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이화의 ‘신축 기숙사 기공식’이 개최되었다. 앞으로 2년 뒤면 보다 많은 이화인들이 지낼 공간이 생기게 된다. 4년 동안 ‘집 고민’을 빼놓을 수 없었던 나로서는 너무 기쁘고, 새내기 때의 ‘한우리집’은 내게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곳이기에 안심도 된다.

  이화에 있는 4년 동안 참 많은 ‘집’에 살았다. 첫 번째 집은 기숙사 ‘한우리집’이었다. 대부분의 절친한 벗들을 그 곳에서 만났다. 기숙사 내부 특유의 느낌, 서울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야경부터 나를 신데렐라로 만들었던 통금 시간까지 모든 것이 그리운 집이다.

  두 번째 집은 ‘친구들과 함께한 집’이었다. 타지생활의 설움을 달래보자며 기숙사에서 만났던 친구들과 집을 구했다. 아파트 비슷한 곳이라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이들은 큰 돈을 내고 산다고 생각했겠지만, 여럿이서 월세를 나눠내고 생활비를 필사적으로 아꼈더니 혼자 사는 것보다 훨씬 부담이 덜했다.

  3학년이 되자 새내기 시절부터 함께하던 우리들은 각자의 계획에 따라 집을 옮겼다. 이 때 세 번째 집인 학교 근처 ‘하숙집’으로 옮겨왔다. 방은 좁았지만 챙겨주는 분들이 있어 든든했다. 주방 바로 옆에 자리한 방이라 식사시간 때마다 소란스러웠는데, 방을 옮겨주신다고 하셨지만 고향집에 내려온 듯한 기분이 들어 오히려 고마웠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네 번째 집, ‘혼자 사는 집’에 살기 시작했다. 온전히 혼자만 있는 공간은 처음이라 부푼 마음이었는데 이따금씩 심심하고 외롭기도 하다. 하지만 부모님께서 올라오시면 머무를 수 있는 곳, 고향친구가 오면 묵을 수 있는 곳이 생겼다고 생각하면 금세 즐거워진다.

  조금 우스운 일 일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집을 옮겨 다니며 짐을 꾸릴 때 마다 괜히 눈물을 훔치곤 했다. 1년밖에 살지 않았는데 짐이 두 배로 늘어나고 그걸 혼자 옮겨야 된다는 데에 대한 부담이 너무 버거웠던 것 같다. 때문에 새내기 때는 집에서 통학하는 친구들을 마냥 부러워했다.   그러던 내가 어느덧 ‘타지생활 대 백과’가 되어있다. 다른 지역에서 온 이화인이라면 살아볼 법한 거의 모든 집에 살아본 것이다. 이제는 누군가 물어본다면 한마디쯤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돌아보면 네 개의 집에 살던 때의 나는 각각 다른 모습이었다. 친구들과 야식을 먹으며 밤새 떠들던 모습, 친구들과 함께 가족들하고만 했었던 대형 마트 쇼핑을 하던 모습, 좁은 방에 들어가기 싫어 일부러 늦게 들어가던 모습도 있다. 그럼에도 공통적인 것이 있다면 기분이 안 좋다가도 귀가하면 마음이 안정될 수 있는 곳. 그날의 모든 그림자가 걷히는 곳. 그런 공간을 찾아 헤매왔던 모습이다.

  이런 모습은 내 개인의 모습만은 아닌듯하다. 요즘 ‘셀프 인테리어’ 페이지나 커뮤니티가 활발하게 운영되는데, 곰팡이 가득하던 옥탑방도, 겨우 한 사람이 누울 공간의 방도 페인트칠부터 가구배치의 변화까지 다양한 방법을 거쳐 전혀 다른 공간이 된다. 이렇게 제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모두 마음의 평화를 위한 공간을 찾아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사는 곳은 마냥 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때로는 열악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외로움을 주기도 한다. 또 외로움을 주진 않지만 떠나고 싶게 만들 때도 있다. 그래도 그 집들은 각각의 매력이 있고, 그 안에서 더욱 완전한 ‘나’를 만들어 준다. 글을 보고 있는 이화인들이 어디에 있든 그 공간이 따뜻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 나가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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