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춘이여, 자신이 행복한 일을 하자"

  “인생 뭐 별거 있나요, 월세 아니면 전세 아니겠어요?”

  1년 전에 보았던 SNL의 최일구 앵커의 클로징 멘트이다. 세월을 지나 돌이켜 본 어른들은 ‘그렇더라, 인생 뭐 별거 없더라’하며 그의 말에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20대인 우리들은 인생의 모든 것이 별 일이다. 월세에서 전세를 꿈꾸며, 전세에서 내 집 마련을 희망한다. 그래서인지 내 미래의 안정을 위해 우리는 이것저것 생각해야 할 것들과 계산해야 할 것들이 많다. 그래서 더욱 움츠리게 되고 계산할 것들이 많아 용기를 내기란 쉽지 않다. 흔히 말하는 ‘20대의 패기’는 취업난과 경쟁사회, 고용의 불안정이라는 단어 아래 주눅들고 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나는 인생을 소풍이라 여기기 보다는 목적지에 다다르기 위한 기나긴 여정이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들은 모두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전념한다. 바삐 지나는 시간 위에 소소한 행복을 찾아내기엔 너무 바쁘다. 친구와 잠깐 밥을 먹는 것, 어쩌다 여행을 빼고는 마음 깊은 곳에는 늘 불안이 함께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전문직과 비전문직으로 나뉘는 삶에서 뒤쳐지지 않으려 늘 달린다. 세상은 너무 많은 기준으로 우리를 재단하고 있다. 그 기준 속에 자신을 포장하면서 얻는 것이 안정이라면, 그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확인해 봐야 한다.

  호주로 워킹홀리를 떠난 내 지인은 훗날 안정적인 삶을 위해 세상과 타협하지 않았다. 그가 정의롭거나, 슬기롭다고는 할 수 없다. 단지, 그는 청춘들에게 요구됐던 수많은 계산을 뒤로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도 월세보다는 전세를 꿈꿨고, 자신만의 공간을 소유하길 희망했다. 그 방법이 조금 달랐을 뿐이다. 나는 그의 선택에 많은 용기가 필요했음을 자신한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이‘비정규직’인 것에 대해 왠지 모를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아도 됐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으니까, 워킹홀리를 온 외국인이 정규직인 경우는 기술직 뿐이다. 자신의 학벌에 대해서도 여자친구의 친구들에게서 타의에 의한 움츠림을 느끼지 않아도 됐다. 서울대건 지방국립대건 그들에게는 한국의 어느 한 대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타인의 시선 으로 상처받아야 했던 일이 사라지자 더욱이 활기를 되찾았다. 이제 그의 손에는 자격증 기출 문제집이 아닌 철학책과 소설책이 들려있다.

  그가 외국에 나가서 마음만은 편하게 지내는 것을 보고 있자면,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이 그를 짓눌러왔는지 알게 된다. 같은 속성의 것들로 억압받은 것이다. 모든 사람이 잘나가는 직장을 다닌다면 그것은 평범한 것이 될 것이다. 게다가, 모든 사람이 그러한 삶을 살 수 없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누구는 의사를 꿈꾸고, 누구는 제주도의 게스트하우스 주인을 꿈꾼다. 제각기 성공의 기준은 다르므로, 타협 기준 또한 다르다. 그러나 세상은 성공과 안정을 기준으로 선택하길 강요한다.

  오늘날은 사람들과의 담소를 좋아하는 사람이 선술집 사장을 꿈꿀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우리의 인생은 월세 아니면 전세일 것이다. 그러나 월세와 전세만으로는 나의 행복과 성공을 가늠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는 인생 뭐 별거 있나 싶다. 월세이건 전세 이건 내가 사는 곳이 행복이면 그만인 것을! 그가 비정규직이건 정규직이건 간에 행복하다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으려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남들과 같은 길을 선택하지 않는 것이 도망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세상의 기준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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