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를 상징하는 물건은 포기하지 못하겠더라고요. 바람막이, 목도리, 하버드 후드(EWHA 문구가 적힌 후드티셔츠) 등 ‘핫’ 했던 공구 물품은 항상 구매했죠. 이후 ‘내가 갖고 싶은 물건을 직접 공구하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직접 실행에 옮겼습니다.”

  본교 설립 일자가 적힌 1886 후드와 바람막이 점퍼를 입고 캠퍼스를 누비는 이화인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인기리에 진행 중인 공동구매(공구)의 결과다. 지난 10월 게시글 하나로 시작된 1886 후드, 바람막이 점퍼 공구는 각각 약 1300개, 3500개의 주문 기록을 세우며 ‘이화의 교복’을 만드는데 일조했다.

  이러한 본교 공구 열풍 중심에는 물품 주문부터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일명 ‘공구 총대 벗(공구의 전반을 책임지는 사람)’이 있다. 20일 오전11시 ECC B214호에서 1886 후드와 바람막이 점퍼의 공구 총대 벗 이희수(행정·12), 강주경(국제사무·10)씨를 만나 본교 공구 열풍에 대해 들어봤다.

공구의 원동력은 애교심과 커뮤니티 익명성
  이들은 본교 공구 활성화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애교심과 결속력을 꼽았다. 학교를 상징하는 물품에 애교심을 담아 표현하는 과정에서 결속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화를 상징하는 교표나 마크가 들어간 물품은 일반 시중 제품과 달리 이화만의 특별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릴 적 집 앞 문구점에서 친구들과 나눠 끼던 우정 반지, 중·고등학교 체육대회 때 함께 맞추던 반 티셔츠처럼 소속감을 다지던 구매 행태가 대학에서도 이뤄지는거죠. 학생들은 이러한 물품을 구매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고 생각합니다.”(이희수)

  온라인 커뮤니티의 익명성 또한 자유로운 공구를 가능하게 했다. “공구는 주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디자인, 사이즈, 품질 등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 공간에서 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훨씬 수월하고요.”(강주경)

공구 총대 벗의 고충 그리고 느끼는 보람 
  이들의 공구가 워낙 인기리에 진행된 만큼 공구 과정 또한 험난했다. 첫 주문부터 마지막 배송 단계까지 신경 써야 할 일이 산더미였기 때문이다. “배부 공지를 여섯번이나 했는데도 공지를 보지 못했다며 화를 내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신중히 고민한 후 주문해 달라고 부탁했는데도 주문 직전까지 계속해서 수정을 요청하는 학생들도 있었어요. 대량 구매가 이뤄지는 공구인 만큼 단 한 치의 실수도 없게 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받았죠.” (이희수)

  금전 문제는 이들이 가장 신경써야 했던 부분 중 하나다. 자신들을 믿고 주문한 학생들의 신뢰를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람막이 점퍼의 경우 주문 개수가 약 3500벌이어서 전체 금액이 약 1억2000만원에 달했어요. 금전 문제로 불필요한 오해나 논란을 만들지 않기 위해 입금된 금액을 수표로 변환해 업체 주인에게 직접 전달했어요.”(강주경)

  순탄치 않은 공구 과정이었지만 이들은 ‘학생들의 격려’가 모든 수고를 잊게 해준 최고의 선물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총대 벗 고생 많으세요’라는 문자를 보내주거나, 배부 시 간식을 한아름 들고 찾아오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일의 고됨과 상관없이 따뜻한 말 한마디가 가장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느꼈어요. 우리의 손을 거쳐 배부된 옷을 입고 교정을 걷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공구만의 매력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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