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씨는 방학 때 다이어트를 통해 8kg을 감량해 완벽한 모습으로 개강을 맞이하려 했다. 하지만 방학 동안 3번의 식도락 여행을 다녀오면서 3kg밖에 감량하지 못했다. ㄱ씨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좌절감으로 인해 폭식증이 생겼다. "8kg을 감량했으면 제가 원하던 외모가 됐을 텐데 3kg밖에 감량하지 못해서 자신감이 떨어져요. 주변 사람들은 살 빠졌다고 칭찬하는데 저는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가을학기를 시작하는 학생들로 여름 내내 조용하던 이화의 교정이 떠들썩하다. 학기 초가 되면 완벽하게 개강을 준비하려는 심리로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초래한 이화인들도 있다. 「지친 완벽주의자를 위하여」의 저자 리처드 윈터(Richard Winter)는 완벽주의를 삶의 일부 또는 모든 영역에서 결백하고 흠이 없기를 갈망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본지는 개강을 맞아 개인에게 패배감을 주는 완벽주의의 원인과 증상, 그에 따른 부작용과 해결 방안을 책을 통해 살펴봤다.

  △100% 아니면 0%, 극단적 완벽주의자
윈터에 따르면 완벽주의는 ▲기질과 유전 같은 선천적 요인과 ▲자기방어 심리의 발달 ▲문화와 대중매체의 압력 같은 후천적 요인에 의해 유발된다.

  윈터는 부모가 아이의 완벽주의 발달에 영향을 끼치기 훨씬 이전인 초기 단계에 아이가 청결, 단정, 정리정돈 등에 특히 신경을 쓰는 경우에 아이의 완벽주의 기질은 타고 난 것이라고 말한다. 부모가 완벽주의자면 아이도 완벽주의 기질을 보이는 것이다. 학대를 받았거나 가정에 불화가 있었던 경우 등 불안을 많이 겪은 사람들은 그때보다 더 안정적인 삶을 살기 위해 완벽주의자가 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완벽한 외모나 소유물을 과시하는 텔레비전 방송 또한 완벽주의적 사회 분위기를 조장한다. 특히 이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일을 실제적인 자아에 요구하면서 압박을 느낀다.

  데이비드 스툽(David Stoop)은 자신의 저서인 「완벽주의로부터의 해방」을 통해 완벽주의자들은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들은 어떤 것이든 완벽하거나 가치 없거나 둘 중 하나라고 여긴다. 소위 말해 ‘전부 아니면 전무’의 사고를 한다.

  또 완벽주의자들은 실패가 두려워 어떤 것도 시도하지 않으려고 한다. 스툽은 이런 현상을 ‘장애 효과’라고 말했다. 이런 사고방식 때문에 완벽주의자들은 실패는 극대화하고 성공은 극소화하는 ‘극대화와 극소화’의 방식에 빠진다. ㄴ씨는 방학 동안 MOS 자격증 4과목 중 3과목에 합격했다. 친구가 ㄴ씨에게 3과목이나 합격했다고 칭찬하면 ‘원래 4과목 모두 합격해야 하는데 아직 3과목밖에 합격하지 못했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ㄴ씨의 이런 태도에서 완벽주의자들의 사고방식을 볼 수 있다.

  이분법적 사고방식과 연관된 또 다른 증상은 완벽주의자들이 비현실적인 목표를 세운다는 점이다. 이들은 항상 비현실적인 목표에 도달하려 손을 뻗고 실패할 경우 자신을 실패자라고 여기며 낙담한다. 예를 들어 학기 중에 아르바이트, 과외, 동아리, 대외 활동을 병행하면서 학교 성적도 잘 받으려고 한다면 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완벽주의자는 이러한 목표를 세워놓고 이를 달성하지 못한 자신을 자책한다.

  스툽에 따르면 비현실적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함으로써 완벽주의자들의 자존감은 점점 낮아진다. 계속되는 실패감으로 완벽주의자들은 이분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고 다시 비현실적인 목표를 세우지만 다시 실패하고 만다. 이러한 자기파괴적인 악순환은 이들의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더욱 강화시킨다.

  완벽주의자들은 실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항상 실패할 것이라는 부정적 생각을 한다.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으면 실제로 실수할 가능성은 더 커진다. 그리고 부정적인 생각은 신체에도 영향을 미쳐 질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때 완벽주의자들은 신체적 질병에 관해서도 완벽주의적 성향을 보이는데, 병이 없거나 미미함에도 병을 과장하거나 반대로 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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