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신생아를 위한 모자 떠준 발달장애인 지역사회생활 아카데미 '이-아콜라' 인터뷰

▲ 11월27일 오후4시30분 서울 마포구 세이브더칠드런 사옥 1층 컨퍼런스 룸에서 이-아콜라 22기 수강생들과 강사, 자원봉사자 7명이 직접 뜬 모자를 세이브더칠드런에 전달했다. 홍숙영 기자 jikkal@ewhain.net
▲ 지난 2001년부터 14년 동안 본교 평생교육원 발달장애인 지역사회생활 아카데미(이-아콜라, E-ACOLA)를 운영한 박승희 교수 홍숙영 기자 jikkal@ewhain.net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협동해 만든 털실 모자가 바다 건너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전달된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아온 장애인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도움을 베풀게된 것이다. 이러한 아름다운 나눔의 주인공은 본교 평생교육원 발달장애인 지역사회생활 아카데미(이-아콜라, E-ACOLA, Ewha Academy for COmmunity Living of Adults with developmental disabilities) 22기 수강생 14명이다. 본지는 11월25일~27일 이-아콜라를 통해 도움의 환원에 동참한 박승희 교수(특수교육과), 자원활동자 이서진(특교·12)씨, 신생아 모자 뜨개질 수업의 강사였던 최혜리(특수교육과 석사과정)씨와 22기 수강생인 최정윤씨를 만났다.

  이-아콜라는 성인기 발달장애인의 독립성을 증진하고 지역사회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우리나라 최초 평생교육 프로그램이다. 박 교수가 지난 2001년부터 14년 동안 운영한 이 프로그램은 발달장애인의 성인기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성인기 예절, 아이패드 사용기술, 여가 기술 등으로 학기마다 교육과정이 다르게 구성돼 있다. 이-아콜라는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이 주최하는 ‘신생아 살리기 모자 뜨기 캠페인 시즌7’ 참여의 일환으로, 지난 학기 매주 토요일마다 신생아 모자 뜨개질 수업을 진행했다.

  수강생들은 특별활동 시간을 통해 신생아 모자 뜨기를 처음 접했다. “1학기 교육과정 회의를 하던 중, 당시 유행이었던 신생아 모자 뜨기를 통해 수강생들이 공공선에 기여하자는 취지에서 이 수업을 만들었어요. 평생 도움을 많이 받았던 수강생들이 지구 멀리 떨어져 있는 아프리카 신생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된 거죠.”(박 교수)

  수강생뿐 아니라 자원활동자도 뜨개질에 익숙지 않아 수업이 끝나면 강사 최씨가 모두 수거해 일부는 다시 뜨기도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지난주에 가르쳐줬던 것을 다 잊어버린 수강생에게 다시 가르쳐주기도 하고 잘못 뜬 부분은 다시 풀고 뜨기도 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박 교수, 강사 최씨, 자원활동자 이씨는 다른 사람과 마음을 나누는 법을 익혀 한 층 성장한 수강생의 모습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완성품을 만들어냈다는 것에 가장 큰 보람을 느꼈죠.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야 했던 수강생들이 누군가를 스스로 도와줄 수 있다는 게 감동이었어요.”(자원활동자 이씨)

  “모자와 함께 아프리카 신생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담은 영상편지도 제작했어요. 수강생들이 아기들이 이 모자를 쓰고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면서 그들이 따뜻함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을 배웠다는 걸 느꼈죠.”(강사 최씨)

  수강생 최씨는 아프리카 신생아들의 건강에 대해 걱정하며 모자 뜨기를 또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이 수업을 통해 나눔의 즐거움을 깨달았다며 들뜬 표정으로 얘기했다. “불쌍한 아기들을 보면 슬프고 마음이 아파요. 우리의 도움을 받고 아기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다음에 신생아 모자 뜨기를 하게 되면 또 참여해서 좋은 일을 더 하고 싶어요.”

  한편으로 수강생들의 공부해야할 양과 시간적 제약으로 인해 아쉬운 점도 있었다. 활발히 활동하기에 3시간은 너무 짧고 우리나라 최초다보니 아직까진 국가 차원의 지원이 미비해 이-아콜라의 규모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아무래도 성인기 발달장애인인 수강생들이 배워야 할 것이 워낙 많아요. 그러나 토요일 오전 3시간은 짧은 시간이니까요. 국가에서 지원을 해준다면 이-아콜라 수업을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할 수도 있고 이런 활동을 늘릴 수 있었겠죠.”(박 교수)

  모자 뜨기 수업은 장애인이 사회에 짐만 된다는 편견을 깨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그들은 이번 활동을 통해 소소한 기부로도 그들도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수강생들이 대단한 기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눔을 받을 상대를 생각하며 이들의 능력에서  실천을 했다는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에요. 장애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든가,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수 없다든가 하는 생각을 전환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죠. 모자를 전달함으로써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고 더불어 살아간다는 걸 깨닫게 될 것 같아요.”

  한편, 27일 오후4시30분 서울시 마포구 세이브더칠드런 사옥 1층 컨퍼런스 룸에서 이-아콜라 22기 수강생 최씨, 강사 최씨, 자원활동자 구슬(특교·11)씨, 조경현(특교·14)씨 등 7명은 직접 뜬 모자를 세이브더칠드런에게 전달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