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가 성 소수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교내 성 소수자 단체의 포스터나 현수막이 고의적으로 훼손되는 등 호모포비아(성적 소수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혐오와 차별)적 단체의 활동이 해를 더해갈수록 극성인 까닭이다.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고자 고려대는 9월28일 총학생회칙(회칙)에 성별, 인종, 사상, 종교, 장애 등에 이어 차별 받지 않을 내용으로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을 항목으로 추가했다. 지금까지 성 소수자 권리 보장 조항을 회칙에 명시한 대학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히 파격적인 행보라 할 수 있다.

  고려대에 이어 한양대 역시 위축되는 성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9월30일 교내 전학대회에서 성 소수자 단체를 총학생회(총학) 산하 중앙특별위원회로 인준한다는 처방을 내렸다. 뿐만 아니라 서울대, 연세대 둥 타대 성 소수자 동아리 역시 어엿한 정식 동아리로 인정받고 있다.

  본교 내 성 소수자 권리가 제도적으로 보장된 것은 약 2000년대로, 타 대학에 비해 비교적 일찍 확립됐다. 본교의 대표적인 성 소수자 단체인 레즈비언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변날)’가 2002년 공식 자치단위로 인준된 것이 그 시작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성 소수자의 권리 보장에 대해 마냥 청사진을 꿈꿀 수만은 없다. 성소수자 권리 보장이 제도적으로 확립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에도 대학 내부의 인식은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최근 고려대와 한양대가 보이고 있는 성 소수자 권리 보장 정책 역시 호모포비아가 교내 성 소수자 집단을 향해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성 소수자들이 피해를 입은 사건이 발단이 됐다. 고려대 성 소수자 모임 ‘사람과 사람’의 경우 2월 성 소수자 신입생 환영 현수막을 도난당했고, 한양대 성소위의 신입 모집 입간판은 신원 미상의 인물에 의해 다리가 부러졌다.

  본교에서는 비교적 최근까지도 이러한 사건이 벌어졌다. 실제로 10월22일 오후 10시경에는 신원 미상의 인물이 학생문화관(학문관)에 게시된 변날 포스터를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변날 포스터는 반 쯤 찢긴 상태로 쓰레기통에서 발견됐다. 여전히 성 소수자를 인정하지 못하고 그들을 향한 혐오감을 노골적으로 내비친 사건이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아직까지 온전한 화음을 내지 못하는 제도와 인식의 문제점을 방증한다. 인식을 담아내지 못하는 제도는 의미가 없듯, 반드시 필요한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인식 역시 문제다. 둘 중 어느 한쪽이라도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순간, 제도와 인식의 평행선은  필연적으로 무너지기 때문이다. 단순히 대학가의 움직임에만 초점을 두고 반가워하기보다 성 소수자를 배려하고 존중하려는 인식이, 더 나아가 그들을 오직 관용과 보호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마음을 벗어나 공존의 대상으로 보려는 자세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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