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에 쫓기듯 보낸 대학시절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하고싶은 것'을 하는 것

지난 23일, 황사로 뿌연 날씨 속에도 밝은 표정을 한 이화인 선배들이 졸업을 했다. 이번에 졸업을 하시는 선배들 모두가 11학번인 것은 아니다. 요즘은 4년만에 대학을 졸업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은 않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졸업식에서는 각기 다른 연도에 입학한 이화인들이 함께 졸업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화에 입학해서부터 비교적 최근까지도 필자는 4년만에 졸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지난 6학기를 숨가쁘게 달려왔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도 자부한다. 그러나 개강을 앞두니 돌연 다가오는 7학기가 두려워졌다. 4년만에 대학을 졸업을 하겠다고 다짐했던 필자가 그 4년의 마지막 학년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마지막 학년을 앞둔 지금은 휴학을 하지 않겠다는 그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휴학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주변의 많은 휴학생들이었다. 휴학을 하고 인턴을 하면서 학교 다닐 때 보다 더 바쁘게 살아가는 선배, 동기, 후배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들을 축하하고 격려하는 마음 이면에는 어떻게 인턴을 구했을까 하는 궁금증과 조바심도 생겼다. 인턴을 구하고 그 일을 멋있게 수행하며 사회 생활을 준비하는 그들의 모습이 멋있고 그런 그들과 내 자신이 비교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필자는 휴학을 하기 위해 목표를 세웠다. ‘인턴을 해보자.’ 열심히 인턴을 찾았고, 우연히 기업에서 자기 소개서를 좋게 봐줘 면접까지 갔지만 결국 떨어졌다. 휴학을 위한 인턴 구직이었지, 인턴을 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아니었음이 기업 관계자들에겐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필자는 대학 생활의 막바지에 이르러 무엇이든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열정이 아닌,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또 다른 스펙을 만들어 내려 한 것이다.


부모님 세대는 이러한 우리 세대를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대학을 나오면 어렵지 않게 취직했다. 아버지는 면접 때 영어로 가족 소개 해 보라는 면접관에게 ‘영어 못합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던 일화를 아직도 가끔 얘기하신다. 그만큼 쉬웠던 취업. 그런 당신의 삶 때문인지, 아버지는 스펙에 전전긍긍하는 필자를 이해하지 못하셨다. 오히려 왜 자꾸 남들 하는 것을 쫓아 휴학을 하려고 하느냐고 필자를 다그치셨다. 끝내는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지 못한 필자에게, ‘청춘’인데 왜 뒤돌아 보고 쉬어가려 하냐고 반문하셨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솔직한 답은 ‘불안해서’가 아닐까 싶다. 불안하다. 취업은 어렵다고 하고 남들은 훨씬 앞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시간은 흐르지만 준비가 안 된 내 자신이 그와 비교돼 보였다. 그뿐만 아니다. 대학생이라는 신분을 가진 기간 동안 하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해야 하는 것들에 쫓겨, 지금 이 시절이 아니면 해 보지 못하는 하고 싶은 것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것이다. 그래서 휴학을 하면, 학기가 멈추어 대학생으로서의 시간을 벌어 줄 것만 같았다. 그래서 휴학이 너무, 정말, 진심으로 간절했다.


하지만 결국 아버지를 설득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오는 2015년 3월의 봄, 이화의 교정에서 또 한 번 학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러한 기세라면 아마도, 이 봄은 이화에서의 마지막 봄일 것이다. 남은 두 학기는 더 바쁠 예정이다. 지난 6학기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도 아직 ‘해야 하는 것’들과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여전히 불안하고, 남들처럼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쉬이 가시지는 않겠지만, 이번 학기는 ‘하고 싶은 것’들을 더 해 볼까 한다. 그래서 내년 이맘때쯤엔 속 시원한 마음으로 선배들처럼 학사모를 던질 수 있기를!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