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후 약 170일이 지났다. 시민들은 지난 5개월 동안 우리 사회에 깊숙이 파고든 안전 불감증에 경각심을 가지며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바빴다. 본교 또한 소방안전교육 등을 실시해 안전사고를 예방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본교 실험실 및 실습실의 안전의식수준은 여전히 미흡했다. 본교 총무처 총무팀은 연구실안전진단 전문 업체 동양티피티에 의뢰해 5월14일~6월10일 본교 내 507개의 실험실 및 실습실을 대상으로 정밀안전진단을 시행했다. 정밀안전 진단팀 14명은 ▲가스안전 ▲전기안전 ▲화공안전 등 8개 세부항목에 대해 정밀 조사했다. 그 결과 연구원들이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험실 내 취사행위 등 안전의식부족으로 지적받은 건수가 전체 지적 건수 중 약 60%(1603개 중 960개)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실험실에는 가스누출, 화재, 폭발 등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본교의 정밀안전진단 종합안전등급은 평균 2등급으로, 경미한 보수가 필요한 상태지만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안전의식과는 거리가 먼 실태가 실험실 곳곳에서 발견됐다. ▲화재 시 대피할 수 있는 출입문 일부 폐쇄(아산공학관 A실험실) ▲화재 시 전기 공급을 차단할 수 있는 분전반 개폐 불량(약학관 B동 B실험실) ▲전기기구 피복이 벗겨져 충전부 노출(교육관B동 C실험실)등이다. 세부항목의 등급(1등급~5등급) 중 최저등급이 실험실의 안전등급이고, 각 등급에 해당 등급 실험실 수를 곱한 뒤 이를 전체 실험실 수로 나눈 것이 종합안전등급이다.

  안전을 편안함에 양보한 실험실도 있었다. 정밀안전 진단팀이 생활환경대학관 D실험실을 방문했을 때 연구원들은 슬리퍼를 착용하고 있어 이동 중 넘어질 우려가 있었다. 아산공학관 E실험실에는 간이침대가 비치돼 있었다. E실험실 연구원이 자고 있을 때 화재 등 사고가 난다면 대피하지 못해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자칫하면 큰 사고로 번질 위험성을 안고 있는 실험실도 있었다. 종합과학관A동 F실험실은 안전등급에서 3등급을 받았다. 정밀안전 진단팀이 F실험실에 방문했을 때 고정되지 않은 가스용기가 실험실 내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뚜껑이 없는 물통 옆에 전기콘센트가 있었다. 감전과 폭발의 위험이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안전보건공단 ‘실험실 안전보건에 관한 기술지침’에 따르면 가스용기는 벽이나 무거운 책상 등에 가죽끈 또는 체인으로 단단하게 묶어둬야 하고, 젖은 손이나 물건으로 회로에 접촉하면 안 된다.

  신공학관 G실험도 마찬가지였다. G실험실에는 고압가스가 저장돼 있기 때문에 가스안전에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G실험실이 받은 안전등급은 3등급으로 안전진단 세부항목 중 ‘가스안전’ 관리가 가장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밀안전 진단팀은 일부 고압가스 용기가 체인이나 가죽끈으로 벽에 고정돼 있지 않고, 용기의 입구를 덮는 보호캡이 없는 점을 지적했다. 고압가스 용기가 넘어지면 가스누출, 폭발사고가 날 위험이 있는 위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총무팀이 2년마다 정밀안전진단을 시행하는 이유는 실험실의 안전수준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켜 연구실 안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총무팀 황제규 직원은 “실험실 정밀안전진단이 형식적인 진단이 되지 않기 위해 각 실험실 연구원들의 의식과 책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총무팀은 3등급 이하를 받은 실험실에 대해 10월 중순 특별안전교육을 할 예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혜정(컴공·13)씨는 “사고 대부분은 사소한 실수에서, 사소한 실수는 실험자의 부주의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며 “순간의 실수가 큰 사고로 번질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실험실 안전관리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실험실 안전수칙이 생활화되도록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대 환경안전원 손병권 팀장은 “안전의식이 자연스럽게 연구원들에게 스며들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험실 안전 수칙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밀안전진단 안전등급 별 실험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