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문풀(문제풀이) 공유, 공시(공동시청)할 사람 구해요. 010-XXXX-XXXX”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를 준비하는 ㄱ씨는 30만원짜리 동영상강의를 저렴하게 듣기 위해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이화이언에 동영상강의를 공유하자는 글을 올렸다. 글을 올린 지 몇 시간 만에 댓글이 달려 ㄱ씨는 쉽게 공유자를 구했고, 동영상강의를 기존 가격의 절반인 15만원에 들을 수 있었다.

  사법고시, 행정고시 등 각종 고시 및 의학교육입문검사시험(MEET),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 등 전문대학(원)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동영상강의를 공유하는 행위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학생들은 수강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 강의를 여러 명이 돈을 모아 구매한 뒤, 각자 또는 함께 시청하는 방식으로 동영상강의를 공유하고 있지만 이는 엄연히 저작권에 저촉되는 불법행위이기 때문이다.

  동영상강의 공유는 여러 명이 한 ID를 함께 사용하거나 본교 강의실 혹은 스터디카페에 모여 동영상을 함께 시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동영상강의를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ID 중복 로그인을 피하기 위해 강의수강 시간을 각각 따로 정하기도 한다. MEET를 준비하며 물리, 화학 등 4개 강좌를 2명이서 공유하는 ㄴ씨는 “ID 중복 로그인을 피하려고 오전, 오후로 강의 시청 시간을 나눠 각자 해당 시간에만 동영상강의를 듣는다”고 말했다. 화학강의 하나를 5명과 함께 듣는 MEET 준비생 ㄷ씨는 “일주일 중 5명이 모두 모일 수 있는 시간을 정해 빈 강의실에서 동영상강의를 틀어놓고 함께 본다”고 말했다.

  실제 본지가 12일~14일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이화이언을 조사한 결과 시험 자료 공유 등을 위한 게시판인 ‘스터디룸’에서 지난 5년 간(2009년 5월12일~2014년 5월11일) 동영상강의를 공유하자는 글이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게시글 중 동영상강의를 공유하자는 게시물의 비율은 ▲13.68%(2009년 5월12일~2010년 5월11일, 731개 중 100개) ▲20.16%(2010년 5월12일~2011년 5월11일, 1136개 중 229개) ▲24.02%(2011년 5월12일~2012년 5월11일, 1174개 중 282개) ▲42.39%(2012년 5월12일~2013년 5월11일, 1071개 중 454개) ▲46.62%(2013년 5월12일~2014년 5월11일, 1229개 중 573개)였다.

  동영상강의 공유 관련 게시물의 증가는 전문대학(원) 입시 준비생이 늘어나는 추세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입시전문학원 메가MD에 따르면, PEET 응시자 수는 시험이 처음 치러진 2011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MEET도 2009년에 비해 약 2000명 정도(선발인원 약 1600명) 응시인원이 늘었다.

  이에 학원 및 동영상강의 업체들은 동영상강의 공유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자격증시험전문 A업체는 ID 중복 로그인을 막기 위해 동시접속이 의심되면 ‘ID 중복접속 로그’에 기록하고, 3회 이상 기록된 ID는 폐쇄한다. 의·치·약학대학(원) 입시교육전문 B업체는 동영상강의를 구매한 회원이 보조 자료나 교재를 재요청·구매했을 시 법무팀에서 그 회원을 ‘불법공유의심 대상자’로 분류한다. B업체 관계자는 “법무팀에 불법공유가 의심되는 회원 명단을 넘겨 일정 기간 감시한다”며 “2주 전에도 불법공유가 의심되는 회원을 적발해 경고했으며, 경찰서에 신고해 처벌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보다 강력하게 법적대응을 고지한 업체도 있었다. 공무원시험전문 C업체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2명 이상이 ID 공유 ▲콘텐츠 녹화 또는 녹화시도 ▲콘텐츠 무단배포 ▲교재 불법복제, 유통 및 판매행위를 적발 시 ID를 일시 정지하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자격증시험전문 D학원은 ‘저작권보호법에 의한 콘텐츠 보호 경고’를 회원 이용가이드에 포함시키며 동영상강의를 공유했을 시 손해배상청구 뿐만 아니라 형사 처벌도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법률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유 행위가 엄연한 불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동영상강의 공유는 대가를 지불한 뒤 저작물을 이용하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행위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 법제를 연구하는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연구소 조연하 책임연구위원은 “ID를 가진 사람이 저작물을 혼자 사용하거나 가족, 친한 친구와 공유하는 것은 사적이용으로 허용될 가능성이 높지만, 인적 결합이 없는 사람들 간에 ID를 공유하는 것은 문제”고 말했다.

  법무법인 율산의 유정훈 변호사는 “수강생과 업체가 계약한 범위를 넘어 동영상강의를 활용하면 민사적으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며 “공중에게 공개하는 공동시청 또한 저작권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경제적 이유로 강의를 공유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공부해야 할 과목은 많은데 모든 강의를 제값을 주고 듣는 것이 현실적으론 무리라는 것이다. 사법고시, 행정고시 등 고시시험을 치르는 과목은 평균 11과목이며 MEET, PEET 등 전문대학(원)입시시험은 평균 4.3과목이다.

  본지가 고시, 공무원시험, 전문대학(원)입시시험 대비를 전문으로 하는 학원 및 동영상강의 대표 업체 4곳을 조사해본 결과, 강의 1개 당 수강료는 평균 약 23만원이었으며 최대 120만원까지 있었다. ㄹ씨는 “한 과목 시험을 치르기 위해 대부분 난이도 별로 강좌를 수강한다”며 “개별 과목은 난이도에 따라 보통 4~5개로 나뉘는데 단계별로 최소 1개만 강좌씩만 들어도 강의 비용은 배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4과목을 치르는 PEET를 준비할 때 한 과목 당 4단계를 모두 듣는다면 수험생이 동영상강의에 부담하게 될 비용은 최소 약 368만원(평균 약 23만원×4단계×4과목)이며, 이는 한 학기 대학 등록금과 비슷한 비용이다.

취재도움=민소영 기자 minso@ewhain.net
박지원 기자 jiwon5686@ewhain.net
김가연 기자 ihappyplus@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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