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타는 버스, 그 안의 '낭만'을 담다
당신이 타는 버스, 그 안의 '낭만'을 담다
  • 민소영 기자
  • 승인 2014.0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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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ing Bus' 제작한 'Giant owl'의 이예연씨, 이혜림씨 인터뷰
▲ 그룹 '자이언트 오울(Giant owl)'의 'Thinking Bus'를 제작한 이혜림씨(왼쪽), 이예연씨 홍숙영 기자 jikkal@ewhain.net

 

  “저 이번에 내려요.”
  버스 안에서 사랑이 싹튼다. 하교하는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곳도 버스 안이다.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휴식을 주는 곳도 버스다. 적어도 스마트폰이 우리 손에 쥐어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최근 버스 안의 사람들은 자기 손안의 세계에 집중해 주변을 바라보지 않는다. 버스에서의 이야기를 잊곤 한다. 그룹 ‘자이언트 오울(Giant owl)’이 발행하는 잡지 ‘Thinking Bus’(생각버스)는 사람들이 잊고 있던 버스 속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생각버스는 자이언트 오울이 두 달 주기로 발행해 서점, 카페 등에 배포하는 잡지다. 2절지 크기의 종이를 양면 인쇄해 3번 접은 책자인 생각버스는 총 4면으로 구성된다. 접힌 종이를 펼칠 때마다 각기 다른 이야기가 쏟아지는 이 작은 책자는 매 호마다 버스 노선 1개와 그와 관련된 키워드를 선정해 그에 관한 콘텐츠를 담는다. 생각버스를 제작한 자이언트 오울은 문화, 디자인, 출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본교생 이예연(시디·10)씨, 이혜림(서양화·10)씨, 서울여대 이수진(시디·13년졸)씨, 숙명여대 정예온(시디·10)씨가 활동 중이다. 본지는 8일 자이언트 오울의 이예연 씨와 이혜림 씨를 만나 ‘버스’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이 공유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생각버스 매 호의 ‘키워드’로 선정된다. 재작년 9월 발행된 창간호 ‘472번 X 낭만’을 시작으로 올해 4월 ‘260번 X 벚꽃엔딩’호까지 간판, 시계, 쉼표, 심야식당 등 이들이 매 호마다 버스에 선정한 키워드는 다양하다. ‘심야버스 X 심야식당’호에서는 심야버스에 관한 운행 정보, 노선 그리고 이 버스들을 타고 가볼만한 식당들을 소개했다. ‘1020번 X 쉼표’호에서는 정릉에서 광화문 일대를 달리는 1020번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산책길과 그 길을 거닐며 방문할 만한 장소를 다뤘다.

  자이언트 오울은 이러한 키워드와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접힌 생각버스를 모두 펼치면 나타나는 지도면(4면)은 버스 노선을 키워드와 엮어 새로운 지도를 담는다. ‘1020번 X 쉼표’호에서는 1020번 버스의 노선의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청룡열차로 나타냈다. 1주년 기념호인 ‘환승’호는 4가지 색깔인 서울버스를 환승하는 행위가 색이 섞이는 것에 비유해 칵테일로 표현했다. 칵테일도 여러 빛깔의 술이 섞였다는 점에서 떠올린 것이다.

  “110번 버스의 키워드를 ‘시계’로 삼았기 때문에 버스 노선을 큰 시계로 표현했죠. ‘7011 X 간판’호에서는 버스가 지나는 특화거리에 있는 간판들을 촬영해 버스 노선을 하나의 간판 여행기로 소개했어요.”(이예연)

  생각버스는 창간호부터 ‘벚꽃엔딩’까지 버스의 ‘낭만’을 담았다. 버스는 서울이라는 미술관에 전시된 미술작품을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바쁜 일상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쉼표가 되기도 한다. ‘낭만’이라는 키워드와 472번 버스를 이야기한 창간호는 이들의 생각이 집약된 호다.

  “472번 버스는 평균 연령이 가장 낮은 버스 중 하나에요. 연세대, 이화여대와 같은 대학가는 물론이고 압구정, 신사동처럼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을 지나기 때문이죠. 이러한 노선의 특성은 대학생 특유의 자유로움과 낭만을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해 창간호의 버스로 선정했어요.”(이예연)

  “버스는 하나의 ‘작은 영화관’이에요. 행선지로 향한다는 큰 이야기와 승객 각각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 등 버스라는 공간 안에는 무수히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또한 버스가 달리며 보여주는 바깥 풍경에서도 이야기가 있죠. 이처럼 서울 곳곳을 달리고 있는 ‘영화관’을 소개하고 싶었어요.”(이혜림)

  생각버스는 이처럼 일상공간을 새롭게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버스를 단순히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교통수단’이 아닌 각각의 이야기를 담은 ‘공간’으로 여겼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버스라는 공간이 메말라졌어요. 버스에 타면 사람들은 모두 자기 손에 있는 스마트폰에만 집중하죠.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폰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버스 안에도 낭만이 있음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얻는 생각, 승객을 관찰하면서 얻는 생각 등 버스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이죠.”(이혜림)

  한 호를 발행하기 까지 이들은 자료 수집을 위해 해당 버스를 10번 이상 탄다. 차고지부터 종점까지, 잠시 내려 걷다가 다시 버스를 타는 등 그 방식은 다양하다.

  “직접 버스를 타고 밖을 보면서 키워드에 맞는 내용들을 적어요. 시작부터 종점까지 쭉 타고 가기도 하고 중간에 내려서 걸어보기도 하죠. 한 번 발행할 때마다 해당 버스는 10번 이상 타는 편이에요.”(이예연)

  생각버스 제작은 후원과 기부로 진행된다. 이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이들이 기부를 하거나 도움을 주곤 했다. 최근 ‘벚꽃엔딩’호부터는 서울특별시버스운송사업조합의 제작지원으로 발행부수가 1천부에서 1만부로 늘어났다.

  “바빠서 잊곤 했던 ‘낭만’을 이야기하는 저희에게 공감하는 분들이 많으셨어요. 운영하는 카페에 비치할 수 있겠냐는 문의도 있고 심지어 저희가 소개한 버스 노선과 여행 경로를 따라 나들이를 다녀왔다는 분들도 계셨어요.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공감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느껴요.”(이혜림)

 생각버스는 지난달 발행한 ‘벚꽃엔딩’호를 끝으로 시즌1을 마쳤다. 4명의 팀원 모두가 학업, 인턴 등 바쁜 탓에 잠시 휴식기를 가지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버스에 관한 고민은 계속할 거라고 말했다.

  “단행본과 같은 다른 형태의 출판물로 계속해서 ‘버스’를 이야기할 예정이에요. 생각버스는 잠시 쉬어가지만 형식과 내용을 보완해서 변화를 시도하고요. 다시 열심히 준비해서 사람들에게 선보일 생각이에요.”(이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