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모두의 A, 제자리를 찾아야
빛바랜 모두의 A, 제자리를 찾아야
  • 이대학보
  • 승인 2014.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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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학점 졸업생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대학정보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작년 8월과 올해 2월 졸업생 중 97.2%(3175명 중 3087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졸업 시 누계 평점이 A 혹은 B학점이다. 졸업생 10명 중 9명이 B학점 이상의 성적표로 학교를 떠나는 것이다. 이중 A학점은 59.5%로 서울 소재 대학 중 4위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때 대학알리미 내 수치는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을 A학점, 80점 이상을 B학점으로 설정한 결과다.

 이러한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졸업성적이 B학점 이상인 학생은 최근 3년간 줄곧 97%를 육박했다. A학점으로 졸업한 학생 역시 3년 내내 60%에 근접했다. 한 과목에서 A학점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이 약 30%로 제한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로 놀라운 수치다.

 이와 같은 학점 인플레이션은 학생 간의 경쟁을 심화시키는 한편 본래 학점의 의도를 무색하게 만든다. 가장 높은 학점인 A학점을 무분별하게 받아가면서 성적의 높고 낮음을 분간하기 위한 학점의 본래 목적이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다수가 A학점을 받지만 오히려 역설적이게도 그만큼 A학점의 가치가 낮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될 경우 A학점 졸업생의 희소성은 점점 낮아지고 성적의 상향평준화에 따른 학점 경쟁이 더욱 심화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본교는 이러한 학점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타대에 비해 관대한 성적등급별 비율 ▲학점 만회가 가능한 제도적 장치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상대평가가 시행된 재작년에는 상대평가 과목에서 75%에 달하는 학생이 B학점을 받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재수강, 수강철회, 학점포기 등 낮은 학점을 포기하거나 더 높은 학점으로 대체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 학점 만회 기회가 충분했던 것이다.

 이 같은 ‘학점 끌어올리기’는 결국 학생을 가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로 만든다. 단기적으로는 좋은 스펙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그로 인한 과도한 경쟁 체제를 본인 스스로 견고히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부 권고에 따른 학점포기제 폐지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조금만 감정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상황을 바라본다면 이는 과열된 학점 경쟁을 가라앉히고 지나치게 상향평준화된 학점 수준을 정상화시키는 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다. 단순히 학점포기제 폐지에 반발하기보다 지금의 학점 인플레이션을 깨고 공정한 경쟁으로 이끌 수 있는 주체가 되는 것은 어떨까.