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인 호의는 호의가 아닌 간섭 도를 지킬 줄 알아야

 

 도(度)를 알고 있는가. 사전에서는 ‘도’를 ‘알맞은 한도 혹은 수준’로 정의하고 있다. 결국, 도를 지킨다는 것은 적당한 수준을 지킬 줄 아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도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흔한 관용어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도를 넘는다는 것은 사람과 사물을 떠나 어떠한 경우에서도 좋지 않다. 도를 넘은 소유욕은 욕심이 되고 적정 수준을 잊어버린 자신감은 자만심으로 전락한다. 그리고 이러한 극단적인 형태의 감정은 극단적인 결과를 부른다.

 도를 지키는 것이 개인에서부터 시작한다. 사소한 관계일수록 도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개인과 개인의 관계로 이뤄진 사회에서 그 관계가 어긋나는 순간 도의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를 넘는 순간 그 행위의 대상은 물론, 그 행위의 결과가 자기 자신에게까지 되돌아온다. 이때 개인이 도를 지켜야 하는 대상은 회사, 학교, 가정 등 개인이 마주하는 일상의 모든 공간이 해당한다.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모른 채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베푸는 불필요한 호의는 호의가 아닌 간섭이다. 이러한 간섭은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 모두에게 오히려 독이 된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의 현대 사회는 얼마나 도를 지키고 있을까. 도를 넘은 경쟁이 현대인의 목을 조르고 도를 지나친 악플이 개인을 도미노처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시대. 현대 사회에서의 ‘도’의 모습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과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OECD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는 28.4명으로 OECD 전체국 중 1위에 달한다. OECD전체 평균 11.3명의 2배를 훌쩍 넘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민망하기 그지없는 수치다.  

 지난 4월16일 일어난 세월호 참사 역시 도를 지키지 않은 사회의 단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사건이 좀 더 많은 화물을 실으려는 개인과 그 개인으로 이뤄진 집단의 과욕에서 비롯된 까닭이다. 이 사건에서 보여지듯, 도는 넘는 것은 단순히 개인과 집단을 구분하지 않는다. 그만큼 지나친 도에 따른 피해자도 개인과 집단의 경개를 넘나든다.

 모든 것은 제자리에 있을 때 아름답다. 자신의 위치를 알고 그 선을 넘지 않는 것. 제자리에 있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가장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시시각각 급변하고 흔들리는 지금의 사회에서 홀로 변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스스로를 단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물이라도 그 잔에 맞지 않으면 흘러넘치는 법. 아무리 사소한 부분에서라도 그 정도를 알고 지키는 사람이야말로 조용하되 힘이 있다. 우선 자신이 속한 자리가 어디인지, 그 자리의 크기와 깊이를 가늠하는 것에서부터 모든 ‘도’가 시작한다. 이 시점에는 필자는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당신의 자리는, 당신의 도는 어디까지인가.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