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교수가 전하는 마지막 고별 메시지

 

<편집자주> 본교 교수로서 올해 마지막 스승의 날을 보내는 교수들이 있다. 강석영 교수(도자예술과), 김경자 교수(초등교육과), 남경희 교수(철학과), 손정례 교수(섬유예술과), 엄익환 교수(화학·나노과학과), 이상화 교수(철학과), 조계숙 교수(국제사무학과) 7명은 올해 8월 본교를 떠난다. 수십 년간 본교에 몸담으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 활동에 매진했던 그들. 본지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남경희, 이상화, 손정례 교수를 인터뷰했다. 강석영 교수는 당일 가벼운 병환으로, 김경자, 엄익환 교수는 시간적 여건이 되지 않아 인터뷰에 응하지 못했다. 조계숙 교수는 기자가 전화, 메일 등을 통해 연락을 했지만 닿지 않았다.

“내 강의가 학생들의 지적 발전과 정신적 성숙에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남경희 교수(철학과)

▲ 남경희 교수 이도은 기자 doniworld@ewhain.net

 남 교수 눈에는 학생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질문하는 모습, 강의가 끝났음에도 적극적으로 토론하는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올해로 33년간 본교 인문과학대학 철학과 교수로 재직한 남 교수. 재직 기간 동안 그는 서양철학 연구와 동서철학 융합 연구에 뛰어난 공로를 인정받아 이화학술상을 비롯해 수많은 학술상을 수상했다. 그는 본교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분위기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화는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젊은이들을 교육하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줬습니다. 아름다운 캠퍼스에서 오랜 시간을 평온하게 교육하고 연구할 수 있었던 것은 감사한 일입니다.” 

 남 교수의 기억 속 이화인은 언제나 지적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항상 궁금한 것이 많은 학생들 덕분에 매 수업시간이 진지하고 열띠었다고 했다. “철학이라는 학문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는 학문임에도 매년 수십, 수백 명의 학생이 강의를 들으러 왔습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지적 호기심을 해소하려 질문과 토론 기회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그런 학생들 모습에 저 자신이 자극을 받기도 했습니다.”

 남 교수는 자신의 강의가 학생들이 지적으로 발전하고 정신적 성숙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소망했다. “모든 선생이 그렇듯 나 또한 학생이 수업을 통해 무언가를 얻어가길 바랍니다. 그 마음가짐으로 매 수업시간 임했고 학생들이 제 강의를 통해 지적으로 넓고 깊어지기를 바랐습니다. 또 이러한 지적 발전과 정신적 성숙이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미래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됐기를 바랍니다.”

 퇴임을 앞두고 있음에도 그는 학생들에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다양한 가능성을 꿈꿀 수 있는 대학 시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가능성을 끊임없이 탐색하며 진로에 대한 전문적인 능력을 계발하기 바랍니다. 능력은 노력과 선택하는 환경에 따라 커질 수 있고 변화할 수 있습니다.”

 퇴임 후에도 지금과 같이 ‘생각하고 읽고 글 쓰는 삶’을 계속하고 싶다는 남 교수. 그는 22일 ECC 이삼봉홀에서 본교 교수로서는 마지막으로 퇴임 고별강연을 한다.


“퇴임 후에도 ‘여성주의 철학자’로서의 삶은 계속됩니다”
이상화 교수(철학과)

▲ 이상화 교수 이도은 기자 doniworld@ewhain.net

 어느덧 이화와 함께 한지 약 40년. 그는 이화의 학생이었고 이후에는 이화의 교수가 됐다. 본교 교수로서 26년의 시간을 학생들과 함께한 이 교수는 퇴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퇴임을 앞두고 무엇보다 감사하는 마음이 가장 큽니다. 학생들을 만날 기회를 준 이화에 감사하고 나를 믿고 따라준 학생들에 정말 감사합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맞은 26번의 스승의 날마다 자신이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좋은 스승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그는 자신의 스승들처럼 좋은 스승이 되고 싶었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특히 스승의 날이 되면 ‘내가 과연 나의 스승들처럼 좋은 스승이 될 수 있을지’를 반문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교직에 있는 동안 ‘스승의 날’은 제게 이러한 물음을 묻는 성찰의 날이었습니다.”

 그는 ‘좋은 스승 되기’가 가르치는 사람들의 몫이라면 ‘좋은 스승 찾기’는 학생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 스스로도 능동적으로 자신의 스승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자신의 인생 어느 때에서건 감사를 표할 수 있는 ‘존경하는 스승’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이때 스승을 찾는 일은 전적으로 학생에게 달려 있습니다. 대체로 학부에서 가르치는 교수들은 매 학기 ‘밀물처럼 왔다가 썰물처럼 나가 버리는’ 형태로 학생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므로 자신이 존경하는 스승을 능동적으로 찾아가서 자신의 학업과 장래에 대해 의논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 교수는 매 학기 강의를 할 때마다 학생들에게 빠뜨리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어떠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기 자신을 포기하거나 절망 속으로 밀어 넣지 말라는 것이었다. “저는 매번 강의를 할 때마다 자기 긍지, 자기 긍정 그리고 자기 사랑을 통해 자신을 절망과 좌절에서 지켜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학생들이 이 말을 기억하고 어려움을 잘 이겨냈다는 소식을 내게 전해오면 그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교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그의 ‘여성주의 철학자’로서의 삶은 계속된다. 그는 퇴임 이후에도 지금껏 연구해온 여성주의적 철학의 연속선상에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 정체성은 여성주의 철학자이고 동시에 에코페미니스트(생태여성주의자)입니다. 그래서 은퇴 이후에도 대화문화아카데미와 여성환경연대 등에서 한국 생태여성주의(에코페미니즘) 이론화 작업과 여성주의 환경운동 교육에 힘쓸 계획입니다.”


“이화를 떠난 후에도 학생들의 ‘멘토’로서의 역할은 계속됩니다”
손정례 교수(섬유예술과)

▲ 손정례 교수 김가연 기자 ihappyplus@ewhain.net

 15일 오전 11시, 조형예술관 A동 405호 연구실에서 손 교수를 만났다. 퇴임을 앞두고 있는 그였지만 그는 당장 다음 날 열리는 개인전시회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엄한 ‘아버지’ 같은 스승이었다고 평가한 손 교수에게 8월 말 정년퇴직 전, 이화에서 느꼈던 지혜들을 들어봤다.

 교직 생활 중 손 교수의 기억에 남은 학생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자신의 전공에 자부심을 갖는 학생들 모두가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는 무서운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국 교수가 된 제자도 있고, 국내외를 넘나들며 기여한 학생들 모두의 가능성이 정말 기대됩니다. 누구 한 사람을 꼽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손 교수는 부모의 마음으로 학생들을 걱정하기도 했다. “앞으로 미래는 후학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계절이 흐르듯 부드럽게 흘러가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론 그렇지 못합니다. 시대의 흐름을 직시하려는 의식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이 사회는 여러분 책임이라는 점을 각성하길 바랍니다.”

 손 교수는 열정적인 학생들에 대해 자식을 대하듯 따뜻한 애정을 보였다. “이화에서 교직을 마치지만, 멘토로서의 역할은 계속할 것입니다. 또한 직접 가르치는 것이 아니더라도 제가 하는 연구의 측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저를 뛰어 넘을 제자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섭섭할 수 있겠지만 그게 저를 위해서도, 예술을 위해서도 좋은 길일 겁니다.”

 마냥 부드럽기 만한 모습으로 학생을 대한 건 아니다. 손 교수는 스스로를 엄한 아버지라고 했듯 따끔한 충고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품입니다. 기본적인 덕목이죠. 또, 잔머리 굴리지 않고 스스로 어려운 길을 갈 필요도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이리저리 부딪히는 일도 많겠지만 지내다보면 삶이 어떤 것인지 보이게 될 것입니다.”

 퇴직 후 손 교수는 왕성한 활동을 계획 중이다. 자수조형 예술의 창시자이기도 한 그녀는 앞으로도 발전해나갈 날들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직도 제 열정이나 에너지는 넘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연구실에서 섬유예술에 대한 연구는 계속될 예정입니다. 자수 전시 물론 진행할 것이고, 글을 집필할 계획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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