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후를 생각하는 네덜란드의 상아탑

▲ 친환경 쓰레기통 빅 벨리(Big Belly)
▲ 태양열 휴대기기 충전기

<편집자주> 백년대계(白年大計). 100년 앞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운다는 뜻이다. 네덜란드 대학은 그린 캠퍼스 백년대계를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이대학보사, 이화보이스(Ewha Voice), EUBS로 구성된 이화미디어센터 해외취재팀은 지난 8월20일~8월28일 그린 캠퍼스 선도 대학이 위치한 네덜란드에서 친환경 캠퍼스의 가치를 취재했다. 본지는 ‘대학, 그린라이트를 켜다’를 3회 연재해 그린 캠퍼스 조성의 의의를 살펴보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네덜란드 제1의 그린 캠퍼스 선도 대학 ‘그로닝겐 대학(University of Groningen)’ 사례를 통해 바람직한 그린 캠퍼스 운동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대학 총장이 자전거로 통근하는 모습은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다. 하지만 네덜란드 대학에선 얘기가 다르다. 올해로 개교 400년을 맞이한 그로닝겐 대학의 시브렌드 포페마(Sibrand Poppema) 총장은 매일 아침 17km가 넘는 거리를 자전거로 통근한다. 대학 캠퍼스가 어느 공간 보다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공간이 돼야한다고 생각하는 그의 대학운영 철학 때문이다. 자전거 타는 총장이 있는 학교, 400년 간 지역의 명물로 자리하고 있는 그로닝겐 대학의 그린 캠퍼스 주역 13명을 지난 8월21일 만나 ‘왜 대학이 그린 캠퍼스’에 주목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좋은 대학은 미래를 생각하는 곳, 넓고 길게 생각해야

  그로닝겐 대학 캠퍼스 곳곳엔 회색 쓰레기통이 서 있다. 언뜻 보면 평범한 쓰레기통처럼 보이지만 그로닝겐 대학의 자랑거리인 친환경 쓰레기통 빅 벨리(Big Belly)다. 쓰레기통 하단에는 ‘Solar Powered Waste Compactor(태양열 쓰레기 분쇄 압축기)’라고 적힌 빨간 포스터가 붙어 있다. 태양열 원리를 이용하는 빅 벨리는 일반 플라스틱 쓰레기통의 5배가 넘는 쓰레기를 압축해 쓰레기 처리 시 발생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를 줄인다.

  아울러 그로닝겐 대학은 1969년부터 캠퍼스 건물 곳곳의 에너지 사용량, 쓰레기 배출량 등을 면밀히 분석해 시설을 개선하고 있다.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해 강의실 조명을 LED로 교체하고, 학생들이 태양열을 이용해 휴대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설비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처럼 캠퍼스 곳곳 친환경 요소를 도입한 그로닝겐 대학이 생각하는 좋은 대학의 기준은 성적 위주 대학평가 순위가 아닌 친환경 캠퍼스 순위다. 인도네시아대(University of Indonesia)가 전세계 215개 대학을 대상으로 매년 ▲기반시설 ▲폐기물 처리 과정 ▲교육 분야의 친환경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대학의 그린 지수를 평가하는 ‘UI Green Metric World University Ranking’에서 그로닝겐 대학은 네덜란드 대학 종합 1위를 차지했다.

  그로닝겐 대학의 그린 캠퍼스 운동은 교육적 측면에서도 빛을 발한다. 학생들에게 환경 관련 인식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교육 효과를 얻고 있다. 그로닝겐 대학의 환경전문가 딕 제거(Dick Jager)씨는 에너지 절감 운동 등과 같은 대학의 실천적인 노력에 ‘교육’이라는 대학의 본래 기능을 더하면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은 미래 리더를 양성해내는 공간이기 때문에 친환경 캠퍼스에 관한 교육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대학 교육에 그린 캠퍼스의 중요성이 접목된다면 훌륭한 인재를 배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그로닝겐 대학은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2014년 현재 1969년에 비해 학생 수는 69%포인트 증가했지만 에너지 소비 증가율은 30% 미만이다. 1년 사이 에너지 소비 증가율이 약 39%에 달하는 국내 대학 사례가 존재하는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수치다.

△그린 캠퍼스 조성 중추 담당하는 전문 부서도 마련돼 있어 

  그로닝겐 대학에는 그린 캠퍼스 조성을 담당하는 전문 부서도 있다. 대학 본부에 마련된 ‘그린 오피스(Green Office)’는 그린 캠퍼스 조성에 힘쓰고자 하는 학생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그린 캠퍼스 단체의 조직 및 프로젝트 실행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실제 그린 오피스의 도움으로 학생들은 캠퍼스 내 ‘개방형 채소 농장’을 조성하거나, 대학가에서 불필요하게 남겨지는 음식물을 모아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푸드 세이빙(Food Saving) 운동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도 했다. 그린 오피스 프로젝트 야니크 소피(Yanike Sophie) 매니저는 “그린 오피스를 찾는 학생들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짚어내면서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캠퍼스 및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는 ‘Sustainable Society’부서도 마련돼 있다. 이곳은 정치, 경제 등 다양한 학문적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캠퍼스 및 지역사회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한다. Sustainable Society의 프로젝트 매니저 샤론 스미스(Sharon Smith)씨는 “즉각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정부 정책과 달리 대학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장기적인 효과를 가져 오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향식 그린 캠퍼스 운동, 학생들에게 동기 부여

  그로닝겐 대학 그린 캠퍼스 운동의 가장 큰 특징은 학생 중심의 상향적 특성을 띄고 있다는 것이다. 그로닝겐 대학에서 학생의 아이디어는 큰 영향력을 갖는다. 그린 오피스 부서는 ‘학생이 이끈다’라는 기조를 갖고 있고, 재작년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린 캠퍼스 아이디어 공모전인 ‘그린 마인드 어워드(Green Mind Award)’를 개최하고 있다.

  수상자의 아이디어는 학교 측의 재정 지원을 통해 실제 캠퍼스에 적용된다.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공모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캠퍼스에 구체화 시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바탕을 둔 중앙 통제 시스템으로 대학 건물 전체의 조명, 온도 등을 자유롭게 조정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해 실제 캠퍼스에 적용시킨 올해 그린 마인드 어워드 수상자 파리스 니자믹(Faris Nizamic)씨는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단순한 논의의 수준을 넘어 학교 측의 도움을 통해 실제 프로젝트화 되거나 시제품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며 “우리의 노력이 캠퍼스에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확신이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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