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재복 디자이너
▲ 사진제공=황재복 디자이너

  순백의 웨딩드레스 앞에서 미소를 짓지 않을 여자가 있을까. 여자의 인생에서 웨딩드레스는 남은 인생에 대한 설렘을 가져다주는 매개체가 되곤 한다. 배우 한가인의 웨딩드레스를 제작해 유명세를 탄 디자이너. 대한민국에서 누구보다 웨딩드레스를 잘 만든다는 황재복 디자이너(영문·83년졸)를 11월26일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황재복 웨딩 클래식’에서 만났다.

  여느 웨딩드레스 샵과 달리 그의 샵은 쇼윈도 하나 없는 가정집 같은 모양새였다. 자신의 웨딩드레스를 밖에서 볼 수 있게 해놓지도 않고 오히려 굳게 문이 닫혀 있다. 쇼윈도에 자신의 웨딩드레스를 걸어 놓지 않아도 황 디자이너의 샵을 찾는 고객들의 발걸음은 끊이질 않았다. 굳게 닫힌 문이 오히려 자신의 웨딩드레스에 대한 그의 자부심을 뜻하는 듯했다.

  인터뷰를 가기 전, 궁금함이 앞섰다. 어떤 사람이 웨딩드레스를 잘 만든다고 소문이 났을까.  후배를 만나 반갑다며 입을 떼는 황 디자이너의 첫 모습에서 유쾌함이 느껴졌다. 그는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영어영문학 학사, 디자인 전공 석사, 동양예술·철학 박사 과정을 공부한 이력만 봐도 그랬다.

  “학위가 필요하기보다는 제 열정과 호기심이 이끌어간 길이였죠. 공부를 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도 요즘 도전하고 있는 일들도 비슷해요.” 

  가장 행복한 날의 실수. 황 디자이너가 신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웨딩드레스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25살의 어린 신부였던 황 디자이너가 입은 웨딩드레스는 그를 속상하게 만들었다.

  “의상 디자인을 공부하던 대학원생 시절에 결혼을 했어요. 옷에 대한 감각하면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죠. 그러나 제 웨딩드레스는 저의 신체적 결점을 전혀 보완해주지 못한 드레스였고 소품 역시 그랬어요. 사람이 가진 몸 선은 제각각 다른데 웨딩드레스가 마치 기성복처럼 천편일률 적으로 만들어져 있었거든요. 이 같은 실수 때문에 앞으로 신부들이 저 같은 경험을 하지 않게끔 개개인의 체형에 맞는 드레스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황 디자이너의 웨딩드레스가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흔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혼식 때 그의 드레스를 입은 한 신부는 황 디자이너의 드레스를 ‘꿈의 드레스’라고 비유했다.

  “가장 좋은 옷은 사람들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 같은 아름다움이 극대화 되어야 할 순간이 바로 결혼식이죠. 그래서 손님들의 체형 차이를 고려해 디자인을 하고 또

원하지만 차마 디자이너에게 말하지 못했던 하는 부분들을 정확히 파악해 신부에게 어울리는 이미지를 웨딩드레스 디자인에 녹여내요. 그래서 전 평생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결혼식을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려고 하죠.”

  황 디자이너의 고객들은 대한민국 상위 1%에 속하는 유명인들이다. 세간에는 배우 한가인의 웨딩드레스로 유명하지만 그 외에도 정·재계 인사들의 자녀가 황 디자이너의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화려해 보이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그의 웨딩드레스는 입소문을 탔다.
 
  당대 최고의 웨딩드레스 디자이너인 그녀는 고민에 빠졌다. 자신이 만드는 웨딩드레스를 입을 수 있는 대상이 지나치게 소수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신부들이 황재복 드레스를 입고 또 행복을 나눌 수 있게끔 해주고 싶었다. 이같은 그의 바람이 담겨 황 디자이너의 세컨드 브랜드인 ‘세이 황재복’이 최근 론칭했다.

  “세이 황재복이란 이름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어요. 외동딸 ‘세희’의 이름에서 따온 ‘세이’는 영어로 ‘Say(말하다)’를 의미해요. 이 같은 브랜드 명에는 ‘황재복이 세상과 소통하겠다’는 바람도 담겨있어요. 세이 황재복을 통해 좋은 가격으로 큰 만족을 주고 싶고,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재능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러나 이 같은 바람에도 한계는 있었다. 세이 황재복의 100만 원대 렌트 웨딩드레스가 다른 중저가 브랜드에 비하면 고가였던 것. 그래서 황 디자이너는 ‘너의 결혼을 디자인하라’라는 책을 올해 10월13일 출간했다. 그의 생각과 가치를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혼을 준비하는 신부를 위한 바이블, 황 디자이너의 책에는 ▲예복의 의미를 잊지 말자 ▲시어머니는 최고의 키 플레이어 ▲결혼생활은 직장 생활하듯 해라 등 웨딩드레스를 고르는 순간부터 결혼생활을 속에서의 내용까지 결혼에 대한 모든 내용을 망라해 담고 있다.

  “딸이 27세가 됐어요. 다양한 결혼들을 보고 느껴온 엄마로서 의미 있는 결혼 선물을 주고 싶었어요. 결혼으로 인해 생기는 수많은 일들을 당면할 때, 딸에게 ‘내가 살아가면서 보니 이런 방법도 있더라’고 말하는 일종의 조언을 담은 책이 되길 바랐죠. 그래서 이 책은 제 딸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딸들을 위해 엄마의 마음으로 쓴 책이라고 생각해요.”

  이화인들은 그의 또 다른 뮤즈다.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여성 엘리트를 대표하는 이화인들이 자신이 지향하는 웨딩드레스 철학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제가 만든 웨딩드레스의 컨셉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들은 이화인이에요.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이화인들이기 때문이에요. 웨딩드레스에 담긴 세련미를 이화인들은 잘 소화해내더라고요.”

  매사에 당당한 황 디자이너는 누가 봐도 이화인이었다. 그는 후배들에게도 모교가 이화라는 것을 잊지 말 것을 당부했다.

  “자신의 인생에서 이화는 불변의 상징이자 자신의 브랜드예요. 이화를 함께 나왔다는 이유만으로도 사회에서 만난 선·후배들이 두 팔 걷고 여러분을 도와줄 거예요. 졸업한 선배들은 세상 곳곳에서 이화의 이름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어요. 이화 출신이라는 것을 자부심을 가지길 바라요. 저 또한 더 멋진 이화인 선배가 되기 위해 열정적으로 살아갈 예정입니다.”

  대한민국의 신부라면 한 번쯤 입고 싶어 하는 황 디자이너의 웨딩드레스. 그는 인터뷰를 끝내고도 웨딩드레스에 ‘열정’과 ‘행복’이라는 특별한 주문을 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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