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 브러더스 코리아(Warner Bros. Korea) Digital Distribution

  2012년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이후로 오랜만에 터진 대박이라고 들었다. 인터스텔라의 흥행 말이다. 미국에선 뜨뜻미지근한데 우리나라에선 개봉한 지 20일도 안 돼 7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봤고, IMAX 암표가 팔릴 정도로 대란이라니 입사 후 처음 맞는 대박 영화에 어리둥절하다. 이렇게 대승을 거두고 있는 인터스텔라는 이제 극장 상영 끝물에 들어섰다. 하지만 아쉬워하긴 이르다. 이 영화의 인생은 여기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한 편의 영화는 극장 상영, 디지털/DVD 판매, TV 방영으로 이어지는 생각보다 긴 인생을 산다. 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는 홀드백(한 편의 영화가 다른 수익과정으로 중심을 이동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 기간을 거쳐 부가판권 시장으로 넘어오는데 이때 배급사가 하는 일은 영화를 IPTV와 모바일 등 디지털 플랫폼에 서비스하는 것이다. TV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빅뱅 이론, 멘탈리스트 등의 TV 시리즈는 미국과 국내 케이블 TV 방영을 거친 후 디지털 윈도우에 들어온다. 이것이 흔히 알고 있는 VOD 서비스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디지털 사업부에서 영화와 TV 시리즈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필자는 고로 몇 달 후, 인터스텔라의 디지털 서비스를 준비할 예정이다.

  의외로 평범한 회사라서 놀란 이화인들도 있을 것 같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직원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영화제에도 자주 가고 할리우드 배우가 내한 오면 가까이서 얘기도 나누지 않느냐고 질문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서 하는 말이다. 혹시 이런 화려함을 꿈꾸고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진출하려는 이화인이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영화제에 가는 사람은 있지만 정말 소수고 배우의 내한 역시 우리 회사에선 어쩌다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 이다.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안타깝게도 입사 2년 차인 필자에겐 아직 그 비슷한 일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판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인생은 환갑부터’라는 말이 있듯이 영화의 인생 2막은 부가판권 시장에서 꽃을 피우는 게 아닐까 싶다. 극장에서 한 달 반짝 흥행하고 관객에게 잊히기보다 그때 봤던 그 영화가 갑자기 보고 싶을 때, 영원히 소장하고 싶을 때 영화가 그 진가를 발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이 부족하지만, 필자는 관객들의 그러한 욕망을 읽어내고 지나간 영화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굴해내는 이 일이 재밌다.

  이 글을 읽고 영화 부가 판권 시장에 흥미가 생겼다면 혹은 영화가 좋아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진출하고 싶은 이화인이 있다면 이것만은 꼭 기억하길 바란다. 업계는 좁고 이 분야에 진출하고자 하는 사람치고 영화를 안 좋아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을 말이다. 자신의 장점이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에 대해 많이 안다는 것이라면 미안하지만 이제 비로소 최소한을 갖춘 셈이라고 말 할 수밖에 없다.

  플러스알파를 원한다면 영화를 예술은 물론 산업의 틀에서도 볼 줄 알아야 한다. 이에 필자는 관심이 가는 영화를 하나 정해 그 생애 주기를 따라가 볼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이 영화를 판다면 어떤 플랫폼에서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요소를 강조할지 나름의 전략을 세워보길 바란다. 한 영화 마케팅 책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나온다. 스테이크를 판매하려면 지글거리는 소리와 냄새를 팔아라. 이 말 뜻을 이해한다면 이제 영화를 어떻게 봐야할지 조금은 감이 오지 않을까 싶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