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7대 총학 선거가 함께 이화 선본의 당선으로 마무리 됐지만, 해당 선본 행보에 대한 갑론을박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은 본교 학칙 기준에 미달되는 함께 이화 박유진 정후보의 누계 성적이다.

  선거 이전부터 지속돼온 박 정후보의 성적 기준 미달 논란은 투표 종료 일주일이 지났지만(28일 기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학생처 측은 본교 학칙에 명시된 학생 단체 임원의 성적 자격을 충족하지

못하는 당선 선본의 정통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함께 이화 측은 학생 자치기구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선관위)에서 별다른 제재 조치 없이 선본 유지가 결정됐으며 총학 선거가 유권자인 학생들에 의해 직선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그 자격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교 측이 근거로 삼고 있는 학칙 기준은 본교 ‘학칙시행세칙’ 제12장 제43조 제6항에 나와 있는 학생 단체의 임원의 자격에 관한 조항이다. 이에 따르면 학생 단체의 모든 임원은 4학기 이상 재학한 학생이어야 하며, 입후보 당시 총 평균성적이 2.00 이상으로 징계를 받지 않은 학생이어야 한다. 당선된 선본인 함께 이화의 박유진 정후보는 성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중선관위 회의를 거쳐 후보 당시 자격이 유지됐고 72.31%의 지지율을 얻으며 당선됐다. 이에 학생처 측은 “본교의 학생이라면 모두 학칙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며 “이번 총학 선거 자체는 물론 그에 따른 어떠한 결과에 대해서도 정통성을 인정할 수 없으며 당선 선본은 총학에 부여된 일체의 예산·공간·행정적 권한을 행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함께 이화는 등록금심의위원회, 평의원회 등 총학생회장이 당연직으로 참석 가능하던 공식 협의회에 참석할 수 없으며 학생회비의 청구 및 집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학생수첩 제작,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대동제 등 또한 진행할 수 없다.

  함께 이화는 이러한 학생처의 입장이 학생 자치에 대한 침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함께 이화 측은 총학생회장의 지위는 학교가 아닌 학생들로부터 부여받는 것이며 학교가 이를 부정하는 것은 명백하게 학생 자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학생 자치기구인 중선관위에서 그 자격에 문제가 없음을 두 번이나 인정했으며, 이후 학생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선본을 지지했다는 점을 가장 큰 근거로 꼽았다. 함께 이화 측은 “학생들이 부여한 총학생회장의 지위를 학교가 부정하는 것은 학생 자치에 대한 학교의 지나친 간섭”이라며 “이후 예산 집행 등에 문제가 생길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당선 선본의 법적 대응이 성공할 가능성은 적다는 전망이다. 전문가는 고등교육법상에서 총학의 활동은 학칙으로 규정되고 있기 때문에 학칙을 위반한 총학에 대해 학교가 자격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이룸’ 정은선 변호사는 “학칙에 위반하여 당선된 총학은 고등교육법으로 인정되는 학생자치활동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학교에서 학생회실 제공, 학생회비 수납 및 지급, 각종 협의회 참석 등을 막겠다고 해도 방법이 없다”며 “해당 학칙 자체가 부당하다는 점을 근거로 법적 대응을 하더라도 성적 2.0이 과도한 제약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소송 제기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학교와 총학의 대립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도 상반되고 있다. 윤다혜(정외·12)씨는 “애초에 학생 대표자로 입후보하고자 했다면 학교가 정한 학칙을 충분히 인지한 후 입후보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이런 면에서 주의성이나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정연수(방송영상·11)씨는 "총학생회의 성적 자격을 학칙으로 정해야하는 필요성은 일정 부분 인정하지만 학생들이 그런 점을 알면서도 직접 함께 이화를 뽑았다는 것에도 의의가 있다"며 "학교가 학칙에 어긋난다고 해서 무조건 안 된다고 하는 것 보단 그들을 뽑은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타대도 총학 성적 규정과 관련해 잡음이 일기도 했다. 서울대는 올해 당선됐던 총학생회장이 학사경고를 2번 받으면서 제명됐으며, 이에 함께 활동하던 부총학생회장 역시 사퇴권고안을 받고 결국 사퇴했다. 서울대는 ‘학생회 및 학생단체지도 규정’ 제10조에서 학생회 임원의 성적 기준을 평점 평균 C0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대 김태현(에너지자원공학·12)씨는 “성적 기준을 지키지 못한 것은 성실하지 못한 학교생활의 반증인데, 이러한 총학이 어떻게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제명이 된 선본에서 다시 단일선본으로 출마하는 등 계속된 논란이 선거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러한 총학의 논란은 유권자인 학생들에게 선거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게 했고, 이는 결국 낮은 투표율로 이어졌다. 서울대는 이번 선거에서 연장 투표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46.9%의 투표율로 선거가 무산됐으며, 본교도 개표 가능 투표율인 50%를 겨우 넘기는 수준이었다. 이지원(방송영상·12)씨는 “학생을 대표하는 만큼 누구보다 결격사유가 없어야 할 총학이 계속해서 논란을 야기하는 것이 실망스럽다”며 “이러한 논란이 총학에 대한 신뢰와 투표에 대한 의지를 잃게 하는 요인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함께이화 일문일답>
- 당선 이후, 학교와 총학생회장 자격 및 학칙과 관련해 논의가 있었나
  총학생회(총학)에서 학교 측에 중선관위, 당선자, 학생처와의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학생처로부터 선거 자체가 불공정하게 진행됐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것과 중선관위와의 면담만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받았다.

- 서울대, 중앙대 등 타대에도 총학생회장의 성적을 비슷한 수준으로 제한하는 규정이 있다
  학칙 자체가 있지만 모든 대학이 이를 근거로 피선거권을 제한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서울대 제56대 총학생회장과 고려대 제42대 총학생회장이 이 자격에 충족하지 못했지만 선거는 문제 없이 진행됐다. 이처럼 타대의 성적 관련 학칙은 사문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본교에는 임원자격 이외에도 학생 활동에 대한 학생들이 알지 못하고 지켜지지 않는 학칙이 많이 있는데 학교가 이에 대한 제재는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점을 볼 때 학교가 총학 선거에 의도적으로 개입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학생 자치에 대한 명백한 탄압이다.

- 본지가 직접 변호사를 통해 자문한 결과 해당 학칙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며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승소 가능성이 낮다는 자문 의견을 받았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법적 대응은 단순히 민사·형사 소송이 아니다. 학칙 문제 자체가 고등교육법과 연관이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고등교육법 개정을 요구할 것이다. 총학은 학교가 만든 것이 아닌데 총학의 활동이 학칙으로 보장된다는 것은 총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조항이다. 이미 다른 학교들에서도 수년 전부터 비민주적인 학칙에 대한 반대 움직임을 만들어왔다. 우리는 이 움직임을 이어가기 위해 비민주적인 학칙으로 자치 탄압이 이루어진 타대 사례를 수집해 공동으로 법 개정을 위한 움직임을 만들 것이다. 일단 올해 안으로 비민주적인 학칙과 고등교육법에 대한 공동토론회를 기획하고 있다.

<학생처 일문일답>
- 함께 이화 선본 당선에 대한 학생처의 입장은
  학교의 규칙은 엄격히 준수되어야 하고, 이 점에 있어서는 타협이나 조정의 여지가 없다. 규칙과 원칙이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선거 과정에서 학교 규칙이 정한 자격에 있어 결격 사실이 있음을 알고도 적절한 조치 없이 선거를 강행하여 공정성을 잃고, 학교 질서를 무너뜨린 위법적 행위를 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학칙을 위반한 당사자가 해당 학칙을 개정하겠다고 주장하고, 선거 절차의 정당성은 뒤로한 채 선거 결과만 갖고 정통성을 인정받으려는 이번 문제는 한 해를 버텨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함께 이화’ 선본은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지고 스스로 용단을 내리는 것이 지혜로운 처사라고 생각한다.
  
- 당선 선본이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하게 될 경우, 어떤 결과가 발생하나
  2015년 1월 1일부터는 총학생회실과 그 부속시설의 사용이 전면 중지되고, 학생활동의 재원이 되는 학생회비의 청구 및 집행이 불가하게 되며, 학교가 재정 지원하던 신입생 환영행사, 대동제 등 학생 행사에 대한 교비 지원이 중단된다. 또한 졸업앨범 촬영, 학생수첩 제작과 배부 등에 있어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학생지원팀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일반 학생들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할 계획이다.

- 함께 이화 뿐 아니라 중선관위 등이 현 학칙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인데, 만약 학칙 개정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시작된다면
  법률 불소급의 원칙이란 것이 있다. 법은 시행 후에 발생된 사항에 대하여 적용되며, 그 시행 전에 발생한 사항에 대하여는 소급하여 적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그 시행 이전의 사항에 대하여서도 새로운 법을 적용한다면 법 질서가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령 학칙이 개정된다 하여도 개정 전에 발생한 사실에 대해 소급 적용은 불가하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