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총장이 떠오르고 있다. 그간 총장직은 인문계 교수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고려대, 서강대에 이어 본교에서도 개교 이래 첫 이공계 총장이 탄생했다. 일부에서는 연구실적평가나 대학평가, 산학협력 등이 대학가의 화두로 제시되면서 이에 유리한 이공계 출신 교수가 대학총장직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7월 선임된 본교 최경희 총장(과학교육과)은 이공계 발전에 주력해온 최근의 본교 추세와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김 전 총장은 과학이화 구호 아래 ‘제2의 마담 퀴리’, ‘노벨과학상 1호’ 등을 목표로 하며 여러 사업을 진행했다. 김 전 총장의 임기 동안 산학협력관이 올해 4월 신축되고 세계 5대 화학 기업 솔베이 연구센터, 한국 기초과학연구원 등이 산학협력관에 입주했다. 이외에도 재작년 9월 스웨덴 공학한림원장, 고등교육 국제협력재단 이사장 등을 초청해 ‘과학이화’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열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에 최 총장도 보조를 맞춰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최 총장은 8월27일 본교 아령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산학협력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비치기도 했다. 최 총장은 “산학협력 교수 채용을 늘려 현장 전문가를 영입하는 한편 화학기업 솔베이와도 글로벌인턴십, 장학금 확대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전통적으로 인문사회계열이 강했던 대학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본교 경우, 자연과학대학은 1982년, 공과대학은 1996년에 설립돼 상대적으로 학과 개설 시기가 늦었다. 고려대도 개교 50년 후에야 이과대학과 공과대학이 설립됐다. 서강대는 경제학과 출신을 일컫는 서강학파를 중심으로 인문사회계열이 전통적으로 강했으며 이에 비해 이공계열은 약세를 보여왔다. 

  이공계 총장의 강세로 인한 효과는 이미 다른 대학에서 드러나고 있다. 대학평가에서의 순위 상승세가 그 예다. 고려대의 첫 이공계 총장인 김병철 총장도 2011년 취임한 후, 고려대는 8월 상해교통대가 발표한 2014 세계대학평가 순위에서 224위를 기록하며 지난해 보다 90단계 오르는 성과를 이뤘다. 최상위 피인용 연구자 수, Nature/Science 학술지 게재 실적 등의 지표에서 점수가 대폭 오른 것이 순위 상승의 원동력으로 분석됐다. 고려대 대외협력처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최근 성과는 총장의 적극 지지로 인해 자연계 연구역량 강화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온 결과”라고 말했다.  

  이공계가 비교적 유리한 산학협력 분야를 강화하려는 노력도 눈에 띈다. 작년에 취임한 서강대 유기풍 총장 역시 이공계 인사로 2009년~2012년 서강대 산학부총장 시절부터 산학협력 분야에 경력을 쌓았다. 총장의 영향으로 서강대는 지난 7월24일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한 ‘기술이전·창업 최우수성과’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장관표창을 받는 등의 실적을 냈다. 홍익대 임해철 총장 역시 컴퓨터공학 교수 출신으로 산학협력에 힘쓰고 있다. 임 총장은 2012년 12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산업과 예술의 융합이 더욱 강화되도록 미술디자인에 공학을 접목하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홍익대는 재작년 대학로 캠퍼스에 산학협력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전문가는 이공계 총장이 주목받고 있는 최근 경향의 원인으로 대학가에서 대학평가 결과 등이 주요 화제로 떠오르는 사회적 분위기를 꼽았다. 논문 특허 기술이전 등 연구 성과와 산학협력 지표가 대학 평가나 교육부 지원사업의 지표로 대두하면서 인문사회계열뿐 아니라 이공계 분야와의 균형 발전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은 “2000년대 중반부터 대학 평가가 학교 이미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산학협력이 대학평가 기준으로 작용하면서 기술이전 등에 유리한 응용과학, 융․복합 학문 및 공학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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