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묘기은씨, 유지혜씨, 김나연씨(왼쪽부터) 홍숙영 기자 jikkal@ewhain.net

  의과대학 학생들이 아픈 이를 직접 치료하며 의술을 익히듯, 분쟁으로 고민하는 이들을 ‘법’으로 직접 치료해 주는 이들이 있다. 바로 본교 ‘리걸클리닉(Legal clinic·법학전문대학원의 실습식 교육방식)’ 프로그램에 참여중인 법학전문대학원 임상법학회 학생들이다. 이들은 서대문구청 등과 연계해 법의 안전망에 벗어난 소외계층의 법률 상담을 돕고 있다. 6기 학회원으로 이번 학기 동안 리걸클리닉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유지혜(이하 로스쿨 2학기), 김나연, 노파라, 묘기은, 장연실을 3일 학교에서 만났다.

  매달 넷째 주 월요일 오후2시~오후5시. 서대문구청 법률상담실에는 생생한 법률상담이 진행된다. 이들은 비정기적으로 가정법률상담소와 연계해 사건진행에 참여하기도 한다. “책에 나오는 딱딱한 법률 용어가 아닌 상담을 통해 피부에 와 닿는 법전을 볼 수 있는 것이 매력이죠. 가정법률상담소에 있었던 불륜 관련 사건에서 ‘민법 제840조 1호에 의하면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보다 실제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통해 불륜 상대자에게 보낸 메시지를 눈으로 봤을 때 실질적인 체감을 할 수 있거든요.”

  이들은 어려운 사람을 직접 접하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리걸클리닉의 큰 이점으로 꼽았다. 상담에 오는 이들은 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해서 잔뜩 쌓인 소송자료들을 가져오시는 분들을 보면서 안타까워요. 실제 소송 경험이 적다보니 상담에 부족함이 있기도 하지만 의뢰인의 말 한마디에 귀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를 느끼기도 하더라고요.”

  이들은 올해 본교 교내 주차관리 직원의 법적분쟁에 나서 법의 울타리를 세워주기도 했다. 서대문구청 상담과 별개로 일반 변호사와 연계한 법률구조 지원이다. 본교 직원이 상대방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음에도 이후 상대방이 1억 원을 지급할 것을 청구한 사건이다. 현재 1심 승소한 후 본교 출신 변호사와 학회원들이 2심 소송 진행을 준비 중이다.

  앞으로 이들은 본교 특성화 분야를 살려 설립될 젠더법상담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어려운 법전을 붙잡고 씨름하다 보면 힘들 때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상담 때 만났던 절실한 의뢰인의 모습을 되새기며 사회에 도움이 되는 법조인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죠.”

  기자가 만난 이들은 리걸클리닉에서 사람의 마음까지 치유해주는 ‘진짜’ 법조인을 꿈꾸고 있었다. 따뜻한 체온을 지닌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을 만나며 실력을 길러온 만큼 학회원들의 포부도 인간적이었다. “의뢰인들은 전문가가 자신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준다는 것 자체에서도 큰 위로를 느끼더라고요. 전문성을 갖추되, 효율성만 따지기 보다는 마음까지 치유해 줄 수 있는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

◆리걸클리닉=법학전문대학원에서 운영하는 실습식 교육방식으로, 대학원생들이 실무교수의 지도하에 지역 주민 등을 상대로 무료 법률지원과 법률상담 봉사활동 등을 하면서 실무능력을 기르도록 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본교 리걸 클리닉은 2012년 법학전문대학원평가위원회가 실시한 평가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된 바 있으며,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교육부가 주관한 평가에서 최우수 리걸클리닉으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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