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우리집 비어(Beer)’
  ‘오빠…안와?’

  성인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이 문구가 사용된 곳은 다름 아닌 ‘대학축제’다. 축제 기간동안 대학 내에서 열리는 주점이나 호프집을 빌려 하루 동안 술집을 운영하는 일일호프의 홍보에서 선정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교양과 지식의 터로 대표되던 대학이 성상품화로 가득한 모습이 최근 논란에 휩싸였다. 대학생들의 유흥업소를 연상시키는 옷차림과 선정적인 문구가 바로 논란의 원인이다. 축제에서 가슴골이 보일 정도로 파인 상의, 가터벨트 등을 입고 호객행위를 하거나 홍보 포스터에 허벅지와 엉덩이를 드러내고 가터벨트와 하녀복을 입은 여성 사진, 허벅지가 다 드러난 바니걸 옷을 입은 사진을 실은 것이 문제가 됐다.

  국민대 조형예술학과 주점포스터에는 허벅지가 드러나고 윗가슴이 드러난 흰색 옷을 입은 여성이 자신의 몸만한 주사기 위에 올라타있다. 사진 상단에는 ‘Your pain is her pleasure(너의 아픔이 그녀의 기쁨이다)’, 하단에는 ‘오빠…주사맞고 갈래?’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서울교대 교육과는 허벅지에 립스틱 자국이 찍힌 상태를 드러낸 여자 아이돌 사진에 ‘오빠…안와?’라는 문구를 넣었다. 일부 대학에서는 주점 홍보를 위해 여학생들이 짧은 교복, 간호사복, 가터벨트 등을 입고 돌아다녔다.

  대학 축제 등에 침투한 선정성 문제는 비단 올해만의 문제는 아니다. 재작년 홍익대에서는 기생처럼 한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술을 따르는 주점을 운영했다. 작년 고려대 주점에서는 판매 음식을 적은 메뉴판에 ‘뜨거운게 좋아’, ‘나 지금 급해, 나를 젖게 해줘’ 등의 문구를 적었다. 서울의 한 여대에서는 일일호프에서 간호사, 스튜어디스 컨셉으로 술을 판매하기도 했다. 

  타대에 비해 본교는 이 같은 모습이 표면에 드러나 문제가 된 적이 적다. 학생들이 지나친 성상품화에 비판을 가해 사전에 이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을 차단하거나 발생하더라도 초반에 수습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판을 받은 학과 또는 학생들은 포스터를 온라인에서 삭제하거나 전량 수거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올해 5월 음악대학 관현악과의 첼로전공 학생들이 일일호프 포스터에 ‘노예팅’이란 단어를 사용해 비판을 받았으며 9월에는 사회과교육과에서 망사스타킹을 벗는 듯한 사진을 포스터에 담아 논란이 됐으나 바로 온라인에서 삭제했다. 재작년 조형예술대학의 한 과에서는 바니걸 옷차림과 ‘오빠 빨리와’라는 문구가 담긴 포스터를 타대에 붙여 논란이 됐다. 작년에는 국제학부 일일호프의 ‘오빠 여대생과 함께해요’라는 포스터 문구가, 올해는 음악대학 관현악과의 첼로전공 학생들이 일일호프 포스터에 ‘노예팅’이란 단어를 사용해 비판을 받았다.

  문제는 이러한 성 상품화가 ‘대학’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수익을 높이기 위해 성을 매개로 호객행위를 하고 성적 이미지를 어필한 이 같은 현상은 일종의 성 상품화다. 김엘리 특임교수(여성학)는“대학은 교양과 지식을 배우는 터로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역할을 해왔다”며 “이번에 대학생들이 보여준 모습은 비판적인 역할보다 자극적이고 소비적 재미만을 추구하는 맥락이었기에 성적표현이 자유로움보다는 선정적으로 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더욱이 성적표현이 전통적인 성역할을 담습하는 진부한 형태이기에 더욱 문제가 되는 것”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선정적인 대학가 모습에 본교생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혜윤(도예·13)씨는 “대학가에서 수익을 목적으로 한 선정적인 행위는 성 상품화라는 자본의 논리가 대학가를 침략한 것”이라며 “이같은 현재의 대학축제는 축제의 의미와 목적이 사라진 것이며 이에 대해 대학생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고민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타대생들 역시 최근 모습은 과하다는 반응이다. 성균관대에 재학 중인 ㄱ(영문·13)씨는 “대학가의 선정적인 호객행위가 도를 넘었다고 생각한다”며 “올해 알려지고 논란이 된 것을 계기로 대학생들 차원의 개선이 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이같은 논란을 일으키는 일일호프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ㄴ(경제·12)씨는 “매해 술을 팔고 호객행위를 하다 논란이 되는 일일호프를 왜 매년 하는지 모르겠다”며 “학생들이 무엇이 필요해 일일호프를 진행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회는 수익사업을 위해 일일호프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사회대 ㄷ학과 학생대표는 “학과에서 수익사업을 벌이는 이유는 학과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라며 “학생회비, 학과지원금, 수익사업을 통해 얻은 이득으로 필요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에서 학생회비가 금액이 적어 학과지원과 수익사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국대 ㄹ학과 대표는 “학과 내 사업 진행을 위해 주점을 운영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경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지킬 것은 지켜 불미스러운 일이 안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선정성으로 물드는 축제에 대해 총학차원에서 규제를 내놓은 대학도 있었다. 숙명여대 총학생회는 24일부터 26일까지 열린 ‘청파제’에 앞서 옷차림에 관한 규정안을 공개했다. 규정안에는 ‘안전하고 건전한 숙명인의 축제를 보여달라’며 ‘가슴골이 보이는 상의’, ‘몸부분의 망사 및 시스루 등의 옷차림’ 등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길 시 ‘벌금 10만원이 부과되며 3회이상 어길 경우 부스가 철거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숙명여대 총학생회는 “전체학생 대표자회의에서 함께 지키고자 하는 것들을 논의하며 나온 규정”이라며 “대표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제정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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