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본대(University of Bonn) 루돌프 지맥(Rudolf Simek) 교수 특강

▲ 7일 오후 12시30분 인문관 111호에서 열린 '중세 유럽의 세계상'을 주제로 독일 본대(University of Bonn) 루돌프 지맥(Rudolf Simek) 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 이도은 기자 dinoworld@ewhain.net

 

  중세 유럽인들은 지구가 평평하며 그 끝에 낭떠러지가 있다고 믿었다는 것이 현대에 통용되는 중세상이다. 그에 연계해 중세에 천동설이 받아들여졌다는 것이 현대인이 중세 유럽의 세계상에 대해 갖고 있는 상식이다.

  이러한 상식을 뒤집는 강연이 열렸다. 중세 유럽인들도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7일 오후12시30분 인문관 111호에서 독일 본대(University of Bonn) 루돌프 지맥(Rudolf Simek) 교수(독일문화학과)가 강연한 ‘중세 유럽의 세계상’이다. 그는 지금까지 배워온 중세 유럽의 세계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며 당시 유럽에서 제작된 지도를 바탕으로 중세 유럽의 세계상에 관해 강연했다. 이번 강연에는 학생 약 80명이 참석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지맥 교수는 중세 유럽에서 제작된 지도 중 지구가 평평하다고 묘사한 지도는 5세기~15세기 약 1000년 동안 단 2개뿐이며 대다수 지도에서 이미 지구를 둥근 모양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세 유럽 사람들이 지구가 둥근 모양임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독일의 항해가이자 지리학자인 마르틴 베하임(Martin Behaim)이 제작한 현존 최고(最古)의 구형 지구본이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이가 태어나기 약 100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중세 유럽 지도의 특징은 크게 천동설과 구형의 지구, 그리고 3개의 대륙으로 압축할 수 있다. 지맥 교수에 따르면 일반적인 중세 유럽 지도에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있고 둥근 모양을 하고 있으며 그 위에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3개 대륙이 존재했다. “중세 유럽에서 ‘천동설’이 주도적인 학문이었던 것은 맞지만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죠. 오히려 대부분 지도에서 지구를 구형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또한, 중세 유럽인들은 지구의 북반구에만 인간이 살고 있고, 남반구에는 일종의 ‘괴물’들이 산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괴물을 지칭하던 이름은 ‘정반대(Anti)에 있는 존재’라는 의미의 안티포덴(Antipoden)이다. “안티포덴은 지도 등 당시 문헌에서 발이 하나이거나 머리가 없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묘사됐어요. 중세 유럽 사람들은 북반구와 남반구를 나누는 적도 지대가 너무 뜨거워 사람이 통과할 수 없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남반구에 사는 존재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어 괴물로 묘사한 거예요.”

  안티포덴은 당시 중세 유럽의 기독교적 관점으로 인해 신학적·정치적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예수는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라는 선교의 사명감을 줬기 때문이다. 안테포덴도 사람이기 때문에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입장과, 이들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복음을 전파할 필요도 없으며 노예로 이용해도 된다는 입장이 대립했다. “실제로 아프리카 흑인, 브라질 인디언 등 다른 대륙의 유색인종이 노예로 이용된 것 역시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에요. 그들이 영혼이 없고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차별해도 된다고 합리화한 것이죠.”

  중세가 끝나가는 15세기 후반에 이르면 지도는 더 상세하게 묘사된다. 베하임이 1492년 제작한 지구본은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을 포함해 지구의 모습을 보다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지맥 교수에 따르면 베하임이 지구를 실제보다 작게 상상했기 때문에 아메리카 대륙의 자리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탈리아의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을 때 그곳이 아시아나 인도의 한 부분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지맥 교수는 강연을 통해 학생들이 중세 유럽의 세계상에 대해 바로 알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세인들이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잘못된 지식임에도 여전히 상식으로 통용되고 심지어 학교에서도 가르치고 있다는 점이 참 안타까워요. 저는 이러한 잘못을 바로잡고 올바른 지식을 전하고 싶어요.”

  이날 강연을 들은 강하람(광고홍보·11)씨는 “지맥 교수의 강연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상식을 깨는 강연이었다”며 “중세 시대에 이미 지구가 둥글다고 묘사한 지도가 있었다는 것이 특히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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