4만8200원으로 책을 구매했다. 그런데 도서정가제 개정 후 같은 책의 가격을 다시 계산해보니 5만5100원으로 상승한 것을 알 수 있었다. 피트 준비생 ㄱ씨는 “사고 싶은 책이 있을 때 할인율이 높아지기를 기다려 책을 사곤 했다”며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도서 할인율이 10%로 고정돼 정가에 가깝게 책을 구입할 수밖에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대학 도서관도 예외는 아니다. 도서정가제 시행 후 도서구입 비용 부담은 늘어났지만 도서관 예산 증가가 없는 일부 대학은 피해가 불가피하다. 이러한 대학 도서관은 도서구입 기준을 강화하거나 구매를 줄이는 등의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본교 중앙도서관 관계자는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에도 예산 증감은 없다”며 “최대 할인율 10%를 적용받아 도서를 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중앙도서관 학술정보관리부 주태훈 과장은 “동일본은 한 권 이상 사지 않고 학생 이용신청 도서 위주로 구입해 제한을 둘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대문구에 위치한 A대학 중앙도서관 관계자는 “도서정가제가 시행 된 후 예산 상으로 압박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물가상승 및 도서정가제 시행을 고려해 구매 도서의 선정기준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는 외국은 학교 교재 구입에 대해서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었다. 1981년부터 도서정가제를 시행한 프랑스는 랑법 제3조에 따라 학생들의 학교 교재 구입을 위해 결성된 학부모회나 학생회 같은 단체에서 책을 구매할 때는 법정 할인율 이상을 할인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조항이 없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이러한 도서 구입 부담감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 줄 것을 당부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3개월 동안 신간 도서의 책값 거품이 꺼지고 있다”며 “출판사들이 가격을 자체적으로 인하해 독자의 구매력 강화와 중소서점의 경쟁력을 살리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적응단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