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제동 개미마을 김가연 기자 ihappyplus@ewhain.net

 

<편집자주> 봄과 여름의 경계에 있는 5월. 화창한 날씨에도 대부분 학생들은 어디로 놀러갈ᄁᆞ 고민하다가 결국 집에만 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본지는 당장이라도 떠날 수 있는 본교 근처 벽화가 있는 길인 세 길을 소개한다. 공강시간, 방과 후 또는 주말에 친구와 함께 산책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나들이와 건강을 동시에…염리동 소금길

  마포구 염리동 주민센터를 지나 약 10분동안 걷다보면 멀리서부터 노란색 건물이 눈에 띈다. 소금길의 시작인 ‘소금길나루’다. 소금길은 옛날에 소금을 공급하는 곳이자 소금장수들이 많이 살았던 염리동의 유래에서 따온 이름이다.

  소금길은 바닥에 그려진 노란색 점선을 따라 이어진다. 소금길을 안내하는 점선을 따라가면 소금길의 두 코스를 모두 걸을 수 있다.

  소금길에는 1번부터 69번까지 번호가 매겨진 가로등 69개가 있다. 소금길의 ‘안내’와 ‘안전’을 동시에 책임지는 지킴이인 가로등에는 각 번호가 적힌 정육면체 표지판이 달려있다. 번호를 따라 길을 찾기 쉬운 동시에 ‘안전’의 비밀도 숨겨져 있다. 번호 표지판의 비밀은 소금길의 형성 배경에 있다. 범죄 불안감 때문에 과거 ‘걷기 무서운 길’이라 불리던 염리동은 재작년 서울시의 ‘범죄예방디자인 프로젝트’ 시범 사업지로 선정돼 소금길이 조성됐다. 범죄예방디자인이란 환경 디자인을 통해 범죄 심리를 위축시키는 것이다. 가로등 69개는 만약 위급한 상황에 놓였을 때 자신의 위치를 빠르게 알릴 수 있게 한다.

  소금길은 사람들에게 산책길과 동시에 운동 코스도 된다. 3번 가로등 옆에는 스트레칭 동작이 그려진 안내판이 있다. 언덕과 계단이 있는 길이 시작되는 본격적인 ‘운동 시작’이기 때문에 준비운동을 하라는 의미다. 주택 사이사이 골목을 걸어야하는 소금길 특성상 소금길은 오르막길, 내리막길과 수많은 계단이 있어 ‘야외 헬스장’으로 이름나 있다. 소금길에서의 언덕과 계단은 하나의 운동기구의 역할을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소금길 곳곳에 있는 표지판에는 ‘탄탄한 허벅지’, ‘군살 없는 복부’ 등 각 코스별로 운동효과가 적혀있어 산책하는 사람들의 지루함을 덜어준다.

  가로등 1번부터 69번까지 코스에는 운동 중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놀이판과 그림 그리고 소금길을 표현한 그림도 찾아볼 수 있다. 17번, 34번, 49번 가로등 근처에 있는 ‘바닥놀이터’ 3곳은 미로찾기, 사방치기 등의 놀이판을 바닥에 그려놓아 사람들이 놀이를 하며 쉴 수 있게 했다. 7번 가로등을 지나면 보이는 담쟁이 덩굴 벽화는 담쟁이 덩굴 모형과 함께 있어 입체적인 그림이다. 29번 가로등을 지나면 나오는 애오개 어린이공원 부근에는 어린이들이 직접 그린 소금길 모습이 벽에 걸려있기도 하다.


△벽화와 함께하는 숨바꼭질…창전동 예찬길

   공식적인 주소는 ‘서울시 마포구 창전동 서강로11길’이지만 사람들은 이곳을 ‘예찬길’이라 부른다. ‘예술을 품은 거리’라는 뜻의 예찬길은 그 이름만으로 공방, 작업실 등 예술인이 많은 거리라는 짐작을 가능케 한다.

  이대역에서 273번 버스를 타고 홍익대에서 내려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산울림소극장 앞 횡단보도를 건너면 세 갈림길이 나온다. 이 중 가운데 길을 따라가면 ‘서강로11길’ 표지판이 보인다. 표지판에 따라 골목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예찬길이 시작된다.

  예찬길은 약 200m에 불과한 짧은 길이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벽, 전봇대, 화단 등 눈에 보이는 곳곳에 그림이 그려져 있어 하나하나 구경하며 걷다보면 어느새 꽤 긴 시간이 지난다.

  거리에 그려진 그림들은 골목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화단 3개는 골목의 도입을 알린다. 노란색 배경에 흰 고양이 얼굴이 물방울무늬처럼 있는 그림과 지그재그로 이어진 파란색, 분홍색, 노란색, 빨강색 사각형 등이 화단마다 피어있다. 이처럼 생활 곳곳에 그려진 벽화는 아기자기한 느낌을 자아낸다.

    예찬길에 있는 전봇대 12개 또한 제각기 다른 그림을 입고 있다. 파란색, 분홍색 크림이 얹어진 도넛, 알록달록한 동그라미, 노란 꽃 수십 송이 등 각기 다른 그림이다. 개성있는 그림이 그려진 전봇대는 12개의 작품을 전시한 전시회를 연상시킨다.

  예찬길에는 무심코 지나칠 만한 작은 공간에까지 그림이 그려있어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예찬길 중간에 있는 길에 있는 골목에는 ‘아름다운 우리골목’란 문장과 함께 벚꽃나무 그림이 있다. 큰 가지에 만개한 벚꽃 그림이 보는 사람에게 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예찬길 끝에 있는 식당 앞 입구 문턱에는 ‘그래도 내일은 화창허겠지유’, ‘잡솨봐’와 같이 바닥을 보고 있는 사람에게 던지는 따뜻한 메시지가 적혀있어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예찬길을 방문한 건국대 송나혜(중문·13)씨는 “홍익대 근처에 자주 오지만 이런 골목이 있는지 몰랐다”며 “곳곳에 있는 그림들을 발견하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고 말했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곳…홍제동 개미마을

  “아이고, 내려서 언제 또 걸어가나.”
  “어디까지 가세요? 좀 더 올라가서 내려드릴게요. 마을버스가 이 동네 자가용인걸요.”
  개미마을로 향하는 ‘서대문7번’ 버스에서부터 개미마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빨리 도착하기보다 느리더라도 정을 나누는 이 버스처럼 개미마을은 빠르게 돌아가는 도심 속에서 사람냄새가 나는 곳이다. 이곳은 부지런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을이라는 의미에서 이름을 개미마을이라 붙여졌다.

  개미마을을 걷는 방법은 두 가지다. 신촌기차역에서 홍제역까지 7713번 버스로 이동한 뒤 7번 버스를 타고 ‘버드나무 가게’ 정류장에서 내리거나 ‘개미마을’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버드나무 가게에서 내리면 마을 입구에서 위로 오르면서, 개미마을에서 내리면 마을 위에서 아래로 걸어 내려오면서 마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개미마을 담장에 그려진 벽화들은 마을의 일상에 스며들어있다. 햇볕이 잘 드는 집 마당에 널려있는 이불은 노란 집 벽, 벽에 그려진 주황 음표와 조화를 이룬다. 슈퍼 앞 평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평상 오른쪽에 있는 초록색 벽, 그곳에 그려진 마을버스 표지판은 하나의 장면으로 어우러진다.

  이 같은 벽화가 그려진 것은 2009년 대학생들에 의해서다. 서대문구, 금호건설 그리고 대학생이 함께 참여한 ‘빛 그린 어울림 마을’ 프로그램이 개미마을에서 진행되면서 마을에는 벽화 51개가 그려졌다. 벽화의 주제는 ‘환영’, ‘가족’, ‘자연친화’, ‘영화같은 인생’, ‘끝 그리고 시작’으로 다섯 가지다.

  개미마을에는 유독 꽃과 동물 그림이 많다. 마을을 걸으며 마주치는 이들 그림은 마을은 물론 걷는 사람의 마음까지 화사하게 밝힌다. 마을 벽에는 노랑색, 주황색 등 따뜻한 색감의 꽃이 피어있다. 벽화 속 강아지와 돼지는 눈이 휘어지도록 활짝 웃고 있다.

  개미마을에 방문한 사람들은 이곳에서 만큼은 ‘느림’이 미학이라고 한다. 필름카메라를 들고 이곳을 찾은 오지현(언론·13)씨는 “같이 온 친구들과 추억을 쌓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며 “천천히 걸으며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사진=이도은 기자 doniworld@ewhain.net, 김가연 기자 ihappyplus@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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