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귀를 자극하는 미디어 아트 속을 거닐다

▲ 5월27일 많은 관람객들이 ECC와 중강당 사이의 길목에 설치된 스크린으로 제8회 '이마프(EMAP, Ewha international Media Art Presentation)'의 미디어아트를 관람하고 있다. 이도은 기자 doniworld@ewhain.net

 

  미디어아트로 꾸며진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이화인의 마음을 흔들었다. 중강당 앞 정원, 중앙도서관과 이화‧포스코관 사이 숲길 등 본교를 대표하는 장소 11곳이 작은 영화관으로 탈바꿈해 이화인 관객들을 끌어모았다.
  본교 조형예술대학은 5월27일~5월29일 제8회 ‘이마프(EMAP, Ewah international Media Art Presentation)’을 개최했다. 이마프는 매해 다른 주제의 국‧내외 미디어아트 작품들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국제적인 예술행사다. 이번 전시에서 음악과 비디오(Music and Video)’를 주제로 영상과 음악의 융합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상영됐다. 관객들은 ‘Remember the...’, ‘I Feel’ 등 11개 부문으로 나뉜 작품들을 통해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부터 학생들의 새로운 시도까지 폭넓게 살펴볼 수 있었다.

△해외 유명 작가의 영상으로 환해진 캠퍼스의 밤
  중강당 앞 정원에서는 ‘Word Drawing’을 주제로 음악의 가사에 따라 이미지가 변화되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일본 작가 타가기 마사카츠(Takagi Masakatsu)의 ‘복숭앗빛 뺨(momoiro no hoho)’은 어린아이가 낙서한 듯한 느낌의 흑백그림이 꽃이 피어나는 과정을 담은 가사에 따라 바뀌어 관객들의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아이슬란드 여성 작가 비요크(Bjork)의 ‘Cocoon’에서도 음악과 영상의 긴밀한 관계가 돋보였다. 작가가 작품에 직접 등장해 노래를 부른다. 등장인물의 몸에서 나온 빨간 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길어지고 작가의 몸을 나방의 누에고치처럼 감싼다. 이는 여성의 성장과정을 나방이 날개를 가지기 전 고치의 상태에 비유한 것이다. 빨간 실은 음악의 흐름에 따라 속도를 늦추다가 서두르기도 하며 부드럽게 넘실거리기도 한다. 
  ECC에서 중앙도서관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I Feel’ 부문에서는 문학적이고 시적인 감수성이 돋보이는 작품이 상영됐다. 줄거리없이 음악과 영상으로 상상력을 자극한 스페인 작가 프란체스카 로피스(Francesca Llopis)의 ‘리듬과 잉크(Rhythm&Ink)’는 잉크가 흘러내리는 모습만으로 사랑하는 이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화면 전체를 채우는 하얀 종이 바탕에 눈물처럼 흩뿌려지는 잉크는 피아노 선율과 조화돼 관객들의 감성을 채웠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부문은 ‘애니임팩트(ANIMPACT)’였다. 전시 기간 내내 50명 이상의 관람객이 꾸준히 스크린 앞을 지켰을 정도다. 애니임팩트는 2006년부터 시작된 애니메이션 영화제로 세계 10대 영화제의 애니메이션 수상작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2009~2013년 수상작 중 약 20편을 상영했다. 프랑스 영상단체 H5의 ‘로고라마(LOGORAMA)’에서는 상표로 이뤄진 마을에서 일어나는 광고 캐릭터 간의 다툼을 다뤄 글로벌 프랜차이즈 기업을 풍자했다. 강유림(국제사무학전공 석사과정)씨는 “로고와 광고 캐릭터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다”며 “상업주의에 물든 사회를 널리 알려진 광고수단을 통해 비판한 것이 창의적”이라고 말했다.
 
△이마프에서도 빛난 본교생들의 솜씨
  이번 전시에서는 본교 학생 20명이 제작한 영상작품이 전시되기도 했다. ECC 정원 위에서 열린 ‘Concert! Concert!’는 본교 영상디자인 전공 수업 ‘실험디지털비디오’ 수강생들의 작품 8개로 이뤄졌다. 이곳에서 상영된 작품들은 SM엔터테이먼트 소속 가수의 콘서트를 위해 제작됐으며 수강생들은 애니메이션 작업을 맡았다. 정석형(영디‧11), 김세영(영디‧11)씨의 작품 ‘Play_planet.exe’은 컴퓨터 게임과 가수 엑소(EXO) 음악을 결합해 창의적이고 유머러스한 시각을 제시했다. 스크린 위에서는 슈퍼마리오, 포켓몬스터 게임이 진행되고 배경음악으로는 엑소의 노래가 삽입됐다. 슈퍼마리오가 점프하는 순간과 엑소의 곡, ‘으르렁’의 강한 비트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관람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Rush Imagination’ 부문에서도 역시 본교 출신의 예비 작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국내‧외 대학, 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다양한 형식과 표현방법을 연구한 결과물을 소개했다. 이효정(서양화과 석사과정)씨는 ‘Lonely Masquerade’를 통해 아무리 노력해도 완전하게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인간관계의 한계를 표현했다. 이 작품에서 같은 궤도를 같은 속도로 맴도는 남녀의 형상은 미국 가수 카펜터스(Carpenters)의 노래 ‘가면무도회(This Masquerade)’를 각자 한국어, 영어로 부르지만 마치 다른 노래처럼 들린다. 또 노래를 부르는 화면 속 남녀는 절대 만나지 않는데 이는 인간은 완벽하게 소통할 수 없는 존재라는 깨달음을 드러낸다. 

△미디어아트로 떠올리는 세월호의 아픔
  중강당에서는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Remember the...’부문의 작품 ‘디스코(Disco)’를 만나 볼 수 있었다. 작가들은 고전 예술작품의 모티프를 그대로 가져와 세월호 희생자를 떠나보내면서 우리가 가져야할 마음과 자세가 어떤 것인지 돌아보게 한다. 중강당 안으로 들어가면 깜깜한 공간 한 가운데 위치한 스크린에서 파티가 끝나고 청소하는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디스코 클럽의 모습이 보인다.
  ‘디스코’의 작가 문틴(Muntean)과 로젠블룸(Rosenblum)은 근대 낭만주의 대표작가인 제리코(Géricault)의 회화작품 <메두사의 뗏목>에서 영감을 얻었다. <메두사의 뗏목>은 1916년 프랑스에서 세네갈로 항해하던 메두사호가 난파해 약 350명이 사망하고 15명만 살아남은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고 난파된 사람들의 생존에 대한 갈망, 고통을 담은 작품이다.    이들은 ‘메두사의 뗏목’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몸짓과 분위기를 파티가 끝난 디스코 클럽을 치우는 사람들로 재현시킨다. 모티프를 정지된 몸짓으로 표현하는 등장인물들과 멀찍이 떨어져 눈물을 흘리는 푸른 옷의 소녀는 세월호가 난파되면서 겪었을 어린 학생들의 공포와 고통을 떠올리게 한다. 
  이마프는 작품으로 상영하는 방식 외에 교내에 설치된 스크린마다 노란 리본을 달아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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