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판, 의자 등으로 가로막혀 비상시 탈출이 어려운 조형예술관C동 1층 비상구
▲ 비상통로가 콘크리트 벽으로 막혀있는 음악관 지하1층 국악연주관 출입 뒷문이 비상구 홍숙영 기자 jikkal@ewhain.net

 

 최근 사회적으로 발생했던 안전사고에 경각심을 갖고 본교는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안전 사각지대는 본교 내 여전했다. 화재 등 유사시 빠르게 대피해야 하는 생명의 문인 비상구가 관리소홀로 방치돼 ‘죽음의 문’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여러 안전 교육을 통해 비상구 위치를 잘 알아둬야 한다는 사실을 배우더라도 정작 비상구 관리는 제대로 안돼 대피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문화관(학문관)에 불이 났다고 가정해보자. 건물에 있던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비상구를 향해 뛰어야 한다. 그러나 중앙동아리 동아리방이 있는 복도 안쪽 비상구의 비상대피로는 절반 가량이 짐으로 막혀있었다. ‘생명의 문’으로 불리는 비상구는 이곳에서 그저 창고에 불과했다.

 본지는 27일~29일 단대 수업이 있는 건물과 학생 유동인구가 많은 학문관 등 교내 건물 25개의 비상구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학교 측의 비상구 관리 소홀과 학생들의 인식 부족으로 교내 일부 건물의 화재 시 대피 안전이 위협받고 있었다.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2절 제10조에 의하면 피난시설의 기능과 성능에 장애를 줄 수 있는 행위, 주위에 물건을 쌓아두는 행위, 폐쇄∙훼손하는 행위는 위법으로, 2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지난 5월26일 발생했던 고양종합터미널과 5월28일 전남 장성요양병원 화재도 비상구 관리 부실이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었다.

 학문관 비상구 중 한 곳은 동아리 비품 등으로 통로 절반 이상이 막혀 있었다. 동아리방과 연결된 2층, 4층, 5층 비상구의 문 앞 공간의 절반 정도는 폐지, 동아리 비품, 의자 등이 차지하고 있었다. 학생처 학생지원팀은 5월15일 동아리연합회, 중앙동아리, 자치단위 대표에 공문을 보내 5월22일까지 적치한 물건을 치울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본지가 취재했던 5월29일 오후6시 당시에도 물건들은 그대로 쌓여있었다. 동아리연합회 이사랑 회장은 “동아리 비품을 옮길 적절한 공간이 없어 물건을 치우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조형예술관 비상구 역시 짐에 막혀 통행이 어려웠다. 5월29일 오후 4시경 졸업작품 전시전이 한창인 조형예술관 C동 1층 전시실에서 본지 기자가 직접 불이 났다고 가정하고, 바로 옆에 있는 비상구로 대피해봤다. 비상구 입구에서부터 계단까지 약 10m정도의 복도가 칠판 1개, 책상 16개, 의자 등으로 가득 막혀 있었다. 집기 사이 1m도 안 되는 폭으로 만들어진, 삐뚤삐뚤한 ‘복도’를 게걸음으로 빠져나가는 데만 약 30초 정도가 걸렸다. 장애물이 없었다면 달려서 복도를 빠져나가기까지 채 1~2초 정도 밖에 않았을 거리다. 또한, 비상계단을 올라가서도 외부로 연결된 2층으로 가는 문은 책장이 겹겹이 막고 있었다. 이날 1층 전시실과 복도에는 학생들, 관람객들 약 60명이 있었으나 그들이 대피할 수 있는 출구는 중앙통로 한 곳뿐이었다.

 비상통로가 아예 벽으로 막혀 탈출이 차단된 건물도 있었다. 음악관 지하1층 국악연주관 출입 뒷문에 있는 비상구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양 옆 약 70cm정도 폭으로 건물 틈을 따라 성인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길이 나왔다. 60보 정도 걷자 벽이 콘크리트로 막혀있었다. 반대편도 마찬가지였다. 기자와 동행한 음악대 행정실 관계자는 “이곳 비상구가 막혀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5월27일 오후 7시40분경, 수업이 진행되는 국악관현악실 옆에 있던 또 다른 비상구는 아예 자물쇠로 잠겨있었다. 기자가 오후6시쯤 방문했을 때는 비상구가 열려있었으나 그 사이 잠긴 것이다. 학교 관계자는 “외부인을 차단할 목적으로 잠그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잠긴 것을 확인한 7시40분경에도 지하 1층에선 약 70~80명의 학생이 연주 등을 하고 있었다.

 하루 종일 자물쇠로 차단된 비상구도 있었다. 이화∙포스코관(포관) 1층 153호 옆 바깥과 연결된 비상구다. 경비원 ㄱ씨는 “이곳에서 근무하기 이전부터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비실에서 잘 보이지 않아 관리가 어려워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관 지하1층 대형강의실 3곳에서 가장 가까운 비상구가 이곳이다. 화재 시 해당 강의실에서 수업하는 학생들은 미리 알아둔 비상구를 향해 달렸어도 닫힌 문을 마주했을 것이다.

 그러나 취재대상 건물에 소재를 둔 일부 단과대학 행정실에 비상구 관리에 대한 책임소재를 물었을 때 담당자가 없다는 등의 답변만 나왔다. 총무처 시설팀 관계자는 “각 건물의 공간관리부서가 해당 건물시설을 관리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비상구도 건물 별로 관리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본지가 조사 결과 몇몇 건물의 관계자는 비상구 관리에 대해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A건물에서는 “비상구를 따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답이, B건물에서는 비상구의 위치조차 모르기도 했다. 기자가 마감을 앞둔 시점까지 공간관리담당자를 찾았으나, 누가 비상구 관리를 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책임 있는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이에 교육 등은 실시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미비한 안전상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본교생 ㄴ씨는 “올해 여러 안전사고가 터진 이후 비상구 위치 등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알아도 안전에는 아무 소용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ㄷ씨는 “수업하는 건물의 비상구가 막혀있는 등 안전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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