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오후6시30분 ECC B217호에서 만난 김효정씨가 40개국을 여행하며 겪은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가연 기자 ihappyplus@ewhain.net


  “러시아의 영하 40도. 입김을 불면 그 수증기가 얼굴에 바로 얼어 붙죠. 지난 겨울 한 달 반 동안 혼자 러시아를 횡단하면서 알게 됐어요. 러시아에서 만난 현지 친구의 초대로 스키를 타러 갔는데 리프트도 없이 산을 올라가야 하더라고요. 한국의 스키장을 생각하고 갔는데 상상 초월이었어요. 정말 말 그대로 제가 스키를 타고 길을 닦은 거나 다름없었어요.”

  전세계 40개국 여행, 6개 국어 구사, 러시아 횡단. 평범한 대학생이 누리지 못한 글로벌한 경험을 했음에도 오히려 그녀에게는 더 가볼 국가, 더 도전할 여행이 남았다. ‘여행홀릭’에 빠진 김효정(광고홍보·11)씨를 만나 그녀가 얻은 경험과 진정한 여행을 하기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마치 여행을 위해 태어났을 것 같던 김 씨도 여행의 진짜 ‘맛’을 느낀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프랑스 파리에서 교환학생으로 있던 그녀가 여행을 결심하게 된 것은 여유롭게 일상을 즐기는 프랑스인들의 삶을 보면서였다. “유럽의 지하철 내부에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방이 있어요. 생활 속에 복지가 스며들어 있는 모습이 느껴졌어요. 이처럼 유럽 생활 곳곳에 녹아있는 여유와 달리 한국의 학생들은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졸업을 생각하고 그 미래를 생각하고 또 취업하고. 눈앞에 닥친 것에만 급급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러한 모습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기 위해 여행을 떠났어요.”

  김 씨의 여행 키워드는 ‘즉흥성’이다. 누구나 다 갔던 곳을 가기에 편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행지에서 혼자 명소를 찾아다니는 맛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미리 사진이나 다른 사람의 후기를 보고 가게 되면 예상과 달라 실망할 때도 있어요. 또, 여행지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를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일기를 쓰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기회도 얻을 수 있고 혼자 여행할 때 겪을 수 있는 외로움도 예방할 수 있죠.”

  여행을 떠날 때, 많은 이들이 고민하는 부분이 숙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얼마나 쾌적한지, 번화가와의 거리는 어떻게 되는지를 기준으로 숙소를 선정한다. 그러나 그녀는 문화를 얼마나 많이 교류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꼽으며 카우치 서핑(Couch surfing·현지인이 여행자를 위해 숙소를 제공해 서로 문화를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을 추천했다. “제가 여행의 매력을 느끼게 된 것도 카우치 서핑을 이용한 후부터가 커요. 카우치 서핑은 현지의 의식주, 문화 등을 곧바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매력적이죠. 저도 유럽 등을 여행하면서 16번 정도 카우치 서핑을 이용했죠.”

  그녀는 가장 인상 깊었던 여행지로 고민 없이 분쟁 국가인 이스라엘과 보스니아 헤르체코비아를 꼽았다. “이스라엘에 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탱크와 벌거벗은 아이들이었어요. 보스니아 헤르체코비아는 제가 가본 나라 중 가장 허허벌판 같은 곳이었어요. 박물관이 2곳뿐일 정도니까요. 그렇지만 오히려 이 나라들을 방문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 제 꿈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됐어요. 좋은, 발전된 나라만 가는 것이 좋은 여행이 아님을 알아두길 바라요.”
 
  여행은 ‘일단 부딪혀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증론이다. 프랑스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하면서 교환학생 시절 때 극단에 들어가거나 타지에서 수십 개 인턴 지원서를 넣어 결국 인턴자리를 따낸 경험이 지금의 김 씨를 만들었다. “50명 넘게 지원한 파리 극단 오디션에서 프랑스인이 아닌 사람은 저뿐이었어요. 처음엔 프랑스어를 못해 입만 벙긋댔지만 열심히 노력한 결과 나중에는 유창하게 프랑스어를 할 수 있게 됐어요. 또, 교환학생 중에 제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어 50개 넘는 회사에 인턴 지원을 하기도 했어요. 결국 OECD에 붙어 인턴을 하게 됐죠.”

  올해를 마지막으로 본교를 떠나는 김씨. 이번 학기가 끝난 뒤 그녀는 또 다시 이탈리아 로마로 떠나는 여정 길에 오른다. 이번 여행은 라틴아메리카의 ‘어시스트 카드’라는 여행자 보험 회사에서 지원금을 받아 떠나는 것이다. ‘여행은 익숙해진 삶에서 입문자로 돌아가는 것이다’고 한 김 씨의 향후 행보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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