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하는 중화권 관광객들 사이에는 본교가 필수 관광코스다. 본교 정문의 배꽃 문양 부조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좋은 남자와 결혼한다는 소문이 중화권들 사이에 퍼져 있다. 또 ‘이화(梨花)’의 중국어식 발음이 ‘돈이 불어난다’는 뜻의 리파(利發)와 발음이 비슷한 것도 중화권의 발길을 끄는 이유다. 덕분에 본교 앞 상권은 ‘제2의 명동’이라 불리고 있다.

  그러나 본지에서 중화권 관광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및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다른 의외의 이유였다. 대다수의 관광객이 이화를 방문한 이유로 꼽은 것은 바로 ‘한류(韓流)’였다. 몇 년 전부터 이어진 한류열풍의 흐름 속에 이화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에 한국 문화가 전파 되면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도 늘었고 국내 관광지들의 서비스 수준 또한 몇 년 사이 급격히 성장했다. 이처럼 한류의 긍정적인 흐름 속에 과연 관광 에티켓도 그만큼 성장했다고 볼 수 있을까.

  본교 정문 앞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중화권 관광객을 태운 대형버스가 정차한다. 본교에 들러 사진을 찍고 학교를 관광하기 위해서다. 학교를 방문하는 것까지는 좋다. 그러나 일부 관광객들이 학생들이 수업하는 강의실을 무단 침입하고 ECC 열람실 유리벽 너머에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면서 크게 소음을 내는 등 피해를 주고 있다. 심지어 지난 7월에는 중국의 한 블로그에 ‘한국 이화여대생의 1000가지 포즈’라는 제목으로 본교 캠퍼스 안에서 무단으로 촬영한 학생들의 사진이 올라와 문제가 되기도 했다. 
 
  중화권 관광객 문제를 위한 해결이 일방통행이 되어서는 안 된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본교 구성원들이 각각 노력하는 만큼 관광객 또한 구성원을 배려하는 관광을 해야 할 것이다. 손님 때문에 이화의 주인인 구성원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관광객이 작년 430만명에 이어 올해 5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중국 시진핑 주석의 방한으로 중국은 2016년을 ‘한국 방문의 해’로 지정하기도 했다. 들이 기대감을 가지고 이화로 몰려오는 것은 좋지만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받고 있다는 것에 걱정이 앞선다. 기왕 찾아온 김에 결혼 복, 돈 복만 따지지 말고 한국 여성교육의 요람인 이화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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