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오후3시30분부터 ECC 나무계단에서 공동구매 된 하버드 후드 배구가 진행됐다. 출처=이대학보DB

  김민경(불문·13)씨는 아침에 일어나 옷장을 열어 ‘오늘은 어떤 하버드 후드를 입을까’를 고민한다. 하버드 후드는 본교생이 직접 디자인하고 공동구매를 통해 판매한 것이다. 김 씨는 하버드 후드의 디자인이 마음에 쏙 들어 빨간색, 남색, 베이지색 모두 3벌을 구매해 골라 입고 있다. 그녀는 후드 위에 최근 구매한 바람막이를 입고 역시 공동구매로 구매한 목도리를 두르고 등굣길에 나섰다. 바람막이 주머니에는 최근 공동구매가 열렸던 디즈니 카드지갑이 들어있다.

  공동구매가 본교생들의 생활방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문가는 이같은 현상이 집단주의와 동조의식이 높은 여성 소비자의 특성과 온라인에 친숙한 젊은 세대의 특성이 결합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몇 년 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인 본교 내 공동구매는 올해 그 횟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본지가 20일 공동구매가 이뤄지는 본교 커뮤니티 사이트 이화이언(ewhaian.com)의 열린광장 게시판에 ‘공동구매’, ‘공구’ 등 핵심 단어 3개를 검색해 분석한 결과, 올해 공동구매는 5년전과 대비 약 65배, 전년대비 약 3.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동안 공동구매 횟수를 조사한 결과, 2009년 3건, 2010년 7건, 2011년 11건, 2012년 51건, 2013년 57건에 이어 올해에는 11월 현재까지 197건(20일 기준)이 진행돼 학생들의 지속적인 공동구매 참여가 나타났다.

  학생들은 기성품이나 직접 디자인한 물품을 구매하는 등의 방식으로 공동구매를 진행하고 있다. 본교 내 대다수의 공동구매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뤄진다. 학생들은 자유롭게 공동구매와 관련한 글을 이화이언의 열린광장 게시판에 작성해 진행한다. 공동구매를 진행하고 싶은 물품이 생길 경우 공동구매 진행자가 글을 통해 수요조사, 주문 등을 받으며 각 단계 진행사항을 보고하는 식이다.

  공동구매가 처음 크게 증가한 2012년의 경우 전체 51건 중 21건이 이화인임을 나타내는 야구잠바 또는 후드로, 학교 관련 물품을 중심으로 공동구매가 이뤄졌다. 반면, 이러한 학교물품에 대한 선호도는 작년, 올해까지 유지되면서도 생활물품 공동구매가 상대적으로 늘어나면서 그 비중이 올해 197건 중 35건으로 비교적 감소했다.

  공동구매가 이뤄지는 타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상품은 본교 공동구매의 차별점이다. 디즈니 동전지갑, 러버덕 휴대폰 거치대 등은 학생들의 열띤 호응에 수차례 공동구매가 진행됐다. 올해 여름에는 다이어트 한약이 가장 두드러졌다. 학교와 관련된 물품부터 때수건, 렌즈, 과일, 치마레깅스 등 생활용품으로까지 그 범위가 확대됐다.

  학생들은 공동구매에 참여하는 이유로 합리적 소비, 소속감 등을 꼽았다. 실제로 여럿이서 물건을 구매할 경우 상품 가격 또는 배송비를 할인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이 다이어트를 위해 공동구매한 A병원 한약은 6명이 모여 주문하면 15만원으로 1명이 주문할 때보다 8만원이 절약된다. 본래 가격 23만원에서 약 3분의 1이 저렴해지는 것이다. 공동구매를 통해 화장품, 생리대 등 생활용품을 구매한 안서현(광고홍보·12)씨는 “외국 화장품의 경우 혼자 직접 구매를 할 때보다 여럿이 구매할 때 배송비가 절반 이상으로 감소한다”고 말했다.

  판매자가 동문이기에 신뢰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본교 공동구매는 일반 학생 또는 졸업생이 진행하는 것이 특징으로,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직접 소통하며 이뤄진다. 대다수 공동구매가 진행되는 열린광장 게시판은 본교생이라면 자유롭게 공개적으로 글을 쓸 수 있다. 야구잠바 공동구매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오지현(언론·13)씨는 “아무래도 공동구매 내용을 한곳에 모아 볼 수 있어 찾기 쉽다”며 “판매자와 소통도 가능해 이러한 수단이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타대의 경우 학생이 주도하는 공동구매가 이뤄지지 않거나, 진행되더라도 그 규모에서 본교와 차이를 보였다. 본지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등 서울 시내 10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온라인을 통한 학생들의 자발적 공동구매는 찾기 힘들었다. 성균관대 이소영(인문·13)씨는 “여러 디자인과 색상의 야구잠바를 구매할 수 있는 것이 부럽다”며 “성균관대에도 이런 문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이러한 공동구매 문화는 여성 소비자의 특성에 기인한다. 천혜정 교수(소비자학)는 “일반적으로 여성 소비자가 소비행동에서 집단주의 및 동조의식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본교생들의 공동구매도 이러한 특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이며 공동구매를 통해 가격과 재미라는 두 가지 측면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본교생들이 직접 디자인한 물품을 공동구매하는 트렌드는 젊은 세대가 그 형식을 진화시키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는 “과거에는 비용절감이라는 효과가 가장 컸다면 이제 제품 생산 과정에도 직접 개입하는 등 공동구매 형태도 진화하고 있다”며 “젊은 세대가 온라인에 대한 친숙성을 바탕으로 이러한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본교 공동구매 문화에 타대생은 부럽다는 반응이다. 건국대 송나혜(중문·14)씨는 “직접 디자인한 물품을 공동구매한다는 사실이 신기했다”며 “대학생이 중심이 된 활동을 할 온라인 공간이 있는 것이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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