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대 최경희 총장 취임 인터뷰 - 이화 내 혁신 … 네트워크, 인재, 인프라, 조직 부문으로 나눠서 강행할 예정

▲ 4일 오전10시 본관 총장실에서 본지와 이화보이스의 합동 인터뷰가 진행됐다. 제15대 최경희 총장이 임기 4년간의 목표와 계획에 대해 이야기 하고있다. 김가연 기자 ihappyplus@ewhain.net

올해로 개교 128주년을 맞이한 이화 역사상 첫 이공계 출신이자 두 번째로 젊은 총장이 부임했다. 지난 달 1일 취임한 최경희 총장(52)은 1979년 당시 49세였던 정의숙 총장 이래로 가장 젊다. 81학번으로 본교에 입학해 과학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템플대(Temple University)에서 물리학 석사와 과학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취임 후, 수면시간이 2~3시간 밖에 되지 않지만 교내 구성원들을 만나는 일은 마다할 수 없다는 최 총장을 4일 오전10시 본관 총장실에서 만났다. 이번 인터뷰는 교내 언론기관인 이대학보와 이화보이스가 합동으로 진행했다.

-총장으로서 취임 한 달을 보낸 소감은 어떤가
128년을 이어온 이화 역사에 대한 책임감과 역할을 매순간 고민하게 된다. 4년간의 임기 동안 이화의 설립 취지를 살려 더 큰 도전을 하고 싶다. 취임 초기다보니 학내·외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회의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이화 내 현안들을 논의하는 일이라 그런지 스스로를 더 채찍질 하게 되는 것 같다. 

-학생처장, 연구처장 등의 보직 경험이 있다. 총장 활동에 어떤 도움이 되나
학내 여러 구성원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학생처장으로 일하며 총학생회 등 학생대표를 만났던 경험은 현재 학생들의 고민거리에 공감할 수 있었다. 연구처장으로 재직하면서 본교 교수들의 연구 환경 등을 낱낱이 알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또 보직을 임하며 직원들과도 일 해봐서 그들의 업무 환경 등도 파악하고 있다. 이 같은 경험들이 바탕이 돼 한 구성원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임기동안 보완하고 개선해 나가야할 점들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임기 4년간의 목표로 ‘혁신 이화’를 내걸었다
이화에는 많은 ‘최초’가 존재한다. 국내 최초의 여성 박사, 국내 최초의 여의사 등을 배출한 학교다. 또 여자 종합대학으로서 의학대학, 법학대학, 약학대학, 공과대학까지 갖춘 곳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그 만큼 역사가 깊고 사회적으로 이화가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깊은 역사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 속에서 혁신이라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외부적으로 변화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이화도 이에 발맞춰 함께 바뀌고 도전해 나가야 한다. 단순히 현재만을 바라보는 변화가 아닌 미래 지향적인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세부 사항으로 ▲조직혁신 ▲인재혁신 ▲인프라혁신 ▲네트워크혁신을 진행할 예정이다. 

-네 가지로 혁신의 방향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조직혁신을 통해 학내 조직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자 한다. 또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바로 현장에 취업할 수 있도록 특정 학과를 산업적으로 특성화 시켜 취업 중심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인재혁신은 이화인 모두가 입학 때보다 더 우수한 학생이 되어 졸업하는 학교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현장 경험이 풍부한 교수를 채용하고 장학금 제도를 개편하는 것이라고 본다. 인프라혁신은 학내 공간의 혁신을 대표한다. 최첨단 강의동을 설립하고 교수들에게 충분한 연구실을 제공하고 싶다. 또 네트워킹혁신은 이화 동문을 연결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화 동문을 연결하는 시스템 구축의 구체적 의미와 방안은 무엇인가
동문 네트워크를 만들어 재학생과 졸업생이 꾸준히 상호 교류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이름도 벌써 지었다. 이화 DNA(Dream and Achievement), 재학생이 가지고 있는 꿈을 졸업생이 연결해준다는 의미이자 서로가 ‘이화’라는 같은 핏줄임을 상징한다. 이화는 이름 그 자체가 힘이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동하고 있는 약 20만명의 동문이 서로를 끌어 당겨주는 힘을 재학생뿐 아니라 예비 이화인들도 알 수 있게 하고 싶다.

-혁신 이화가 진행되기에 앞서 충분한 재정이 바탕 돼야 할 것 같다
임기 동안 더 많이 기부를 받아 혁신이 이루어진 미래 이화를 위한 적립금을 든든하게 마련해 놓을 예정이다. 적립금을 단순히 학교가 쌓아 놓고 있는 돈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적립금은 곧 학교 자체의 힘이기도 하다. 외국의 대학들에 비해 국내 사립대학들의 적립금은 부끄러울 정도로 적다. 적립금이 있어야 여러 외부요인들에 앞서서 제 목소리를 내고 학생들을 위한 학교를 유지해 나갈 수 있다.

-적립금 확충을 위한 방안이 있나
올해 안에 ‘대(大)이화후원연대’를 만들어 기금을 확충해 나갈 것이다. 이는 본교 졸업생뿐 아니라 그들의 남편인 이화의 사위 등 이화 가족과 이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까지 끌어안고자 한다.

-학내에 학생들을 위한 자치공간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공간은 사적인 개념이 아니다. 교수든 학생이든 누구나 학교의 공간을 사용했으면 반납해야하며 이는 학교의 자산이다. 학생들을 위한 자치공간보다 오히려 대학원생과 교수들을 위한 연구시설이 부족하다고 본다. 의과대학 교수들은 3명이 한 연구실을 쓰기도 한다. 또 실험 실습실이나 조형예술대학의 실습실도 매우 열악하다. 이것부터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비 이화인을 위한 홍보방식 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학생들의 의견이 절실히 필요한 부분이다. 홍보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누구나 입학처로 연락을 주길 바란다. 입학처장에게 말해 두겠다. 보완해야할 부분 등에 대해 서면으로 의견을 보내주어도 좋고 구두로 말해도 좋다. 언제든 두 팔 벌려 이화인의 의견을 받을 예정이다.

-52세의 젊은 총장으로서 학생들과 소통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며칠 전, 총학생회와 면담을 진행했다. 학생 대표자의 만남이기에 총학이 요청한 즉시 바쁜 일정 중에도 시간을 내서 바로 만났다. 교내 언론사의 인터뷰도 요청 직후 바로 날짜를 잡았다. 이 또한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격식을 차리지 않고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총장에게 이야기해도 좋다. 논의 과정에서 나 또한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선 직격탄을 날릴 것이다. 

-임기를 마쳤을 때,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나
이화인들이 내게 알맞은 별명을 지어 줬으면 좋겠다. 처장을 맡았을 때는 직원을 존중하는 처장이라고 불러주었다. 학생들의 의견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겠다. 그러나 학생들이 공공질서를 무너뜨리는 행동을 할 때는 단호히 대할 것이다. 하지만 학교의 부족한 점을 시정해야할 때는 명확히 하는 총장이 되고 싶다. 

-이화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이화인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길 바란다. 또 학교를 믿고 따라 와 주면 좋을 것 같다. 학교는 학생들이 이화인이라는 위치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학생들도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그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 또한 학교의 발전 과정에서 대의를 위해서는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