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펜실베니아주 티엘대학교(Thiel college)

  2학년 2학기, 전공이 정해진 지 한 학기 만에 이화를 떠나 1년 동안 미국생활을 하겠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있는 지금,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고등학생 때부터 나는 항상 교환생활을 꿈꿔왔다. 외국인 친구들과 서슴없이 대화하고 조금 더 자유로운 수업 분위기에서 토론하며 외국인 룸메이트와 같이 방을 쓰는 행복한 꿈들을 꾸곤 했다. 이화에 와서 교환학생을 가고 싶다는 꿈은 더 커졌다. 많은 동기들이 유학생활을 한 것을 알고 나도 꼭 미국에 가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영어실력을 키워오겠다는 다짐을 했다. 내가 한 학기가 아닌 1년 동안 교환학생을 고집한 이유도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부푼 꿈을 가지고 교환학생을 지원했지만, 실질적인 절차가 시작되는 순간 모든 것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미국에 가기 전 서류정리와 은행업무, 비자를 혼자 준비하면서 시작부터 이렇게 힘든데 과연 미국에서 홀로 잘 생활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비행기를 타는 순간에도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웠다. 혼자 22시간의 장시간 비행을 하는 것마저 나에겐 도전이었다. 비행기를 2번 갈아타고, 중간에 수화물을 찾고, 예기치 못하게 시간이 연착되면서 ‘제발 도착만 제대로 하자’ 라는 생각을 몇 번을 되새겼는지 모른다. 하지만 정신이 혼미해질 때마다 생각했다. 이것도 하나의 경험이고 이 짧은 순간에도 나는 성장하고 있다고.

  무사히 미국에 도착한 후 일주일이 지나 가을학기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았다. 영어실력 향상이 목표였기 때문에 ‘영어로 생각해야지, 항상 영어로 말해야지, 영어로 매일 일기를 써야지.’ 라는 부담감 때문에 괴로웠다. 하지만 영어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은 털어놓고 그 순간순간을 즐기려 노력했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됐다. 특히 미국 가정집과 교환학생을 맺어주는 호스트 패밀리 프로그램(Host Family Program)과 외국인 친구와 문화교류를 할 수 있는 컨버세이션 리더(Conversation Leader Program)프로그램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이 곳 사람들과 정을 나누고 영어 또한 접할 수 있었다. 그랬더니 부담감과 괴로움이 새로움과 설렘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친구들과 장을 보고 요리하는 것, 잠들기 전에 룸메이트와 새벽 2시까지 떠드는 것, 문학 수업시간에 푸욱 빠지는 것, 일상적인 나날들이 행복해졌다. 마음이 편안해지니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나에 대해 조금 더 관대해지려 노력했다. 그러니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작은 것에 감사하며 내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미국에 오기 전에 나의 가장 큰 목표는 영어 실력 향상이었다. 하지만 미국에 와서 느낀 점은 영어를 배우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대하는 것, 미국에 와서 장을 보는 것, 은행 업무를 보는 것, 요리하는 것, 어쩌면 한국에서는 평범했을지 모르는 모든 사소한 행동들로부터 나는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나와 다른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들과 지내면서 과거의 나의 모습을 바라보게 되고 앞으로 나는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살아야 할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해야 할 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미국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쁘고 남은 기간 얼마나 새롭고 재밌는 일이 일어날지 생각만 해도 흥분이 된다. 그리고 그 새로운 일들 속에서 계속 성장할 나의 모습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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