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어른들의 무능 아이들에게 사과해야

 

  2014년 4월16일 세월호가 침몰했다. 내 자식이, 내 친구가 차가운 바다 속 배안에 갇혀 있다며 울부짖던 실종자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한반도가 슬픔에 잠겼다.

  아이들의 웃음과 생기로 가득 차있어야 할 학교는 엄숙함으로 짙게 그늘졌고 주인을 잃은 책상 위에는 새하얀 국화꽃이 놓였다. 인상착의로 시신을 확인한 희생자의 가족과 시신만이라도 찾아달라는 실종자 가족들의 간절함은 전 국민을 눈물 젖게 했다. 아직 꽃피지 못한 어린 학생들과 선내에 남으라는 방송을 끝까지 믿었던 일반인 승객들을 집어삼킨 바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렁였다.

  돈을 더 벌기위해 타인의 안전을 무시한 해운회사, 사지(死地)에 아이들을 버려두고 제 한 몸만 챙긴 선장,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에 대한 무감각과 대비 소홀로 우왕좌왕하는 정부.

  세월호 침몰 사고의 일차적 원인은 선박회사의 무리한 증축과 화물 과적으로 좁혀지고 있다. 배가 침몰할 때 거꾸로 뒤집어진 것은 객실을 늘리기 위해 한 층을 더 올려서 배 윗부분이 밑바닥보다 무거워진 탓이라고 밝혔다. 과거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붕괴한 원인과 다를 게 없다. 이윤을 위해 안전을 포기한 것이다.

  사고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정부도 무능한 모습을 보였다. 고위공직자들은 허울뿐인 진도방문만 하고 돌아왔고, 관료들은 지휘체계 없이 허둥대며 대통령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정부는 상황이 안 좋다는 말만 반복하더니 유가족이 청와대로 올라가려 하자 저지했다. 대통령의 간접사과를 거절한 유가족에게 제대로 된 사과는 못 할망정 당당히 유감을 표했다. 무능한데 권위적이기까지 했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의 이러한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뼈를 깎는 반성과 함께 도처에 있을 지 모를 제2의 세월호를 색출해 참사를 예방하길 촉구하고 있다.

  주요 일간지는 세월호에서 구조된 학생들이 울고 있는 사진을 너나 할 것 없이 1면에 담았다. 매일 아침 일간지 읽으며 하염없이 미안했다. 어른이라서 미안했다. 어른이 만들어 놓은 사회의 병폐와 악습이 사고를 냈지만 어른들 말 잘 듣던 아이들이 바다 속 객실에 대기하며 추위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어른들이 잘못했다.

  필자는 법적으로 성인이 된 지 몇 해가 흘렀다. 막연히 슬퍼하고 미안해하는 것으로 끝나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세대의 어른이 돼야 하는 대학생으로서 어른들의 이러한 잘못을 물려받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지금의 어른들처럼 미안해해야 할 일이 또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주말에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 갈 예정이다. 기다란 줄에서 차례를 기다려 헌화를 하고 나오련다. 그리고 쪽지를 남기는 곳에 몇 자 적을 예정이다. 희생자를 향해, 훗날 어른이 될 스스로를 향해. “미안합니다. 어른들의 잘못을 고쳐나갈 수 있는 새로운 어른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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