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학생회비는 어떻게 쓰이고 있습니까?’

  학내 단과대학(단대) 학생회비와 관련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새내기를 대상으로 한 사범대학(사범대) 학생회비 논란에 이어 최근 자연과학대학(자연대)도 학생회비 사용내역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자보가 붙었다. 앞서 9월엔 국제학부 2013년도 학생회장이 학생회비를 횡령했던 정황이 드러나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학생회비 운영 및 관리상의 허술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 학생회비 예산책정 및 집행을 각 학생회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학생회비가 각 학생회의 ‘고유재산’처럼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나오는 것이다. 본교 학생처에 따르면 단대 및 학과 학생회비는 기본적으로 학생 자치 활동인 학생회 활동을 위해 학생 단체 자체적으로 책정, 수납해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학생들이 자신이 낸 학생회비의 사용내역을 모르는 경우가 적잖다는 것이다. 11월 첫째 주 이화·포스코관 4층에 붙은 자보에서 자신을 자연대 학생이라고 밝힌 필자는 “2011학년도 입학 당시 6만원의 학생회비와 6만원의 졸업반지 예치금을 납부했다. 그러나 납부 이후, 내가 낸 학생회비의 사용내역 뿐 아니라 입학 이후 3년 내내 자연대 학생회비의 사용내역에 대해 한 번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올해 자연대 신입생이 낸 학생회비는 10만원으로, 3년 동안 학생회비가 4만원 인상됐지만 인상 근거에 대해선 어떤 공지도 없었다”고 했다.

  자연대는 자보로 인해 학생들의 문의가 계속되자 이달 6일 공식 홈페이지에 올해 학생회비 사용내역을 공개했다. 최근 3년 동안 자연대 학생회가 학생회비 사용내역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학생회는 “학생회비 10만원은 작년 이월금이 적어 올해 운영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작년 수준으로 동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본지가 10일~12일 본교 11개 단대의 올해 학생회비 사용내역 공개여부를 조사한 결과, 7개의 단대가 학생회비 사용내역을 공식적으로 공시하고 4개의 단대가 공시를 하지 않고 있었다. 학생회비 사용내역을 공시하는 곳은 ▲인문과학대학(인문대) ▲사회과학대학(사회대) ▲자연대 ▲조형예술대학(조예대) ▲사범대 ▲약학대학(약대) ▲스크랜튼대학(스크랜튼)이다. 반면, 학생회비 사용내역을 공시하지 않는 곳은 ▲공과대학(공대) ▲음악대학(음대) ▲경영대학(경영대) ▲건강과학대학(건과대)이다. 

  학생회비 사용내역을 공개하는 단대는 대부분 연 2회 가량 SNS 계정이나 자보 등을 이용해 학생들에게 공지하고 있었다. 인문대, 사회대 등은 각각 건물 내에 자보를 붙이는 방식으로 학생회비 사용내역을 공개하고 있었다. 특히, 인문대는 동일한 내용을 페이스북 등 SNS 계정을 통해서도 알렸다.
 
  그러나 학생회비 사용내역은 공개하는 일부 단대 중에서도 소극적으로 이행하는 곳도 있었다. A단대는 공시를 하고 있진 않지만 매년 3월에 열리는 단과대학대표자 회의를 통해 예산안을 공개하며 학생회실을 찾아오는 학생에 한해서 사용내역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때문에 A단대 학생들은 자보, SNS 등으로 학생회비 내역에 대해 확인하는 것은 불가했다. 또 자연대는 몇 년간 학생회비 내역을 공시해오지 않다가 자보가 붙은 이후 학생들의 문의가 지속되자 올해 처음으로 공식 홈페이지에 결산안을 올렸다. A단대 대표는 “앞으로 학생회실에 와야만 학생회비 사용내역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볼 수 있도록 공지해 투명하게 학생회비를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학생회비 사용내역을 공시하지 않는 단대는 학생회비와 관련된 회계정리는 하고 있으나 이전에도 공개한 적이 없다는 관행상의 이유를 들었다. 각 단대 모두 작년까지는 학생회비 사용내역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다. 음대 진경민 대표는 “현재까지 음대 학생회에서 학생회비 회계정리는 하고 있으나 사용내역에 대해 공식적으로 공개한 적이 없기 때문에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각 단대들은 올해부터 학생회비 공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대, 경영대는 올해부터 학생회비 사용내역을 게시판에 자보 형식으로 붙이거나 학생회실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건과대는 학생회 내부에서는 이전부터 학생회비 사용내역을 공개했으나 이에 대해 학생들에게 따로 공지하지 않았다. 건과대 고은희 공동대표는 “지금까지 비공개로 운영됐지만 학생들이 요청할 시 학생회비 사용내역은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학생회비를 사용하는 학생회의 회계 감사를 담당할 명확한 곳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한다 단대 및 학과 학생회비는 각 학생회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한다. 본교 학생처에 따르면 단대 및 학과 학생회비는 기본적으로 학생 자치 활동인 학생회 활동을 위해 학생 단체 자체적으로 책정?수납돼 사용되고 있다.  학생회에서 사용하는 학생회비에 대해 회계 감사를 담당할 주체가 없기 때문에 ▲사용처에 대한 견제가 불가하다는 점 ▲사용 내역을 구체적으로 적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다는 점 등이 문제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회계 관련 법률 전문가 박장호 컨설턴트는 “회계 내역은 그 사용주체 뿐 아니라 이를 견제하는 감사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며 “교내 학생회 일지라도 학생회비라는 공금으로 운용되는 만큼 그 회계에 대한 감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총학생회(총학)는 학생회비 사용 내역에 대한 공개를 본지나 공식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알리고 있다. 또 단대 및 학과 대표 3명으로 구성된 회계감사원이 따로 있어 총학의 학생회비 사용 내역을 학기별로 확인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생회에서 학생회비 사용내역을 공개하는 것이 학생회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준다고 밝혔다. 학생회비 사용내역을 공개해야 학생회의 학생회비 운영에 믿음이 간다는 입장이다. ㄷ(경영·11)씨는 “자신이 내는 학생회비가 어디에 얼마나 쓰이는지 알아야 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학생회에서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다하더라도 사용내역을 공시하지 않으면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학생회비 관련 문제가 계속될 경우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학생처 학생지원팀 관계자는 “회비 운영이 강제적이거나 차별적인 방식으로, 또는 불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며 “학생 단체 스스로 문제를 자체 해결하도록 유도하고, 만약 자체적인 해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학생지원팀은 학생회비 문제와 관련해 회비 책정 근거 마련, 회비 예·결산 공개, 회비 출납 관리 등 회비 운영 원칙을 마련하도록 각 단과대학과 해당 학생단체 등에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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