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으로 돌아가 깨닫는 나의 꿈
‘초심’으로 돌아가 깨닫는 나의 꿈
  • 조정의(수교·12년졸)
  • 승인 2014.09.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상명고등학교 수학 교사

 

  풋풋했던 스무살, 설레는 마음을 안고 서울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습니다. 꿈에 그리던 대학생활에 잔뜩 부푼 마음을 주체 하지 못해 안절부절 했던 기억이 납니다. 내가 드디어! 대학생이! 그것도 무려 서울에서 이화여대생이 되다니! 내 인생 제2막은 어떻게 펼쳐질까 상상하며 고등학교 학창시절의 모든 것이 담겨있던 스터디플래너 마지막 페이지를 펴 저만의 ‘Bucket List’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학교생활도, 사회생활도, 그리고 나의 꿈을 향한 무한질주도 모든 것이 버킷리스트에 적힌 대로 될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 설렘을 안고 큰 꿈에 부풀었던 희망찬 소녀는 어디로 간 것일까요? 눈 깜짝할 사이 시간은 훌쩍 흘러버렸고 공부도 과제도 자기관리도 미모도, 뭐든지 1등으로 잘하는 이화인들 사이에서 매일 매일 의미 없는 시간들을 보내며 지냈던 저는 자연스레 뒤쳐질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점점 무기력해졌습니다. 이화에서의 생활은 행복하고 따뜻했으나 나 스스로의 무기력함으로 어느덧 공허함이 더 많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
  그러던 어느 날 이삿짐을 옮기며 뽀얗게 먼지가 쌓이고 어느덧 색이 조금씩 바래버린 저의 스터디플래너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학창시절 순수했던 모습에 배를 잡고 웃기도 하고 엄마 미소를 지어보기도 하고 감동의 눈물도 살짝 흘리고서는 맨 뒷 페이지의 버킷리스트를 발견하였습니다. 머리를 큰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좋은 선생님 되기, 자랑스러운 이화인 되기, 정의로운 사람 되기, 영화 한편 만들어 보기, 눈물 나게 웃어보기, 가족과 친구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기, 백두산에서 태극기 들고 사진 찍기, 천만원 모으기, 첫 교직생활에 손 편지 100통 쓰기, 엄마랑 둘이서 여행가기, 기차타고 전국 여행 떠나기, … 등 소박하고도 나름 원대했던 저의 꿈들이 고스란히 적혀있었습니다. 그 때 느꼈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자! 내 인생 내가 멋지게 살아보자! 그리고 하나씩 버킷리스트를 실행해나갔고 리스트에 빨간 줄이 쫙쫙 그어질 때마다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습니다.

  어느덧 졸업을 하게 되었고,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학기 초 의욕이 100% 충만하여 열정적으로 수업에 임하지만, 흩날리는 벚꽃에 콧구멍이 살살 간지러워질 무렵이면 목도 아프고 수업 준비도 소홀해졌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를 잡아준 것은 바로 ‘초심’이었습니다. 버킷리스트 1번, ‘좋은 선생님 되기’는 제 인생의 가장 큰 꿈이자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초심이 흔들리는 일이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그 때 저를 지켜준 또 다른 버팀목은 바로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이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요즘 청소년들이지만,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수업 열심히 듣는 학생들 모습을 보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모릅니다. 저는 이 학생들을 위해 저를 더욱 채찍질하게 되었고 학생들에게 행복한 바이러스를 전파하고자 제 스스로가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제 이름처럼, 학생들에게 수학의 ‘정의(定義)’를 잘 가르쳐서 21세기 ‘정의(正義)’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인재가 될 수 있도록 지도하는 정의로운 교사 ‘조정의’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2학기가 시작되어 정신없는 찰나, 방학 동안 쉬며 나태해진 저는 이 글을 쓰며 다시금 저의 ‘초심’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이화인 여러분! 초심을 잃지 않고 꿈을 향해 전진하는 사람에게 행복한 결말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화에서도 그리고 졸업 후 사회에서도 항상 우리 이화인을 응원하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음을 잊지 마시고 힘내시길 바랍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