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박혜진씨 인터뷰

▲ 조선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분 수상자 박혜진씨 김혜선 기자 memober@ewhain.net

정보화 사회. 오늘날 사람들은 무수히 많은 정보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모든 정보를 ‘제대로’ 아는 것은 아니다. 여기, 정보화 사회 속에서 소비되고 있는 정보의 양산과 변화하는 인간상의 문제를 날카롭게 꼬집는 사람이 있다. ‘2015 조선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부문 당선자 박혜진(국문·10년졸)씨다.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은 박씨가 당선된 올해에는 15편의 글이 응모됐다. 그를 1월5일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박씨의 당선작 ‘없는 얼굴로 돌아보라’는 김엄지 작가의 작품을 통해 무분별하게 많은 정보가 난무하는 사회를 비판한다. 그가 평론한 김 작가 소설의 특징은 ‘모호성’이다. 김 작가의 작품 속 등장인물은 책 속의 수많은 설명을 읽고 사건을 파악해도 정체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박씨는 이러한 김 작가 소설의 특징인 ‘의도된 무지’에 주목했다. 그는 의도된 무지란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끝내 핵심을 파악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김 작가의 작품을 정보가 넘쳐나는 이 사회와 연결지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정보의 90%가 지난 2년 동안 만들어졌다고 해요. 이렇게 많은 정보의 대부분은 페이스북, 트위터 같이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형태죠.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을 알고 싶을 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무척 많지만 대부분이 사적이고 주관적인 것이에요. 많은 것을 알고 있어도 정확히 알지는 못하는 것, 그런 그릇된 앎이 만연한 현대 사회를 김엄지 작품이 잘 반영했다고 생각했어요.”


박씨는 민음사 한국문학팀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그는 낮에는 편집자로 일하며 밤에는 평론을 썼다. 실제로 유럽의 경우 편집자의 상당수가 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작품을 읽고 자신의 의견을 적용해 독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이 본질적으로 같기 때문이다.


“시간을 할애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회사생활을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평론을 쓰면서 풀었어요. 편집자와 평론가 각각이 발산하는 에너지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한 작품을 향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작품과 사회의 연결고리를 찾고 그것이 갖는 의미를 글에 담아낸다. 작품 안에서만 깊이 있게 읽어나가는 일반적인 문학 평론과는 사뭇 다르다. “문학 작품을 동시대의 맥락안에서 읽으려고 항상 노력해요. 대중이 살고 있는 시공간 안에서 작품이 어떤 의미가 있는 지 생각해보고 싶었거든요. 그게 평론가가 독자와 소통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박씨의 희망은 독자와 문학 사이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매개자가 되는 것이다. 그는 공감을 통해 독자들의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은 것이다. “어렸을 때 「허삼관 매혈기」라는 책을 너무나도 재밌게 읽었어요. 독서를 끝낸 뒤 평론을 읽으면서 독서 후 고조된 기분을 함께 공감할 수 있었죠. 평론은 그 작품에 대해 함께 애기하는 친구 같은 존재인 것 같아요. 독자들이 평론을 통해 공감의 극에 달하는 즐거움을 함께 느꼈으면 해요.”


박씨는 최근 대학생이 문학에 관심이 적어진 것에 대해서도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했다. “예전보다 소설을 읽는 사람들이 적어진 것 같아요. 지금은 대중들이 영화, 게임 등 여러 가지 방식을 통해 이야기에 대한 갈망을 해소시켜요. 이런 의미에서 이야기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대중소설의 층이 두터워졌으면 좋겠어요.”


요즘 그는 글을 전달하는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일반적인 평론글이 평론집이나 문학잡지에만 실리기 때문에 대중이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대중이 평론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블로그에 평론글을 올리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소비되는 글을 쓰고 싶은 것이 평론가 박씨의 또 다른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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