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비서관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법을 배운다. 우유 마시는 법이나 엄마의 젖가슴을 찾아내는 법부터 시작해, 젓가락질 하는 법, 화장실에서 줄을 서는 법, 등교하는 법, 입시경쟁에서 이기는 법, 토익을 잘 보는 법, 운전하는 법, 화장법 등… 평생을 걸쳐 배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모난 개별 인간을 법의 틀 안에서 자신을 맞춰가는 곳이라면, 국회는 망치와 조각칼을 가지고 깨고, 깎거나 덧대며 법을 만들어가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 사람은 지금까지 배워온 것들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왜 음주운전은 가중처벌을 받는데, 음주성폭행은 형량감경을 받을까? 왜 이마트는 월2일을 쉬는데, 하나로마트는 안 쉴까? 왜 원자력발전소를 짓는 법률은 있는데 부수는 법률은 없을까?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방향을 찾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정관념, 인식의 경계를 경계하고, 한 가지 사물을 여러 가지 각도로 살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것이 국회 보좌진에게 필요한 능력이다.

국회 보좌진은 늘 뉴스와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치는 시장판이라면, 국회의 시장판에서 가장 붐비는 오거리다. 국회에서 일하다보면 세상 돌아가는 일을 예민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저 남해 진도에서 수백명의 학생을 실은 배가 침몰한 것도 정치요,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도 정치다. 지하철 1호선이 고장 난 것도 정치이며, 휴대폰 보조금과 구멍가게 담배 값도 정치다.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니, 늘 어느 수준의 긴장감을 가지고 산다. 직업병이 심한 경우, 공중목욕탕에 갈 때 지퍼락에 휴대폰을 넣어가지고 사우나에 들어가는 보좌진도 보았으니, 하루하루의 긴장감이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에 비해 훨씬 크다. 필자 역시 뉴스 중독자다. 보좌진은 늘 뉴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국회의원은 1인당 9명~10명의 보좌진을 채용한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300명이니 대한민국에 나와 같은 직업을 가진 이는 고작 3000명이다. 국회의원이 채용의 주체이며, 최근에는 공개채용이 늘어나고 있지만, 업무 보안이나 정치적 성향 등의 조건으로 인해 개인의 친분이나 주변의 추천을 보좌진 채용한다.

연봉은 일반 공무원보다 높지만, 4년짜리 별정직이기 때문에 신분이 불안정한 직업이다. 불안정한 신분 외에도, 국회의원의 스케쥴에 따라 일한다는 점, 1달간 혹독하게 야근하는 국정감사라는 연중행사를 치러야 하는 점 등이 다른 직업들과는 다르다.

궁극적으로, 국회 보좌진은 보람 있는 직업이라고 확신한다. 국회의원의 손과 다리, 때로는 머리, 때로는 눈, 때로는 귀가 된다. 국회의원을 보좌하면서도 넓게 보면 의정파트너다. 나와 같은 신념을 가진 국회의원과 함께 옳다는 믿는 가치를 실현, 실천할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탐정처럼 파고들어 장관후보자의 땅투기 의혹을 찾아내는 일도 하고, 암행어사처럼 행정부의 장부, 영수증을 뒤져가며 낭비와 비리를 찾아내기도 한다. 공무원 관료들이 놓치고 넘어가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서 정부정책에 반영하도록 조치하고, 억울하지만 어디 오갈 때 없는 사람에게 힘이 되기도 한다. 국회 보좌진은 팔색조의 매력을 지녔다고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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