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균관대 '제1회 인성 캠프: 선비의 품격을 품다' 제공=성균인성교육센터
▲ 지난학기 진행된 이화RC 비교과 프로그램 '호신술특강' 제공=이화RC센터

  대학가에 인성교육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고교시절, 대학 입시 위주의 교육에 치중해 인성교육을 받기 힘들었던 대학생에게 리더십, 공동체의식 등을 함양하는 교육을 대학이 제공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대학 내 교양, 기초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의 대표로 구성된 협의기구인 전국대학교양교육협의회(전국 80개교)에서 지난 1년간 지속적으로 회의 안건에 올랐던 주제 역시 인성교육이었을 정도다. 대학에서의 인성교육은 책과 이론 위주라기보다는 스스로 사회나 자기발전에 도움이 될 만한 행동을 실천하는 프로젝트 위주의 교육이 주를 이루고 있다.

  대표적으로 본교의 기초교양 ‘나눔 리더십’과 이화 레지덴셜 칼리지(이화RC)다. 13학번부터 나눔 리더십을 필수로 이수하게 된 지 올해로 2년째다. 채플이나 기초교양 과목인 ‘기독교와 세계’가 학생들의 인성 함양을 목적으로 하지만, 수업내용이 현실생활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나눔 리더십이 개설됐다. 나눔 리더십 수업은 이론수업과 실천 활동으로 이뤄진다. 나눔과 인간, 소통과 공감 등 5개의 키워드로 이론수업이 진행되고, 학생들은 이론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직접 실천 활동을 기획하고, 활동한다.

  교수들은 이러한 교육이 학생들이 사회의 구성원이 됐을 때 빛을 발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교육의 효과를 당장 체감하지 못해도 사회에 나왔을 때 나와 타인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눴던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김혜령 교수(교양교육원)는 “나의 삶을 가꾸는 동시에 타인도 살펴볼 수 있는 사람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어떤 활동을 기획하는 능력과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실행력 역시 생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RC는 작년 2학기부터 서울 소재 대학 캠퍼스 중 최초로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다. 이화 RC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학생은 한 학기동안 기숙사에 거주하며 이화 레지덴셜 칼리지 어시스턴트(RCA)가 기획한 ‘텃밭 가꾸기’ 등 비교과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이화RC센터 이민주 연구원은 “신입생들이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갖고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고자 RC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한다”고 말했다.

  타대도 실습, 토론 등 학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경희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은 리더십, 공동체의식, 책임감 등을 기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매 학기 특강을 듣고 토론하거나 인성수업의 일환으로 사회봉사를 한다.

  경희대는 인성교육을 위한 ‘교양대학’을 만들어 신입생들이 인성교과목을 35학점 이상 필수로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2011년 경희대는 학생들을 봉사정신을 갖춘 책임 있는 시민으로 육성시키고자 교양대학 후마니타스 칼리지(Humanitas College)를 신설했다. 교과과정으로는 책임 있는 시민 양성을 위한 시민교육과 사회적 실천 행위인 사회봉사를 합친 ‘시민교육’, 공동체에 대해 배우는 ‘공동체의 미래: 신뢰, 친밀성, 자율성’ 등이 있다.
 
  인성교육을 전담하는 센터를 만들어 에세이 공모전, 캠페인 등을 여는 대학도 있다. 작년 10월 ‘성균인성교육센터’는 성균관대의 교시(校是)인 인의예지(仁義禮智·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네 가지 마음가짐, 어짊과 의로움과 예의와 지혜)와 건학이념인 수기치인(修己治人·스스로 수양하고 세상을 다스린다)을 기반으로 출범했다. 성균인성교육센터는 동양고전 「논어」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매 학기 ‘논어 에세이 공모전’을 열고, 선비의 사상과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인성캠프’, 매 달 「논어」의 구절을 포스터에 적어 학교 곳곳에 붙여 놓는 ‘四物 프로젝트’ 등을 실시하고 있다. 성균인성교육센터 김유곤 책임연구원은 “인성교육을 통해 자기가 살아온 삶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교육을 반복적으로 실시한다면 학생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역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매학기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고려대 교무처는 재작년 창의성과 인성, 감성을 갖춘 고대인 양성을 목적으로 ‘유니버시티 플러스(University+)’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바른 삶과 빼어난 삶을 위한 제안 등을 주제로 강연하는 ‘사람? 희망’, 생활에티켓 교육프로그램인 ‘크림슨(crimson, 활기와 정열을 상징하는 빛깔로 고려대 상징색) 에티켓’등 다섯 개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또한 고려대는 작년 신입생 필수 세미나 ‘대학생다운 매너와 에티켓’이라는 인성교과목을 개설했다.

  교육사회학을 연구하는 본교 김안나 교수(교육학과)는 “대학생들은 미래 사회의 지도자로서 전공분야의 전문지식 외에도 공동체의식과 사회적 책임감을 함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형제, 자매가 적고 지역사회의 교육적 기능이 활성화되지 않은 환경에서 성장한 요즘 세대에게 부족한 능력을 대학이 제공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인성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이러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효과가 있었다는 반응이다. 작년 2학기 이화 RC에 참여했던 손인화(불문·13)씨는 “이화 RC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지금까지도 자주 연락하며 지내는 친구를 얻었고, 소속감과 공동체 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수업을 들은 공지연(자유전공·12)씨는 “전공과목에서는 배우지 못했던 평화, 사회, 문화 등에 대해 공부하며 생각의 폭을 확장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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