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와 중화권 관광객의 불편한 동거, 해답을 찾다

▲ 3일 오후2시30분 ECC 앞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김가연 기자 ihappyplus@ewhain.net

<편집자주>
  이화를 찾는 중화권 관광객이 늘면서 학내에서 이들은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2008년 중국의 해외여행 자유화와 함께 한국을 여행하는 중국인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준비할 새도 없이 중화권 관광객의 ‘필수 여행 코스’가 된 본교에는 혼란이 일고 있다. 본지는 해결책을 제안하고자 9월27일~30일 본교를 찾은 중화권 관광객 141명에게 설문조사를, 10월1일 중화권 관광객 23명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의 청사진을 소개, 이화와 중화권 관광객이 함께 상생(相生)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3일 오후1시30분 본교 정문 앞. 중국 국경절로 공휴일을 맞이한 중화권 관광객들이 정문 입구에 가득했다. 오후1시45분부터 본지 기자가 직접 정문에서 중국어를 하고 카메라를 드는 등 중화권 관광객 행색의 사람들을 대략적으로 센 결과, 10분간 약 100명 이상의 관광객이 정문을 통과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밀듯이 밀려오며 학교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이들은 이화에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그들이 이화를 찾는 이유에 대한 추측은 분분하지만 명확한 이유가 제시된 바는 없다. 이에 본지는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가깝지만 먼 이들이 이화를 찾는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한류, 학구열 때문에 본교를 찾는 중화권 관광객…미신 때문만은 아니야
  중화권 관광객이 이화를 방문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미디어에서 알려진 것처럼 단순히 ‘이화(梨花)의 발음이 ‘이익이 생기다(利發)’와 같아서’, ‘정문 배꽃무늬 부조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좋은 사람을 만나서’ 등의 미신 때문은 아니었다. 중화권 관광객 23명을 심층 인터뷰 한 결과, 위와 같은 이유로 본교를 방문했다고 말하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관광가이드북 등에 그러한 소개가 돼 있기는 하나, 단순히 그런 이유로 학교를 찾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대다수의 관광객들은 본교가 중화권에서 유명해진 계기로 ‘한류(韓流)’를 꼽았다.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관광객 중 절반 이상(12명)이 런닝맨 등 TV프로그램을 보고 이화여대를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인터넷 등에서 ‘이화의 서양식 건축물이 아름답다’, ‘이화여대 주변 상권이 발달해 있다’와 같은 입소문이 퍼졌다. 단순히 한국 TV프로그램, 한국 연예인 등이 중국 내에서 유명해지는 차원을 넘어 대학에도 한류 바람이 분 것이다.

  또 교육열이 높기로 소문난 중국인들에게 한국의 대학이 관심을 일으켰다고 보는 의견도 있었다. 여자대학이 존재하지 않는 중국에선 본교가 신비로운 이미지로 비춰진다는 것이다. 리징타오(LeJingTao ·38 ·중국)씨는 “이화여대는 중국의 북경대, 청화대와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만큼 역사가 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대중적으로 유명해지기 전부터도 이화여대를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관광문화연구원 류광훈 관광정책연구실장은 “중국 내 명문대들도 교육열에 기반해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며 “이화여대의 교육이 중국인들의 교육열과 연계된다면 국제적 명성을 높일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가 중화권 관광객 141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들이 본교를 알게 된 구체적인 경로는 ▲인터넷(61.7%) ▲지인소개(40%) ▲서적 및 잡지(14.2%) ▲신문 및 방송(13.5%) ▲기타(8.4%) 등이었다(복수응답 허용).

  이에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에 오는 전체 중화권 관광객 수가 증가하며 여행지 수요가 늘어났고, 이에 따라 본교가 유명세를 타며 중화권 관광객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여행업협회 김병삼 대외협력실장에 따르면, 한국 전반적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에서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후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행한 자료에 따르면, 방한 중화권 관광객은 2008년까지 약 42만명 수준이었으나 2013년 314만명으로 5년 사이 약 7.5배 폭증했다.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지하철 2호선 이대역에서 중국어로 발급된 일회용 교통카드는 약 2만9000건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의 약 1만3000건 대비 2배 이상 증가 추세를 보인다.

△본교에 대한 이미지?‘매우 긍정적’… 국제적 인지도 높일 계기로 삼아야
  중화권 관광객들은 본교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본교 방문 전후의 이화에 대한 호감도를 1(매우 부정적)에서 10(매우 긍정적)까지 표시했을 때 평균 점수는 방문 전(8.99점), 방문 후(9.33점)으로 나왔다. 이들이 본교에 호감을 가진 이유는 ▲교정이 아름다워서 ▲깨끗하고 세련돼서 ▲학생들이 친절해서 등이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본교가 국제적 명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분석했다. 한국관광문화원 류 관광정책연구실장은 “중국인이 이화여대의 긍정적 이미지에 기반해 방문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학교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에 걸 맞는 학교 공개 프로그램을 가동한다면 더욱 높아질 대외인지도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적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데 도움이 되리란 조언도 있었다. 한국여행업협회 김 대외협력실장은 “중화권 관광객이 이화여대를 방문한 후 감명을 받아 유학을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며 “학교의 국제경쟁력이 높아져 더욱 우수한 세계 인재들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교에 재학 중인 중국유학생인 마음정(국제사무·12)씨는 “중국에는 여자대학이 없기 때문에 이화여대생이 신비롭고 공부를 잘 한다는 이미지가 깊게 박혀있다”며 “중화권 국가에서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어 유학을 오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중화권 관광객으로 인해 파생되는 긍정적 효과들은 본교생의 안전 등에 대한 확실한 보안책을 바탕으로 기대돼야 한다. 한국관광공사 서영충 중국팀장은 “질서 있게 관람하는 것을 유도하자는 것이지 내국인보다 관대하게 대하자는 의미는 아니어야 한다”며 “기숙사에 관광객이 무단으로 사진을 찍는 등 안전과 관련된 문제에선 강력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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