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16일 본교 대강당에서 비전공생과 함께한 무용 채플

 


 막이 오르자 조기숙 교수(무용과)가 무대 위로 등장했다. 조명이 밝아지고, 관객들의 눈에 조 교수 뒤로 다소 긴장한 얼굴을 한 약 20명의 학생들이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조 교수의 인도 하에 조심스럽게 팔을 위로 뻗는 그들의 얼굴이 수줍은 듯 상기 돼 있었다. 관객들은 이들의 움직임을 따라하며 어색한 듯 웃어보였다.

 12일~16일 본교 대강당에서 진행된 무용 채플의 한 장면이다. 조 교수가 기획한 이번 학기 무용 채플의 주제는 ‘코람 데오(Coram Deo)’로 라틴어로 ‘하나님 앞에서’란 뜻이다. 무대는 국립발레단 출신 무용수 2명, 본교 무용과 강사 1명과 학부생 17명, 대학원생 8명 및 교양수업 수강생 93명의 무대로 꾸며졌다.

 특히 이번 무용채플은 ‘관객과 함께하는 공연’이라는 취지 아래 이뤄져 많은 호응을 얻었다. 일반적인 무용공연에서 무대와 객석은 철저히 분리돼 무대 위 무용수의 춤사위를 관객들은 앉아서 바라만 본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달랐다. 관객들이 무대 출연자들의 구호에 맞춰 동작을 따라하며 실제로 작품의 일원으로서 참여한 것이다.

 관객 참여는 본 공연에 앞서 5분간의 프롤로그 공연에서 이뤄졌다. 조 교수가 종을 치자 관람객들은 눈을 감고 허리를 세우고 앉았다. 이윽고 대강당에는 새소리가 울려 퍼졌다. 짧은 명상을 한 뒤, 관람객은 조 교수의 지시에 눈을 떴다. 조 교수는 ‘나의 마음을 활짝 열고 신에게 가까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양손을 차례로 가슴에 얻었다가 하늘 높이 뻗었다. 관람객들도 이들의 움직임을 따랐다. 다음으로 ‘하나님 앞에서 나의 짐을 내려놓고’를 외치며 양손을 차례로 하늘 높이 뻗었다 가슴에 얻고, 이어 양손을 모두 바닥에 내려놓았다. 구호와 동작은 각각 2번씩 이어졌으며 관람객 역시 이를 따랐다. 이때 무대 위에서 조 교수와 함께 공연을 이끈 출연자들은 핵심교양 ‘여성의 몸과 창조적 움직임(여움)’, ‘춤과 명상’ 수강생들이었다. 이들의 합작은 음산한 음악과 함께 수강생들이 퇴장하고, 동시에 무용수들이 등장하며 끝났다.

 신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열망을 표현한 프롤로그 장면. 객석의 관객들이 동작을 따라하는 순간 무대는 객석 전체로 확장됐다. 조 교수는 “부담스러운 동작이 아닌, 간단하고 따라 하기 쉬운 동작으로 프롤로그를 구성해 관객이 자신의 아픔을 내려놓고 함께 치유받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공연은 전문 무용수들이 나와 견딜 수 없는 고통과 절망을 서로 위로하며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춤사위로 표현했다. 무용수들은 일어서려고 하지만 넘어지고, 도망가려 하지만 실패한 사람의 절망감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이어 등장한 솔리스트(Soliste, 독무를 추는 무용수)들이 쓰러진 사람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춤사위를 펼쳤다. 곧바로 ‘소망의 춤’ 군무가 이어졌다. 무용과 학부생 17명은 원을 그리며 주역무용수들을 감싸는 등 새 생명을 얻은 이들을 찬양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절망에서 치유 그리고 새로운 소망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보여준 코람 데오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공연이 끝나자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다. 비전공생과 함께 했던 이번 무용 채플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화요일에 무용채플을 관람한 김현진(국제·13)씨는 “이번 무용 채플에서 비전공생이 전공생과 함께 공연을 꾸려나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새롭고, 놀라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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