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 포스트 휴머니즘 담론의 지형’을 주제한 인문과학원 국제학술대회 … 5월28일~5월29일 본교에서 국내 최초로 열려

▲ 5월29일 오후4시 국제교육관 LG 컨벤션홀에서 국제학술대회 '트랜스, 포스트 휴머니즘 담론의 지형'의 마지막 순서로 발제자 전원이 참석한 원탁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이도은 기자 doniworld@ewhain.net

 

 인문과학원 탈경계인문학 연구단은 28일~29일 오전10시~오후6시 국제교육관 LG 컨벤션홀에서 국제학술대회(학술대회) ‘트랜스, 포스트 휴머니즘 담론의 지형’을 열었다. 포스트 휴머니즘을 주제로 학술대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국내 최초다. 약 240명이 참석한 이번 학술대회는 과학기술의 발달과 인문학을 접합한 트랜스·포스트 휴머니즘을 조명하고자 개최됐다. 트랜스 휴머니즘(Transhumanism)은 과학과 기술로 사람의 정신적, 육체적 능력을 개선하려는 사상이다. 트랜스 휴머니스트는 이 운동의 결과로 변형된 인간을 ‘포스트휴먼’(posthuman)이라 이름 붙였다.

 학술대회는 28일 포스트 휴머니즘의 개념에 대한 발제로 막을 열었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다섯 명의 연사가 나서 진화인류학의 관점에서 포스트휴머니즘의 이론을 분석, 설명했다.

 미국 트리니티 대학(Trinity College in Hartford) 제임스 휴즈(James Hughes) 교수는 포스트 휴머니즘과 트랜스 휴머니즘의 유사성보다 차이점에 초점을 맞췄다. 일반적으로 포스트 휴머니즘과 트랜스 휴머니즘은 인간의 신체를 변화시키는 기술과 그 전망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알려져 있다.

 “트랜스 휴머니즘은 더 현명해지고 오래 살고 싶은, 인간 신체의 한계를 초월하고자 하는 인간의 오래된 욕망을 표현해요. 따라서 트랜스 휴머니스트들은 과학과 기술을 사용해 미래를 개개인이 생각하는 좋은 삶으로 만들고자 하죠. 한편 포스트 휴머니즘은 행복, 자유 등에 관한 다양한 입장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인지에 보다 집중해요. 두 분야의 휴머니즘은 이러한 차이점을 기반으로 상호보완하면서 발전합니다.” 

 본교 김재희 HK교수는 ‘우리는 어떻게 포스트휴먼 주체가 될 수 있는가?’를 주제로 포스트휴먼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속에서 인간이 주체에 설 수 있는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포스트휴먼에서 인간이 주체가 되려면 일차적으로 기술 발전 과정에서 자연, 인간, 기술 간 상호관계가 단절되는 문제를 경계하는 거예요. 과학 기술에 의해 가공된 자본과 개인의 욕망이 아닌, 자연 상태를 바탕으로 하는 인간관계를 인간 고유의 능력으로 실현해야 하죠. 즉, 과학 기술에 잠식되지 않고 인간 스스로 주체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거예요.

 이외에도 독일 에르푸르트대(University of Erfurt) 슈테판 조르그너(Stefan Sorgner) 교수, 본교 이찬웅 HK교수, 독일 프리드리히 쉴러-예나 대학(Friedrich Schiller University Jena) 볼프강 벨쉬(Wolfgang Welsch) 교수가 뒤를 이어 포스트휴머니즘에서 발전된 이론에 대해 설명했다. 

 학술대회가 이어진 29일은 네 명의 연사들이 소설, 논문 등 기존에 발표된 여러 형식의 글을 포스트 휴머니즘과 연관시켜 발제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특히 본교 김애령 HK교수는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가 1985년 발표한 ‘사이보그를 위한 선언문’과 포스트 휴먼을 연관시켰다. 사이보그는 1960년 미국 천체물리학자 맨프레드 클라인스(Manfred Clynes)와 네이선 클라인(Nathan Kline)이 지구 밖의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도록 보강된 인간을 지칭하기 위해 만든 용어다.

 “정보 기술과 생명공학이 인간을 지배하고, 인간과 인간 아닌 것 사이의 경계가 해체되는 현실에서 인간은 더 이상 휴머니즘이 형상화했던 ‘겸손한 목격자’가 될 수 없게 됐어요. 물질주의에 젖지 않고 현상을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받아들일 수 없게 된 거죠. 이러한 현실을 ‘포스트 휴먼’이라고 지칭한다면, 이 역설적인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서는 아이러니한 글쓰기가 불가피해져요. 아이러니를 통해 기술과학을 기술해온 방식으로는 포착할 수 없었던 현실을 드러내는 거예요. 이때 해러웨이가 제시한 겸손한 목격자가 바로 사이보그예요. 사이보그는 이제까지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비가시화됐던 경계가 해체된 현실을 폭로했어요. 아주 효과적인 비판적 수사학이죠.”

 이 외에도 파리 8대학(University Paris 8) 샤를르 라몽(Charles Ramond) 교수가 포스트휴먼적 언어를 통해 본 포스트휴머니즘을 주제로 발표했고, 본교 신상규 HK교수가 사회를 본 발제자 전원의 원탁 토론을 끝으로 학술대회를 마쳤다.

 조수빈(서양화·10)씨는 “사이보그와 인간의 차이점과 사이보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또 현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해 참관하게 됐다”며 “단순한 과학 기술을 넘어 인문학과 결합된 형태의 발제가 흥미롭다”고 말했다.

 인문과학원 측은 “이번 학술대회는 트랜스, 포스트 휴머니즘 담론의 전체적인 지형을 보는 데 의미를 뒀다”며 “여러 발제와 토론을 통해 구체적인 분석이 이루어져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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