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열중하는 일상, 친밀성에 대한 갈등 심화시키는 원인 돼

  필자는 매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에 하루 운동량과 식단, 몸무게를 기록한다. 그러면 어플리케이션은 필자에게 더 필요한 영양소와 운동량을 제시해 준다. 이처럼 인간에게 스마트폰은 ‘건강 관리자’가 되었을 정도로 중요한 존재가 됐다.

  실제로 이미 우리는 스마트폰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또 어떤 의미에서는 스마트폰과의 관계를 ‘우정’ 더 나아가서는 ‘사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만약 스마트폰이 이런 인간의 우애에 보답해 함께 사랑해 줄 만큼 똑똑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제86회 아카데미시상식, 제71회 골든 글로브시상식 등 올해 개최된 유수의 영화제에서 총 43개의 상을 휩쓸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 ‘그녀(Her)’에서 그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이 영화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사랑의 모습으로 컴퓨터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진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준다. 스파이크 존즈 감독은 iOS의 음성인식 시스템 시리(Siri)로부터 영감을 받아 이 영화를 제작했다고 한다. 즉, 시리로부터 인공지능과 사람이 교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바로 이 ‘교감’은 영화에서 핵심 요소가 된다.

  주인공 ‘테오도르’는 자필 편지를 대신 써주는 회사의 대필 작가이다. 타인의 진솔한 마음을 전해주는 일을 하지만 정작 자신은 아내와 별거 중이고, 또 너무나도 공허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인공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를 만나게 된다. 자신의 상황을 잘 이해해주고 도와주는 컴퓨터 속의 여인 사만다와 대화하면서 행복을 되찾기 시작한 그는 결국 그녀와 연인이 되기에 이른다. 하지만 iOS인 사만다는 테오도르 이외에도 8316명의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있으며 641명의 다른 사람들과도 동시에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실토하게 되고, 결국 다른 운영체계들이 그러하듯 마찬가지로 테오도르를 떠나게 되면서 둘 사이의 관계는 끝을 맺는다.

  일부에서는 ‘과연 인공지능과 감정을 교환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의구심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정녕 기계는 기계에 불과하고 인간에게 우정과 사랑의 대상은 될 수 없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는 우리 자신만 알지 못했을 뿐 이미 기계와 사랑에 빠져 있을 지도 모른다. 친밀한 관계를 필요로 하는 현대인의 욕구를 영화는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다만 그 대상이 기계로 표출되었을 뿐. SNS가 발달한 사회에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과 알게 모르게 관계를 맺고 살지만 진정 사랑을 나누며 살지 못한다. 이런 사실은 친밀성에 대한 갈증이 더욱 깊어지는 현실을 깨닫게 한다.

  작금의 정보화 사회에서 현대인들에게 컴퓨터나 스마트 폰 같은 기계는 신체의 일부나 다름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SNS에 접속하고, 인터넷 쇼핑을 통해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은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된지 오래다. 대중교통을 이동할 때도 사람들은 서로에게 무관심하고, 눈 마주침 한번 없이 스마트 폰에 열중하는 오늘 날, 과연 우리가 기계와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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