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의 ‘진짜’ 사무총장을 만나다
비정상회담의 ‘진짜’ 사무총장을 만나다
  • 천민아 기자
  • 승인 2014.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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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을 유혹한 성공 PD … 임정아 PD 인터뷰
▲ JTBC 비정상회담을 기획한 임정아 PD 홍숙영 기자 jikkal@ewhain.net
▲ JTBC 비정상회담 의장단과 G11이 토론을 벌이는 현장. 제공=JTBC

  대박PD가 또 대박을 터뜨렸다. 요즘 핫한 JTBC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의 담당PD인 임정아(신문방송‧94년졸)씨의 이야기다. 8월31일 기자가 방문한 12회 녹화현장은 프로그램을 향한 대중들의 관심만큼이나 그 열기도 뜨거웠다. 바쁜 녹화현장 속에서도 모니터를 보며 패널들의 표정과 대사 하나하나를 체크하는 임 씨는 열정이 넘쳤다. 그런 그녀를 3일 JTBC 사옥에서 만나 현장에서의 ‘비정상회담’ 이야기를 들었다.

  프로그램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정상회담’ 앞에 그렇지 않음을 나타내는 ‘비(非)’를 붙여 정상회담이 아니라는 뜻과 비정상적인 회담이라는 의미를 모두 담았다.
“실제 나라의 정상(頂上)이 아닌 사람들이 나라의 대표라고 우기는 역발상을 담아냈어요. 자국에서 대표로 파견한 적 없는 비정상(非頂上)들이 자국의 문화를 말하는 상황을 연출했어요. 국제회의를 콘셉트로 하는 프로그램의 공식 언어를 ‘한국어’로 설정한 것은 비정상(非正常)의 정점이죠. 대게 G20 정상회의 등에서는 영어를 공식 언어로 하는 경우가 다반사잖아요.”

  임 씨는 비정상의 의미를 방송 세트장에도 담아냈다. 비주류, 비정상의 느낌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실제 정상회담은 소위 ‘있어 보이는 곳’에서 열리잖아요. 그런데 방송 세트장은 일부러 ‘없어 보이게’ 만들었어요. 건물의 후미진 구석방에서 절대 정상회담에서는 논의하지 않을 안건들을 모아 이야기 하는 느낌으로요. 방송을 자세히 보면 구석에 칙칙한 파이프나 낡아 보이는 벽 등을 그대로 노출한 것을 발견할 수 있어요.”

  연일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비정상회담이 탄생한 데는 임 씨가 미국에서 다국적 청년 독서토론회에 참석했던 것이 큰 역할을 했다.
“콜롬비아, 브라질, 프랑스 등 각국에서 온 친구들이 같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접근방식이나 해결방법이 각기 다른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비슷한 듯 다른, 다른 듯 비슷한. 이 때 받은 느낌을 가지고 한국에 돌아와서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 적용해봤어요.”

  프로그램의 또 다른 인기요인은 G11이라 불리는 11명의 패널이다. 터키 유생 에네스 카야, 덴마크 오리 줄리안 퀸타르트 등 패널들은 인기 아이돌 엑소(EXO)에서 이름을 따 젝소(GXO)라고 불릴 정도다.
“유창한 한국어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을 것, 유머러스할 것, 자국에 오랫동안 거주해 그 문화를 대표할 수 있을 것. 이 세 가지가 패널 선정 조건이었어요. 처음부터 남자로만 구성할 생각은 없었지만 공교롭게도 조건에 부합한 사람들이 모두 남자였어요. 패널들 모두 스텝들과 방송 전, 사전 인터뷰 때도 재밌게 토론이 되는 사람들 위주였죠.”

  임 씨는 MC선정에도 공을 들였다. 사무총장 유세윤. 의장 성시경과 전현무. 의외다 싶은 조합에서 비정상회담을 이끌어가는 또 다른 재미요소다.
“비정상회담에서는 2030세대의 고민을 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기존 1세대 MC가 아닌 새로운 MC역할을 할 인물이 필요했어요. 그런 고민 속에서 전현무 씨가 떠올랐죠. 성시경, 유세윤도 무게를 잘 맞춰 줄 수 있는 조합이었어요. 유세윤 씨는 진지한 토론 분위기를 재치 넘치게 이끌어 가는 역할에 특화됐어요. 또 성시경 씨는 어떤 토론 주제가 나와도 막힘없이 토론에 임하더라고요.”

  자유분방한 토론 분위기 탓에 대본이 없다는 오해도 받는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패널들의 열띤 토론 때문이다.
“대본이 없다니요. 이번 주만 해도 약 20장이 넘게 대본이 있는 걸요. 다만 녹화를 하다보면 대본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도 대다수죠. 이것이 비정상회담의 매력인 것 같아요. 대본이 있지만 녹화 하면서 대본을 넘어선 그 이상의 ‘+∂’가 다른 프로그램보다 크다는 거죠.”

  의견을 주장하고 상대편을 설득해야 하는 토론 프로그램이지만 처음 표결과 나중 표결은 별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임 씨가 꼽는 비정상회담의 진정한 매력은 ‘설득’하는 것이 아닌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비정상회담의 토론 목표는 의견이 하나로 일치되는 것이 아니에요. 프로그램을 보면 ‘토론은 왜 했니?’라고 생각할 정도로 방송 시작과 말미의 표결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어요. 서로를 설득하지 못하고 끝난다고도 보는 이들도 있겠지만 아니에요. 서로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게 되는 거죠. 다르다는 것을 알고 인정하는 것, 그거 하나면 돼요.”

  매주 진행되는 기획회의에 패널들과 MC 그리고 제작진이 모여 주제를 선정하고 각자 공부해온다. 매주 다른 주제를 청년들을 대표해 ‘안건’으로 상정하고 토론해야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나라를 대표한다고 우기던 그들이었지만 이제는 정말 자국을 대표하는 얼굴이라며 진지하다.
“패널 모두 정말 열심히 주제에 대해 공부해 와요. 이젠 정말 자신이 한국에서 자국을 대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에요. 그게 이 프로의 장점이 되죠. 딱 그 나라 그 나이 대 청년을 만나볼 수 있는 것. 우리가 언제 가나에 대해 그렇게 깊이 알아볼 수 있겠어요?”

  논의한 주제 중 독립이 가장 마음에 든다는 임 씨. 인터뷰 내내 당당한 모습의 그녀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이기도 했다.
“한국 청년들의 가장 큰 과제가 ‘독립’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한국에서 청년들이 경제적, 사회적으로 독립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독립의 과정에 반드시 수반 되는 게 모험이라고 봐요. 지금 패널들도 한국이라는 타국에서 모험을 하고 있는 과정이잖아요. 모험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알고, 배우고 경험했으면 좋겠어요. 정답을 찾아 헤매지만 결국 이런 경험 끝에 완성되는 자신이 진정한 정답일 것 같아요.”

  당분간은 비정상회담에 집중하겠다는 임씨.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이어지는 회의 스케줄 틈에서도 그녀는 싱글벙글했다.
“제가 쥐고 있는 시간은 오직 현재 뿐이에요. 미래에 대한 큰 계획을 갖는 건 좋지만 거기에 집착할 필요는 없죠. 어차피 현재가 쌓여 미래가 되니까요. 여러분도 무엇을 하든 열정적으로 현재에 집중하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