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인문학이 어우러진 축제한마당 …첫 인문학페스티벌 신촌에서 열려

▲ 20일 인문학 페스티벌을 찾은 사람들이 인문학 토크콘서트를 감상하고 있다. 김혜선 기자 memober@ewhain.net

  20일 오후4시경, 신촌 연세로는 인문학 페스티벌, ‘예술을 꼴라쥬하다’에 참여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부스마다 도예체험, 향수 만들기 등 체험활동을 하려는 사람들의 긴 줄이 이어졌다. 연세로를 따라 설치된 부스를 쭉 지나면 나오는 야외 무대에선 인디뮤지션 ‘연두비’의 어쿠스틱 노래 연주가 진행되고 있었다. 안내소에서 나눠준 주황색 풍선을 들고 즐거워하는 아이들.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축제의 현장이었다.

  플라톤 아카데미와 서대문구청이 주최한 인문학 페스티벌은 올해 처음 열렸다. ‘예술을 꼴라쥬하다’라는 제목 아래 ‘예술로 오감을 표현하다’라는 부제로 20일 오후2시~10시30분 연세로에서 열렸다. 페스티벌은  오감을 자극하는 체험부스와 강연, 공연 등 다양한 활동으로 가득했다. 약 8000명(주최측 추산)이 참여한 페스티벌은 인문학적 가치의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젊은이들이 보다 가깝고 쉽게 인문학을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이번 페스티벌은 인문학과 어우러지는 예술을 오감과 연결시켜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준비됐다.

△힐링 가득한 콘서트

  오후에 열린 ‘내 인생의 인문학’을 주제로 한 토크콘서트는 연세대 김상근 교수(신학과)가 질문하고, 연세대 김영철 교수(철학과)가 답변하는 방식으로 열렸다. 김영철 교수는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고전은 오랜 세월동안 많은 사람들에 의해 지혜가 검증된 책”이라며 꼭 추천해주고 싶은 고전으로 ‘장자’, ‘자유론’, ‘정의론’을 꼽았다. 마지막으로 인생을 멋있게 사는 법을 묻자 “죽기 전에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용서합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아낌없이 하라”고 조언했다.

  강연 중에 중요한 내용을 필기하는 관객도 있었다. 천보영(29·여·서울 서대문구)씨는 “전반적으로 유익했고 특히 마지막에 들려주신 네 마디 말이 제일 인상깊었다”며 “네 마디 말 표현을 자주 하며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 겠다”고 말했다.

  오후8시쯤 홍익문고 앞에서 북콘서트가 열렸다. 책따세(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공동대표 김미경 작가가 연사로 나섰으며 책 「모차르트 오마주」을 다뤘다. 북콘서트가 열리기에 앞서 이정한 피아니스트가 열정적인 피아노 연주로 흥을 더했다. 김미경 작가가 책 내용을 읊어주며 곡 소개를 하면 그 곡을 바로 피아니스트들이 연주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토요일 밤 길거리에서 펼쳐진 북콘서트에 관객의 반응은 좋았다. 김지연(30·여·서울 마포구)씨는 “우연히 지나가다 길거리에서 클래식이 들려 신기한 마음에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며 “딱딱한 공연장이 아니라서 분위기가 더욱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감(五感)이 깨어나는 체험 행사

  체험부스는 각각 시각, 청각, 미각, 촉각 등 감각을 살리는 체험이 이뤄졌다. 본교 중앙 다도동아리 ‘다연회’도 ‘끽다래 끽다거(喫茶來 喫茶去)’라는 이름으로 시음행사를 진행했다. 끽다래 끽다거는 ‘차 한 잔 마시러 오너라, 차 마시고 가거라’는 뜻이다. 황차, 이슬차, 국화차, 연꽃차 등을 준비했으며 일부 동아리원들은 한복을 입고 차를 권했다. 다도동아리 김명주 대표는 “대동제 다음날이라 조금 힘들었지만 뿌듯했다”고 답했다.

  전북대 임소현(화학·12)씨는 “평소에 먹어보지 못한 황차를 마셔보았는데 녹차를 발효시켜 그런지 떫은 맛이 없었다”며 “다도의 전 과정을 처음부터 차례차례 볼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향기로운 인연’부스를 지나갈 때는 각종 향기가 느껴졌다. 대학연합향수동아리 향연에서 주최한 ‘향기로운 인연’부스에서는 참여자가 자신이 선호하는 향수를 네 개 타입으로 나눠 만들었다. 참가자는 약 12ml의 향수가 담긴 병을 가져갈 수 있었다. 김서연 향연 회장은 “예상보다 폭발적인 반응에 놀랐다”며 “향수를 대중들이 좀 더 가깝데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기쁘다”고 말했다.

  그림으로 마음의 병을 진단하고 상담해 주는 ‘미술약국’도 있었다. ‘미술약국’부스에서는 10분 동안 참여자가 그린 그림으로 심리를 진단하고 그에 따른 상담을 진행했다. 강원대 이정아(산업공학·11)씨는 “집을 그렸는데 걱정이 많다는 진단이 나왔다”며 “그림으로도 내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볼거리 넘치고 유익한 공연과 강연

  야외무대에서는 강연과 공연이 번갈아 진행돼 청중들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일곱시쯤’, ‘신현희와 김루트’ 등의 인디밴드 무대, 재즈보컬리스트 이선경의 재즈연주, 국악밴드 소(笑)울의 음악연주 등 다양한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본교 졸업생 전진희(관현악·12년졸)씨가 대표로 있는 현악 4중주 팀 ‘에끌레어’는 ‘냉정과 열정사이’, ‘피에졸라’ 등 총 4곡을 준비해 연주했다. 전씨는 곡이 끝날 때마다 간단한 곡 소개를 덧붙이기도 했다. 한림성심대 정희원(간호·13)씨는 “클래식을 통해 마음이 힐링됐다”며 “마지막곡인 피에졸라곡이 자주 듣는 곡이이어서 반가웠다”고 말했다.

  강연은 코리아중앙데일리 문소영 기자의 ‘그림 보는 눈’, 최대호 시인의 ‘생활이 곧 시다’ 등 총 4개로 구성돼 각각 20분간 열렸다. 그 중 문 기자의 강연은 인상주의, 입체주의 등의 미술운동을 일목요연하게 짚어줬다. 명지대 정윤아(국문·09)씨는 “개념예술에 대해서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왜 저런 것을 하는 거지?’ 같은 시각이 있었는데 이번 강연으로 쉽게 이해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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