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존재않는 청춘의 아이콘 대학문화 성찰 필요해

생각할 필요도 없이 모든 것은 정해져 있고
다른 선택의 기회는 없는가
끝없이 줄지어 걷는 무표정한 인간들 속에
나도 일부일 수밖에 없는가
 -N.EX.T, Destruction of the Shell: 껍질의 파괴

  마왕이 떠났다. 80~90년대 대학생들의 마음을 뒤흔들던 그가, 의식불명이 된 지 6일 만인 27일 눈을 감았다. ‘마왕’ 혹은 ‘교주’라고 불리며 지금까지도 그 시절 3040세대의 문화를 대표하던 그의 별세 소식에 대한민국 전체가 추모의 물결에 젖어 있다.

  빈소는 외롭지 않았다. 28일~30일 송파구 아산병원 장례식장 내 마련된 빈소에는 발인 전까지 약 2만 여명의 조문객이 몰렸다. 특히 그와 청춘을 보냈던 30~40대 팬 조문객들이 퇴근시간인 5~6시에 집중적으로 방문해 마지막 날에는 24시간 조문이 가능하도록 빈소가 개방되기도 했다. 조문객들은 “나의 청춘의 한 페이지가 찢겨나간 것 같다”며 애도를 표했다.

  신해철이 본격적으로 음악인으로서의 길을 시작한 것은 1988년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 이후였다. 마지막 참가번호 16번, 서울대표로 화려하게 등장한 밴드 ‘무한궤도’에서 그가 불렀던 ‘그대에게’는 당시 대학 캠퍼스 라디오 방송을 가득 메우며 당시 청춘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신해철은 밴드 N.EX.T를 결성하고 솔로 활동을 하는 등 당시 억압적인 사회 상황에서 그 시대 청년들에게 숨통이 트이는 탈출구를 제공했다고 평가 받는다.

  몰래 이불을 뒤집어쓰고 멜로디언을 불어야 했던 신해철을 살린 것은 또래 대학생들의 문화였다. 그는 음악을 하는 것을 반대하던 아버지를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이 ‘대학가요제’였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대학가요제 등을 통해 그 세대의 문화를 발굴하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지금, 대학문화를 알리며 나아가 문화 전반을 이끌던 대학가요제는 올해 폐지가 확정됐다.

  대학가요제 폐지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는 단순히 프로그램의 폐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대학 전반의 문화가 침체돼 있음을 알리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대학가요제 폐지는 상업문화와 구분되는 청년문화의 실종을 의미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학가요제 폐지를 아쉬워하며 ‘대학가요제 Forever'라는 이름의 공연을 하는 ‘대학가요제회’의 회원들도 현재 대학생인 이들이 아닌 이제는 기성 가수가 된 이들이다. 현재 대학생인 청춘들은 관심이 없다. 대학가요제가 폐지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대학문화가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는 이제 너무 식상한 이야기가 됐다. ‘대학생’이라는 단어에 담겨있던 젊음, 열정, 창조 등의 의미들은 이미 취업, 스펙, 면접 등의 단어로 얼룩졌다. ‘대학가요제’ 대신 ‘취업콘서트’가 열리고, 학생들은 ‘밴드 사운드’ 대신 ‘스펙 동아리’에 가입한다.

  대학문화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지는 현재, 지금 우리의 모습을 청춘으로 기억하게 될 10년, 20년 후에는 과연 신해철 같은 인물이 존재할까. 지금 그의 빈소에서 눈물을 흘리며 청춘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을 그제야 돌아보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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