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아우르는 다문화 방송시대, 탄탄한 역사 의식 우선돼야

  교과서에서 ‘다문화’라는 말을 처음 접했을 때 그 아래 사진에 담긴 한복 입은 외국인의 모습은 참 어색했었다. 지금은 약 170만이라는 많은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하니 이상할 일도 아니다. 이들은 결혼, 취업 등의 다양한 이유로 제 2의 국가, ‘한국’을 살고 있다.

  방송도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고 움직여왔다. 방송사 마다 적게는 한 두 개씩 다문화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고, 프로그램에 곳곳에 조금씩 녹여내고 있기도 하다. 장르도 교양, 예능 구분 없이 다양하다. 대중문화를 잘 보여주는 장치 중 하나가 방송이라는 점에서 뚜렷해진 ‘다문화 시대’가 실감난다.

  한 예로 저녁 시간대의 맛집 프로그램에서는 ‘가나댁’, ‘러시아 미녀 리포터’등 다양한 외국인 리포터들이 등장해 방송을 진행한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그들은 한국인 뺨치는 우리말 구사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진짜 맛있어요’, ‘짱이에요’와 같은 말만 되풀이할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완벽한 식감 표현으로 시청자의 미각을 자극한다. 거기다 식당 주인 분들에게 스스럼없는 모습은 영락없는 우리나라 사람이었다. 정서마저 닮아있는 것이다.

  다문화시대 방송에서 외국인의 역할은 적극적인 위치로 변화해가고 있는 것 같다. ‘미수다’와 같이 MC를 중심으로 패널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프로그램이 그 출발점이라면, 지금은 이렇게 그들이 직접 진행도 하고, 방송의 핵심 인력이 되기도 한다. 그 중심에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예능프로그램 ‘비정상 회담’있다.

  처음에 호기심에 봤다가 이내 그들의 우리말 실력에 놀라고, 한국을 사랑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괜한 뿌듯함도 느끼면서 ‘팬’이 되었다. 필자 뿐 만 아니라 대세라 불릴만큼 많은 시청자들이 애청하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사랑 받는 방송에 대한 이미지가 최근 ‘기미가요’ 논란으로 얼룩졌다. 방송에서 일본인 출연진의 등장과 함께 ‘기미가요’를 배경음악으로 내보낸 것이다.

  기미가요는 일본의 국가이기 전에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이 겪은 아픔이 담긴 곡이다. 또 이전에도 일본방송에 출연한 한 국내 연예인이 ‘기미가요’를 불러 질타 받은 적이 있을 정도로 주의해야할 부분이기도 하다.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중 아시아인의 비율이 가장 높다고 한다. 이들 국가는 우리와 인접해서 역사적으로 연관된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과 일본은 가깝지만, 동시에 멀게 느껴지는 나라이기도 하다. 때문에 ‘실수’로 변명하기에는 예민한 ‘역사문제’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낄낄거리며 보던 대중도 이내 손가락질을 할 수 밖에 없다.

  앞으로 이런 일은 또 다른 국가와 관련해서 등장할 수 있다. 이제 각 방송사에서 다문화 시대의 방송에 대한 ‘메뉴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 지침보다 중요한 것은 방송을 만들어내는 이들의 의식에 있다. 방송의 성패는 화면상에 보이는 이들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이들의 역할에 달려있다.

  그들이 먼저 올바른 책임감을 가지는 것, 매사에 준비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 역사 교육에 관한 문제부터 골이 깊어지는 국가 간 관계까지 참 복잡한 현재에 살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중심축이 되어줄 방송을 만들어 나가고 싶은 사람으로서 생각해보고 싶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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